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문명 소멸”…대서양 동맹 균열 ‘쐐기’

정유진·김희진 기자 2025. 12. 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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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을 향해 적대감을 쏟아낸 것을 두고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NSS는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경제 침체가 아니라 “문명의 소멸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라고 밝혔다. NSS는 ‘유럽의 위상 높이기’ 부문에 약 3쪽을 할애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초국가 기구의 정치적·표현의 자유 훼손, 갈등을 초래하는 이민 정책, 출생률 감소 등이 맞물려 유럽이 국가 정체성을 잃는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추세가 지속할 경우 일부 유럽 국가는 “신뢰할 만한 동맹국”으로 남을지 불확실하다고도 평가했다.

유럽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은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했던 연설의 연장선이다. 당시 밴스 부통령은 “유럽이 직면한 위협은 유럽의 가장 중요한 근본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독일 주류 정당이 독일 극우당(AfD)과 연립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NSS는 “애국적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 증대가 큰 낙관의 근거가 된다”면서 “유럽 각국 내부에서 현재의 잘못된 흐름에 대한 저항을 촉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NSS가 언급한 ‘애국적 유럽 정당’은 반이민 기치를 내건 영국개혁당과 독일대안당(AfD) 등 극우 정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비판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의 일부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현실적 기대 때문에 평화를 원하는 대다수 유럽인의 바람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의 핵심 이익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전투 중단을 협상하는 것이며, 러시아와의 전략적 안정을 재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주축으로 한 대서양 동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질서와 방어를 도모하고, 대소련 공동 전선으로 기능해온 과거와 정반대의 행보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유럽과 나토의 동맹국으로서 러시아에 맞서는 게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을 완화하는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티머시 스나이더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NSS에 담긴 미국의 안보전략이 “러시아의 선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NSS에 대해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문구, EU에 대한 정면 공격”(브란도 베니페이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 등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6일 NSS와 관련해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동맹”이라며 확전을 피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김희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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