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일 뿐인데, 우리가 물가 주범인가요”…金농산물 호도 대신 적정가격 논의를

양석훈 기자 2025. 12.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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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소비자 상생 위한 농산물 가격 대책은] (1) 金농산물 호도 대신 적정 가격 논의를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낮지만
金과·金배추·시金치 등 몰아가
계절·수급 영향받는 특성 배제
환율·고물가 탓 농가는 손해만
日 ‘거래 적정화 제도’ 참고해야
미국 농무부가 2023년 기준으로 작성한 ‘푸드달러’ 도안. 농식품 가격에 내재된 생산, 가공, 포장, 운송, 도매, 소매, 서비스, 에너지, 금융, 홍보 비용 등의 원가 구성을 보여준다. 미국 농무부 누리집

농산물 가격이 금(金)값이라는 보도가 넘쳐난다. 반면 복잡한 공급망을 거쳐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농산물 가격이 적정 수준에서 설정됐는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역시 농산물 수입과 할인 확대로 가격 억누르기에 급급하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악화하고 가격 불안정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농산물 가격 문제의 현주소와 대안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한달 새 1.5배 껑충…한포기 7000원 금(金)배추’ ‘아침에 사과 반의 반쪽 먹고 출근…금(金)과 대란’ ‘한달 새 171% 뛴 시金치’.

최근 몇달 주요 일간지의 기사들이다. 농산물이 고공행진 금값 같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가격이 잠깐 반짝하고 만다. 농가로선 농사일로 큰돈을 쥐지도 못하는데 물가 주범으로 몰려 억울하다. 더욱이 농산물이 비싸다는 인식이 소비 위축과 농업에 불가역적 피해를 초래하는 정책 집행으로 이어지며 낭패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

올 8월엔 많은 언론이 ‘금배추’ 보도를 쏟아냈다. 배추 공급량이 가장 적은 시기, 가격이 높은 게 당연한데도 직전 달과 비교하면서 배추가 물가 상승 주범인 듯 몰아갔다. 실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8월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6653원으로 평년(6218원) 대비 약간 높았지만 이내 안정돼 9월과 10월엔 가격이 전년·평년보다 낮았다.

‘금과’라는 사과는 ‘후지’ 중품(일반소비용) 가격이 11월 10개당 1만9330원으로 평년(1만893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공급량이 많아 가격이 특히 낮았던 2022년과 비교하며 소비자를 자극했다. 12월이면 가을장마에 따른 출하 지연이 해소돼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대부분 기사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농산물은 특성상 계절과 수급에 따라 가격 등락을 보이는 게 사실이며 예상치 않은 기상요인이 발생하면 그 폭이 더 커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일시적 수급 불균형에 기인하고 대부분은 평년가격을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등락을 유지한다.

가격이 튀었을 때도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사과(‘후지’ 중품)는 2022년 평균가격이 10개당 1만8823원이고 올해가 2만1154원으로 당시보다 올해 소비자가 더 부담하는 금액은 1개당 233원꼴이다.

‘심리적 마지노선’ 꼬리표가 붙은 소비지 쌀값 6만원도 20㎏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55.8㎏을 적용하면 하루에 458원만 쌀에 쓰는 셈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쌀의 가중치는 4.2, 사과는 2.3에 그친다. 소비자가 1000원을 쓸 때 각각 4.2원·2.3원을 쌀과 사과에 쓴다는 의미다. 배(0.7)·배추(1.3)·무(0.6) 등 60여개 농축산물 가중치를 모두 합쳐도 64.8이다. 반면 외식 커피는 가중치가 8.8이나 된다.

농산물이 더 억울한 건 농산물 생산도 환율과 투입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고물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장은 “대기업이 휴대전화 등 새 제품 가격을 올리고 수익을 늘리는 건 당연하게 여겨지는 반면 가격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농가는 생산비가 올라도 제자리걸음인 농산물 가격 때문에 손해만 떠안는다”고 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8∼2024년 농가 채산성을 보여주는 농가교역조건지수는 2020·2021년을 제외하곤 기준연도보다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주요 농산물 가격을 지수화한 농가판매가격지수보다 주요 투입재 가격을 지수화한 농가구입가격지수가 더 크게 오른 탓이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수입(輸入)과 할인 확대로 농산물 가격 억누르기에 초점을 맞춘 물가정책을 펴왔다는 점이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한 보고서에서 “정부는 주기적으로 보도되는 농식품 물가 관련 이슈에 일일이 민감 대응하기보다 농식품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제한적 영향을 홍보하면서 중장기적 대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계에선 농업생산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도 공감할 수 있는 적정 가격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 내년부터 생산과 유통 과정의 합리적 비용이 농산물 가격 형성에 반영되도록 유도하는 ‘거래 적정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은 소비자와 언론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농무부(USDA)가 농식품 원가 구성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정 소장은 “내년에 농산물가격안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국내에서 시행되지만 기준가격을 두고 진통이 있다”면서 “(정책 목표로서) 어느 수준의 가격이 적정한지 논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농촌진흥청이 주요 품목·지역별 생산비 자료 등을 공표하기 때문에 일본보다 수월하게 적정 가격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농민신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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