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육자로서 기쁨·책임감 느껴… 부산발 일본어교육 계속 헌신” 정기영 부산외대 일본어융합학부 교수

김경희 2025. 12. 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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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일본서 국제교류기금상 수상
교육·연구·실천 어우러진 업적 호평
융합학부 신설·ICT 활용 교재 개발
쓰시마 환경정화 봉사활동 공로 인정

“영예로운 국제교류기금상을 수상하게 돼 한 사람의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함께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번 수상은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도 부산을 기반으로 일본어교육 발전과 한일교류에 헌신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10월 22일 일본국제교류기금(JF·Japan Foundation)이 시상하는 2025년도 국제교류기금상을 수상한 정기영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아직도 그때의 감격이 가시지 않는 듯 웃으며 말했다.

1973년부터 시작돼 올해 52회 째를 맞은 국제교류기금상은 학술이나 예술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일본과 해외 간 상호이해 촉진에 현저한 공헌이 있고 지속적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되고 있다. 올해는 전세계 106명이 추천됐으며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 교수 등 2명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역대 우리나라 수상자는 1991년 한병상 국립중앙박물관장과 1996년 이어령 교수, 2000년 지명관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소장이 있었고, 이번이 네 번째다.
일본국제교류기금(JF·Japan Foundation)이 시상하는 2025년도 국제교류기금상을 받고 있는 정기영 교수. JF 제공

그는 “지난 8월 초에 JF 측에서 수상자로 내정됐다는 연락을 해왔는데, 처음에는 잘 믿기지 않았다”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분들이 받은 상인데, 이런 분들에 비하면 석학이나 거장도 아닌 내가 왜 선정됐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시상식에서 만난 심사위원장이 자신에게 “교육과 연구, 실천에서 각각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은 많이 봐왔지만, 이 세가지가 한데 어우러진 후보자는 당신이 처음이었다는 말을 해주었다”면서 “이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았고 수상자 선정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JF가 밝힌 수상 이유를 보면, 정 교수는 30년 이상 대학에서 일본어 교육자와 연구자, 경영자로서 다방면의 업적을 쌓아왔다. 부산외대에서 일본어 전공을 학부 수준으로 승격시켜 △한일문화콘텐츠전공 △비즈니스일본어전공 △일본IT전공을 설치해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재학하는 ‘일본어융합학부’로 발전시킨 점이 가장 먼저 언급됐다. 이어 대학의 교육 방법과 교재 개발에 있어서도 선구적으로 ICT를 활용하고, Can-do 평가를 도입하는 등 일본어 교육에 요구되는 과제를 적극 해결하고 연구성과를 올려 국내외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부산외대 일본어학과 1기생으로 입학한 그는 “졸업을 하고 일본 유학과 군 복무까지 마친 뒤 서른 초반에 모교 교수로 부임하다 보니,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도 열정적이었고 대학 보직도 다수 맡게 됐다”며 “가장 보람된 일은 2006년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던 일본어에 주요 학문을 접목시켜 전공을 세분화한 일본어융합학부를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또 국제 상호이해와 우호친선에 대한 공적도 현저하다고 인정받았다. JF는 그가 2003년부터 부산외대의 쓰시마섬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주도해 한일 학생과 주민, NPO가 협력해 환경보전과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실천 모델을 구축한 점, 지속적으로 한국인 학생의 일본 취업을 지원해 2010년 이후 누계 364명 이상을 일본에 보내 직업 인재 교류에 기여한 점, 나아가 2012년에는 계승어 교육의 거점으로 ‘부산일본마을’(부산니혼무라)을 설립해 일본어와 일본문화 계승에 진력한 점 등을 높게 샀다.
일본국제교류기금(JF·Japan Foundation)이 시상하는 2025년도 국제교류기금상을 수상한 뒤 기념 강연을 하고 있는 정기영 교수. JF 제공

그는 “상을 받고 나름대로 60주년, 부산, 지방 연구자라는 키워드가 상징적으로 다가왔다”면서 “한일 수교 60주년인 올해 지리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일본과의 교류에 있어서 관문 역할을 했던 부산의 일본어 연구자에게 처음 주는 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JF가 한국의 지방 도시 대학의 교수를 찾아내고 그 성과를 인정해주는 모습에 놀랐고, 이는 결국 시골 장인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정 교수는 “부산은 물론 부울경 지역의 민간 차원 한일 교류, 특히 청소년 교류를 협회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다”면서 “젊은 인재들을 중심으로 정치 및 역사적 벽을 넘어 한일 우호, 아시아 우호의 시대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사진=정대현 기자 j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