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겐남 vs 테토남,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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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다. 창세기 속 아담은 테토남이었을까, 에겐남이었을까? 아담이 2025년 한국에 살고 있다면 어느 쪽에 속할까? 어떤 헤어스타일에 어떤 브랜드 옷을 입을까? 매일 점심 제육볶음과 돈가스를 먹어도 만족할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는 어떻게 접근할까? 에겐·테토는 요즘 젊은이들의 일상 대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그 경계에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길잡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에겐·테토 개념은 2021년 한 블로그 글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은 '이상수 연애 먹이사슬 호르몬 분석글'. 네이버 블로그 '수성일기'의 운영자, 이상수는 자신을 '지구인분석가'라고 소개하며 남녀 성향에 따라 발생하는 연애 먹이사슬 개념을 제시했다. 다들 한 번쯤 보았을 에겐·테토 먹이사슬 그래프 역시 여기서 등장했다.
이론은 간단하다. 에겐에서 테토로 갈수록 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한다. 상위 포식자는 대체로 하위 포식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최상단에 위치한 테토남은 최하위에 자리한 에겐녀에게 매력을 느낀다. 글쓴이는 테토와 에겐을 구분 짓는 것은 실제 호르몬 수치와 무관하며, 그보다는 저마다 지닌 양기와 활기에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설명도 덧붙였다. 테토가 높을수록 단순하고, 활기차며, 독립심이 강하고, 유쾌하다. 에겐이 높을수록 감성적이며, 동정심이 많고, 부드러운 면모를 보인다.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에겐·테토의 개념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에겐남처럼 보이고 싶은 테토남도, 테토남처럼 보이고 싶은 에겐남도 있다. 즉 에겐남과 테토남은 어떻게 태어났느냐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에겐에서 테토로 갈수록 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한다.
상위 포식자는 대체로 하위 포식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최상단에 위치한 테토남은 최하위에 자리한 에겐녀에게 매력을 느낀다."

호랑이로 길러진 고양이
"세련된 테토남. 그건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배수용은 한국 사회 안에서도 가장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테토 양성 시스템 안에서 자랐다. 그가 태어난 곳은 경상북도에 위치한 인구 40만 규모의 공업 도시. 배수용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전형적인 경상도의 무뚝뚝한 1960년대생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공부를 썩 잘했던 그는 고향에서 수재들이 모이는 명문 남자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공부보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면 이어폰을 끼고 가수 별의 'I Think I'를 남몰래 들었다. 동시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힙합 동아리에서 랩 잘하고 운동 좋아하는 남자로 통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대구에 있는 사립대 경찰학과에 입학했다. 지금은 성비가 얼추 비슷했지만 그가 새내기였던 2011년에는 '남초' 학과였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향한 곳은 해병대. 7주간의 신병 교육을 마친 그는 해병대 안에서도 가장 훈련 강도가 높은 포항 제1수색대대에 배치됐다. 배수용은 남자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 대부분을 남초 사회에서 보냈다. 스스로도 내심 그 사실을 만족스럽게 여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테토남 커리어'는 콤플렉스가 되어 돌아왔다. 전역 후 배수용은 래퍼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180cm 넘는 키에 외모가 준수한 그는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많았다. '경상도 남자' '해병대 수색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매번 또래 여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음악을 할 때만큼은 '테토력'이 유리천장처럼 느껴졌다. "20대 때는 콤플렉스였어요. '경상도 테토남'은 세련된 뉘앙스가 전혀 없으니까요. 당시 제일 인기 있던 뮤지션이 빈지노였어요. 어딜 가든 'Nike Shoes' 'Aqua Man'이 나왔죠. 그때가 전환점이었어요. 빡빡머리에 스냅백 쓴 래퍼에서 잘생기고 명문대 나온 래퍼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게. 마침 미국에서도 프랭크 오션, 차일디시 감비노 같은 뮤지션들이 등장했고요. 마초 감성으로 가사 쓰면 그것만큼 구린 것도 없었죠." 2010년대 빈지노가 들려준 음악은 확실히 테토보다 에겐에 가깝다. 'Nike Shoes'는 캠퍼스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 여자를 찬양하는 이야기였고, 'Aqua Man'은 시쳇말로 '어장 관리'당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 무렵부터 배수용은 테토남의 모습을 내려놓고, 고등학교 시절 듣던 발라드 음악을 다시 꺼내 들으며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비단 뮤지션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토남으로서 방향이 잘못 설정된다면, 단순히 '촌스러운 남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는 테토남의 가장 안 좋은 예가 '엄석대'라고 생각해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독재자 엄석대. 테토남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양날의 검을 쥐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지금은 작살로 물고기를 잡아서 가족을 부양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테토남, 혹은 알파 메일이 동경하는 모습이 있죠. 그 리더십과 폭력성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일찍이 테토남의 부작용을 깨우쳤고, 남초 사회 안에서는 알파와 베타의 중간을 지키며 그 안에서 아늑함을 느꼈다.
