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52. 태백산 눈꽃

최동열 2025. 12. 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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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잘 어울리는 옷이 있듯이 산에도 제 계절이 있다.

그 산이 최고의 자연미를 뽐내는 계절에 찾아가면, 세인들이 환호하는 산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으나, 밋밋한 계절일 경우에는 감흥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등산할 때는 가고자 하는 산이 어느 계절에 가장 볼만한 풍광을 연출해 내는지 미리 살피고 가는 것이 좋은데, 눈(雪)의 계절인 겨울철에는 역시 태백산이나 소백산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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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진객 눈꽃과 상고대가 빚은 걸작
▲ 태백산 눈꽃 설경

사람마다 잘 어울리는 옷이 있듯이 산에도 제 계절이 있다. 그 산이 최고의 자연미를 뽐내는 계절에 찾아가면, 세인들이 환호하는 산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으나, 밋밋한 계절일 경우에는 감흥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등산할 때는 가고자 하는 산이 어느 계절에 가장 볼만한 풍광을 연출해 내는지 미리 살피고 가는 것이 좋은데, 눈(雪)의 계절인 겨울철에는 역시 태백산이나 소백산이 제격이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형님 아우처럼 이어진 태백산·소백산은 봄철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야생화나 초여름 철쭉과 신록도 좋지만, 겨울 설경이 단연 압권이다.

특히 태백산 설경을 보고나면, 왜 이 산에 ‘영산(靈山)’이라는 찬사를 바치는지 실감하게 된다. 예로부터 천제를 올리던 산이라는 해묵은 역사를 굳이 들추어내지 않더라도 겨울 태백산이 연출해 내는 설경이 황홀함을 넘어 신령스럽게 느껴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태백산은 ‘겨울 왕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산이다. 최고봉인 장군봉의 해발 표고가 1567m에 달하는 고산인데다 겨우내 거의 1m가 넘는 심설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아 겨울을 위해 준비된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아직 늦가을이 물러나지 않은 지난 11월 말에 벌써 10㎝ 가까운 눈이 내려 은빛 세상을 연출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렇게 눈이 내리면 태백산의 장쾌한 능선은 온통 눈꽃 세상이 되는데, ‘살아서 천년을 살고, 또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生千年 死千年)’는 태백산의 영물 주목이 새하얀 눈옷을 입고, 눈밭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경외감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겨울철이라고 해도 매일 눈이 내릴 수는 없는 법. 눈이 녹거나 한동안 눈이 없는 때는 그저 그런 산이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수은주가 뚝 떨어지면 태백산에는 ‘겨울 진객’ 상고대가 찾아든다. 순우리말인 상고대는 겨울철에 수증기가 나무나 지표 물체에 얼어붙어 생긴 얼음 결정인데, 한자로는 수빙(樹氷) 또는 무빙(霧氷)으로 표현된다. 상고대가 피면, 태백산은 산 전체가 새하얀 결정으로 빛나는 거대한 별천지가 된다. 중심 능선인 천제단에서 문수봉까지 3㎞ 고산 마루금이 상고대나 눈꽃 결정으로 화사하게 빛나는 경이로운 풍광을 마주하면, 아무리 추운 겨울일지라도 쉬이 하산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필자는 등산 중에 고개를 들어 상고대가 핀 나뭇가지를 쳐다보는 것을 특히 즐기는데, 새파란 하늘 도화지에 흰 붓칠을 한 듯 펼쳐지는 그림 한폭은 자연계가 연출하는 최고의 걸작이다. 자 이만하면 겨울 태백산 눈밭에 발자국을 남길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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