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말년 3개월간 평생 의료비의 41.8%를 쓰다
우리 몸에서 심장이 뛰고 있으면 '살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식이 없고, 누워서 오로지 인공 장치에 의존해 숨만 쉬는 상태라면 어떨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전문가들은 죽음을 '치료의 실패'가 아닌 '내 삶을 완성하는 순간'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연 우리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제주의소리가 존엄한 죽음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글]
① 생애 말년 3개월간 평생 의료비의 41.8%를 쓰다
② 중환자실 앞, 효자를 강요하는 사회
③ 내 집에서 눈감고 싶다. 작은 소원을 지켜드립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한국뿐 아니라 OECD 대부분 국가에서 노년기, 특히 생애 말년, 임종 전 1~3년에는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국제 연구에서도 임종 전 6~12개월이 생애 중 의료비 지출의 25~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국내 통계자료로는 사망 전 3개월에 의료비가 집중되어 전체 의료비의 약 41.8%가 마지막 3개월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말년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의료비 항목 중 가장 큰 이유 5가지를 든다면 입원비, 연명치료비용(중환자실 이용 등), 암치료비,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비 그리고 간병비입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임종 전 수개월~1년 동안 사용되는 입원비와 중환자실 비용으로 폐렴, 패혈증 등 감염, 심부전·뇌졸중·심근경색, 암 말기 응급치료, 낙상 골절 후 수술 및 관리, 만성질환(당뇨·COPD·신부전) 악화가 그 원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비용은 바로 간병비입니다. 말년기 의료비 중 가족 부담이 가장 큰 항목으로 종합병원에서 개인 간병사를 고용할 경우 별도로 지급되는 식비까지 합치면 한 달에 400만~50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간병비를 부담하고도 간병사가 부족한 현실 속에 가족들은 간병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결국은 간병과 관련한 가족 간 다툼이 '간병 파산', '간병 이혼'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상황이다.
이 같은 말기 의료비는 보통 사망 6개월 전부터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며, 사망 3개월 이내에 급격히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과연 '사망 직전 의료비 증가'가 삶의 질 향상과 비례하느냐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망 직전에 의료비는 급격히 증가하지만 오히려 삶의 질은 떨어지고, 과잉 진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통계자료를 빼고 나 혹은 부모님의 상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나이가 80대 중반인데 암 진단을 받고 나니 병원에선 항암치료를 하면 1년 이상 사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님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니 어머니는 '이 나이에 무슨 암 치료냐'며 치료를 안 하겠다고 고집하십니다. 하지만 의사는 계속해서 항암치료를 언제 시작할지를 결정하라고 합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설득해서 항암치료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2회차, 3회차가 넘어가며 어머니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집에서는 한 수저도 제대로 식사를 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암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식사는 진수성찬으로 나오지만 어머니는 거의 드시지 못합니다. 그리고 다음 항암치료를 위해 2주 후 퇴원하는데 입원비가 600만원이라고 합니다. 원무과에선 다른 암 요양병원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하지만 아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모시고 간 종합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해보더니 체중도 너무 많이 빠지고, 백혈구 수치도 높아 항암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야윌 대로 야위고, 혼자 서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집으로 모셔가서 최대한 잘 먹여서 오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떤 음식을 드려도 어머니의 식욕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후로 응급실만 몇 번을 실려갔다 퇴원하기를 반복하고, 결국 어머니는 진단받고 1년도 안 돼 사망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항암치료를 거부한 어머니의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자식이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일까요?
국내에서는 고령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일반 병동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할 경우 비용이 더 낮고, 삶의 질도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바라던 대로 집에서 생활하며 주변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방문해 진료해 주는 호스피스팀의 도움을 받아 통증 조절과 영양제주사를 맞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이라면 내 생애 말기를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으신가요?

제주시 연동 소재 ◯◯가정의학과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전국 및 제주도 최초로 단독형 '가정형 호스피스' 기관으로 지정받아 제주도 곳곳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진료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치매진단자격의 취득, 미국 Brenau Uni. 노인학 수료, J.W.Marriott Hotel VIP 전담.
SBS 잘먹고 잘사는 법 고정패널,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 건강주치의 패널, KBS 추적60분 출연.
저서로「닥터맘의 우리딸 건강다이어리」「욕하는 내 아이가 위험하다」,「나는 산소로 다이어트한다」,「행복한 다이어트다이어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