현재 배수용의 직업은 목수다. 그는 매일 아침 트럭을 몰고 현장에 나간다. 여전히 남초 사회에 몸담고 있는 그는 '에겐 파워'를 믿는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그는 아내를 볼 때마다 테토남이 닿을 수 없는 경지를 느낀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가 아들이랑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저는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써가면서. 그걸 보면서 생각하죠. 저 능력은 내가 절대로 못 따라가겠구나." 배수용은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해낼 일이 없지만, 아내가 아들에게 주는 사랑만큼은 자신이 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그에게 아들이 테토남과 에겐남 중 어떤 남자로 크길 바라느냐고 질문했다. "테토의 탈을 쓴 에겐이면 좋겠어요. 에겐의 감수성을 모르는 투박한 인간이 되길 바라진 않아요. 지금은 엄마에게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남자보다 아이에 가까운 나이니까요. 언젠가 저도 같은 남자로서 늠름함을 가르쳐줄 시기가 올 거예요. 그동안은 엄마에게 지혜를 배워야죠." 남초 사회에서 평생을 테토남으로 살아온 그는 테토력과 에겐력을 명확하게 구분해 이해하고 있었다. 테토력은 울타리 안의 세계를 지키는 책임감, 에겐력은 울타리 밖의 세상을 이해하려는 탐구심.
"그는 매일 아침 트럭을 몰고 현장에 나간다.
여전히 남초 사회에 몸담고 있는 그는 '에겐 파워'를 믿는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그는 아내를 볼 때마다
테토남이 닿을 수 없는 경지를 느낀다고 했다."

호기심이 곧 감수성이다
"밖에서는 테토녀이고 싶지만, 숨기지 못하는 정체성은 에겐녀예요. 비율로 따지면 4:6 정도?" 이번 칼럼을 준비하며 서민혜에게 연락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10년간의 연애 부재 끝에 자기 객관화를 완성했다는 점, 그녀의 주변에 자타 공인 에겐남이 많다는 점이다. 서민혜는 성인이 될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고, 그 후에는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부산 사투리와 영어를 섞어 쓴다. 보통 경상도 사람들은 '테토 지향형'일 거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서민혜는 모태 에겐녀로 태어난 자신이 테토녀의 마스크를 쓰고 싶어 하는 건, 부산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 아닌 1990년대생이 향유하는 대중문화 때문이라고 여겼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2020년대 들어서야 에겐, 테토 논쟁이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것도 과거에는 '남자다운 남자'에 속하지 못하던 남자들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문화의 주체는 여자라고 생각해요. 트렌드를 만들고 확장시키는 것도 여자가 주도하고요. K-팝, K-뷰티, K-푸드. 남자보다는 여자가 주요 소비층이잖아요. 여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남녀 할 것 없이 에겐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요즘 10대 남자는 손톱에 매니큐어 바르는 걸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테토와 에겐을 구분 짓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서민혜는 '세상을 향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테토남은 일주일 내내 제육볶음에 돈가스를 먹어도 문제가 없을걸요. 카페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아닌 다른 음료를 시키면 생식기가 떨어지는 줄 안다고요. 반면 에겐남들은 궁금한 게 많죠. 회사 앞에 새로 생긴 타코집은 어떤 메뉴가 있을까. 스타벅스 말차 라테와 투썸플레이스 말차 라테는 어떻게 다를까. 누군가의 눈에는 예민함으로 비칠 수 있죠. 하지만 에겐남에게는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호기심이 있고, 그 호기심을 바탕으로 감수성이 생겨난다고 봐요." 실제로 그랬다. 내 주변의 테토남 혹은 테토남을 표방하는 남자들은 점심 메뉴를 오래 고민하거나 식당 앞에서 대기하는 걸 견디지 못했다. 그러니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와는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자면 테토남은 새로운 경험보다는 일상에서의 효율을 더 중시하는 셈이다.
