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거르더니 김재환 영입이라니… SSG는 현실과 타협했나, 최상부터 최악까지 모두 열린 ‘희대의 베팅’

김태우 기자 2025. 12. 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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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와 2년 총액 22억 원에 계약하며 생애 첫 이적을 선택한 김재환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구단’으로 명성을 날렸던 SSG는 근래 들어 그 명성의 빛이 바랜 지 꽤 오래다. 더 이상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는 팀도 아니고, 심지어 홈런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팀도 아니다. SSG의 올해 팀 홈런 개수는 127개로 리그 5위에 머물렀다.

예전부터 팀 타율이 그렇게 높은 팀은 아니었다. 대신 장타로 약점을 지워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안타를 잘 치지도, 볼넷을 잘 고르지도 못한 SSG는 올해 장타력까지 떨어지면서 팀 OPS(출루율+장타율)가 리그 8위까지 추락했다. 어떤 방법을 써서든 장타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명제는 분명했다. 올해 기적적으로 버틴 마운드가 내년에도 그 힘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분명 타자들이 더 힘을 내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사실 돈을 써서 검증된 타자를 데려오는 일이다. 올해 KBO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는 2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젊은 좌타 거포인 강백호가 나와 있었다. FA 자격을 얻기 전부터 SSG와 자주 연계된 선수이기도 했다. 근래 성적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반등 가능성이 있는 젊은 타자고, 애당초 근래 FA 시장에 20홈런 이상을 때린 20대 중반의 타자가 거의 없기도 했다. 이론적으로 잘 어울리는 타자였다.

그러나 SSG는 내부 검토 끝에 일찌감치 강백호 영입은 포기한 상황이었다. 시즌 초부터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내부에서는 “글쎄”라는 기조만 흘렀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다. SSG는 경쟁균형세(샐러리캡) 여유가 그렇게 크지 않은 구단이고, 최정과 한유섬 등 이제는 서서히 지명타자로 빠져야 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있었다. SSG는 강백호의 수비력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군단이었던 SSG는 근래 들어 홈런 파워가 뚝 떨어지며 올해 OPS가 리그 8위까지 추락했다. ⓒ곽혜미 기자

그 외 영입을 포기하게 된 여러 가지 사유가 있기는 했으나, 또 하나의 명분은 ‘내부 육성’이었다. 강백호를 영입하면 지금 키우기 시작한 내부 거포들의 자리가 사라지고 결국은 이들이 죽어 버린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근사한 명분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강백호를 거른 SSG는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영입을 발표한다. 베테랑 좌타자 김재환(37)과 2년 총액 22억 원에 계약한 것이다.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슬러거였던 김재환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맺은 4년 총액 115억 원의 계약이 올해 끝났다. 다만 계약 당시 삽입했던 하나의 조항이 4년이 지난 다음에야 알려졌다. FA 자격을 다시 취득한 뒤 두산과 우선 협상을 벌이고, 만약 이 협상이 결렬되면 조건 없이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두산은 FA 자격을 신청하지 않은 김재환에 2+1년, 연 평균 10억 원 수준의 제안을 했지만 김재환이 이를 뿌리쳤다. 그 결과 ‘약속대로’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다.

SSG는 김재환이 풀린 것을 확인하고 내부 검토를 거쳤다. 전성기 기량은 아니지만 구장 규격이 작은 인천에서는 충분히 2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다고 봤고, 그렇다면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성실한 태도 또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내부 의견이 ‘영입에 도전해보자’로 모아진 가운데, 결국 김재환과 접촉해 사인을 받아냈다.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신분이라 보상도 없다. 나가는 선수도, 두산에 줘야 할 돈도 없다. 이 점도 영입에 큰 영향을 미쳤다.

▲ 김재환은 당장 SSG 전력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청라 시대를 앞둔 구단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활짝 열려있다. ⓒSSG랜더스

사실 계약 자체만 봤을 때는 나쁘지 않다. 보상이 없고 22억 원 중 인센티브가 6억 원이다. 보장 금액은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해 2년 16억 원이다. 김재환은 1군 주전 선수로 거듭난 뒤 올해 성적이 가장 안 좋은 축에 속했다. 그럼에도 OPS는 0.758로, SSG 평균(.706)보다 훨씬 높았다. 올해 김재환보다 OPS가 높았던 SSG 타자(150타석 이상 기준)는 에레디아, 최정, 한유섬, 박성한이 전부였다.

김재환의 영입은 분명 ‘당장의’ 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활약하면 지금의 비판은 어느 정도 사그라 들지도 모른다. 다만 김재환이 현실적으로 지명타자 자리를 가져감에 따라 팀이 그렇게 키우겠다고 공언한 류효승 전의산 등의 자리가 애매해졌다. 이숭용 감독의 계약 기간은 2+1년이고, +1년의 발동 조건은 성적이 기준이다. 2년간 성적을 위해 달려야 할 감독의 개막 지명타자 결정은 이미 훤히 보이는 수순이다.

어쩌면 현실 앞에 명분을 어느 정도 내려놨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청라 시대에 대비해 타자들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김재환 영입이 진행되던 도중 한 관계자는 “청라까지 가는 길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만약 김재환의 성적이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 경우 가는 길도 못 닦고, 팀은 비포장도로로 청라에 입성할 수도 있다. 그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상·최악의 시나리오가 모두 열려 있는 보기 드문 외부 영입 계약인 가운데, 2년 뒤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구단의 육성 전략 또한 더 정교해질 필요가 생겼다.

▲ 김재환 활용은 물론 팀 육성 방향이 흔들리지 않게 조정해야 하는 이숭용 감독과 김재현 단장.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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