[기고] 영어유치원 금지 논란, 공교육 부실을 가린 ‘정책의 역주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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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영어유치원 금지법'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교육 강화를 먼저 하지 않고 '금지'라는 단기 처방을 선택했다.
금지가 아니라 공교육의 대대적 개혁이다.
사교육 수요를 억누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공교육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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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영어유치원 금지법’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조기 사교육을 억제하고 유아교육을 본래의 발달 중심 체계로 되돌리려는 취지라고 하지만, 실제 효과는 그와 정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공교육의 부실에 있는데,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보다 사교육을 규제하는 손쉬운 방식을 선택했다. 규제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교육 정책이 걸어온 지난한 역사가 보여준다.
부모들이 영어유치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다. 초등학교 영어 수업은 말하기 중심 교육을 표방하지만, 학교 간·교사 간 편차가 커 안정적 학습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 듣기·말하기 기초가 공교육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으니 부모들은 ‘남들 다 시키는데 우리만 안 하면 뒤처진다’는 불안에 내몰린다. 영어유치원이 과열되는 근본 원인은 결국 공교육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교육 강화를 먼저 하지 않고 ‘금지’라는 단기 처방을 선택했다.

해법은 명확하다. 금지가 아니라 공교육의 대대적 개혁이다. 초등 영어교육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전문 영어교사를 확충하며, AI 기반 맞춤형 학습을 적극 도입하여 수준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공교육이 아이들의 기초 영어 역량을 안정적으로 보장한다면 학부모들은 굳이 사교육을 선택하지 않는다. 사교육 수요를 억누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공교육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영어유치원에 대한 접근도 ‘폐쇄’가 아니라 ‘관리·인증’이 필요하다.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시설과 교사 자격, 교육과정을 평가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면 된다. 무분별한 운영은 차단하되 양질의 서비스는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과열을 막는 현실적 접근이다.
교육 정책의 원칙은 단순하다. 국가는 기초를 책임지고, 부모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금지법은 이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공교육의 허점을 그대로 둔 채 선택권만 제한하면 부모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 기회까지 규제로 막을 권리는 어떤 정부에도 없다.
영어유치원 금지 논란은 우리 교육 구조의 깊은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규제는 쉬우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그 어려운 길을 외면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다. 정부는 규제의 유혹에서 벗어나 공교육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는 금지로 지켜지지 않는다. 더 나은 공교육만이 답이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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