서민혜는 테토남과 에겐남이 쇼핑하는 방식도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보자. 평소 러닝을 하지 않는 남자가 둘 있다. 한 명은 테토남, 다른 한 명은 에겐남이다. 둘은 나이가 같고, 경제 수준도 비슷하다. 모종의 계기로 러닝화가 필요해진다면 두 남자는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테토남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매장으로 향하는 반면, 에겐남은 크림에 들어가 온과 포스트아카이브팩션의 협업 러닝화를 구입하는 식이다. "테토남은 목적 달성에 충실하다면, 에겐남은 경험의 알맹이와 껍데기가 모두 중요한 거죠. 둘은 여름에 신는 신발도 다를걸요? 테토남이 크록스를 신을 때, 에겐남은 아일랜드 슬리퍼에서 플립플롭을 살 거예요. 플립플롭이 아무리 편해도 슬라이드보다 편할 수는 없잖아요. 똑같이 맨발이 드러나더라도 에겐남은 한 번 더 멋을 생각하는거죠."
스스로를 '모태 에겐녀'라 여기는 서민혜는 이성관계에서 테토남을 더 선호한다. '이상수 연애 먹이사슬'에서 설명한 대로다. 에겐남과 아무리 대화가 잘 통하고 함께 즐길 거리가 많다 해도, 자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남자는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제가 화장을 다르게 했어요. 테토남은 당연히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죠. 선크림도 제대로 안 바를 테니까. 하지만 후천적 노력으로 센스를 탑재한 상위 테토남에게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요. '왠지 모르겠는데 오늘 예뻐 보인다' 수줍게 말하겠죠. 사실 여자한테는 그것만으로 충분하거든요. 반면 에겐남은 '섀도 어디서 샀어?' 하고 물어볼 것 같단 말이에요. 올리브영에 들어갔는데 내가 아는 브랜드를 너무 잘 알고 있으면 이성적으로 안 느껴질 것 같아요." 서민혜는 다수의 에겐남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이성적인 관계로 발전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에겐남들이 억울해질 것 같았다. 세상에는 분명 에겐남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으니까. 여자에게 에겐남은 대화가 잘 통할 거라는 기대감을 준다. 좀 더 거창하게 이야기한다면 육체적 교류를 넘어 영혼의 교류를 기대하게 한다. 테토남은 평생 모르고 살아갈 것들을 세심하게 캐치하고, 그 섬세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에겐남. 쉬는 날마다 함께 헬스장 데이트를 하는 것보다 새로 생긴 카페에 들러 지난밤 보았던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행복이라면, 테토남보다 에겐남을 만나는 쪽이 관계가 오래 지속될 확률이 높다. 서민혜 역시 그런 영혼의 교류를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끝끝내 테토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저는 집 밖에서는 씩씩하게 할 일 해내는 여자이고 싶어요. 하지만 나의 가장 연약한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관계라면, 그 안에서만큼은 리드를 내어주고 싶어요. 저도 공주 대접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고요."
"테토남의 가장 큰 미덕은 책임감이다.
자신이 정한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는 것.
테토남은 울타리 밖의 세계에 호기심을 두기보다,
변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을 지향한다."

좋은 남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테토남과 에겐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각을 대표할 수 있는 얼굴을 뽑아보기로 했다.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J. K. 롤링의 역작 <해리 포터>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테토남은 세베루스 스네이프다. 테토남의 가장 큰 미덕은 책임감이다. 자신이 정한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는 것. 테토남은 울타리 밖의 세계에 호기심을 두기보다, 변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을 지향한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를 떠나보내며 다짐한다. 이 여자의 아이만큼은 지키겠다고. 그는 정작 자신이 지키려는 아이로부터 온갖 오해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 진심이 울타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에겐남은 아이러니하게도 해리 포터라고 본다. 물론 해리에게도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에는 늘 곁에서 버팀목이 된 친구들이 있었다. 사실상 볼드모트에게 죽임을 당하러 가는 길에도,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이 나타나 해리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런 해리 포터가 보여준 가장 큰 미덕은 섬세함이다. 그 섬세함은 때로 날 선 예민함이 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변화를 만드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만일 해리가 다른 마법사들처럼 집 요정 도비를 노비 취급했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해리 포터>의 결말은 달랐을 것이다.
이 원고를 마무리할 때쯤 다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세 살배기 아빠가 들려준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자에게 좋은 남자는 희망을 주는 남자라고 생각해요. 제가 결혼을 해보니까요.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에요. 그만큼 희망이라는 감정을 품기 쉽지 않아요. 물론 그 희망이라는 건 테토남이 가진 책임감에서도, 에겐남이 지닌 섬세함에서도 찾을 수 있겠죠." 어쩌면 세상에는 좋은 테토와 나쁜 테토, 좋은 에겐과 나쁜 에겐 같은 건 애초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좋은 사람과 서툰 사람이 있을 뿐. 적어도 그렇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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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주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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