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참치·곱창 안주에 ‘급똥’?...주범은 바로 ‘이것’?

서울의 대기업 부장 김 모(54) 씨는 연말마다 회식 메뉴를 고르느라 고민이 깊다. 그는 겨울철 별미인 참치회를 즐기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참치회를 먹은 날이면 어김없이 '급똥' 설사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 날의 일이었다.
팀원들과 함께 단골 참치 전문점의 따뜻한 방에 앉아 참치회에 소주를 마셨다. 하얀 마블링이 꽃처럼 핀 참치 대뱃살(오도로)을 김에 올리고, 고소한 참기름장에 듬뿍 찍어 먹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느낌에 김 씨는 차가운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고, 고소한 콘치즈와 튀김까지 곁들였다.
문제는 회식 후 발생했다. 기분 좋게 식당 문을 나서자마자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고, 그 순간 뱃속에서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걷잡을 수 없는 급박감이 찾아왔다. 급히 인근 상가 화장실을 찾아 심하게 설사를 한 뒤 귀가했을 때, 그의 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겨울철에 유독 참치나 곱창, 삼겹살을 먹으면 이런 낭패를 겪는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주변에 꽤 많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장염이나 기능성 장 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연중 12월과 1월에 평소보다 약 15~20%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노로바이러스 등 겨울철 바이러스의 영향도 있지만 고지방 안주, 과음, 추운 날씨라는 3박자가 빚는 생리학적 부조화 탓이기도 하다.
지방 함량 30% 참치 뱃살…참기름에 많이 찍어 먹으면 설사 위험 '쑥'
김 씨의 사례는 연말연시 소화기내과를 찾는 중년 남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회식 증후군'이다. 식당의 위생 상태나 음식 자체를 의심할 수도 있지만, 회식 후 갑작스러운 설사의 진짜 원인으로는 음식 자체가 아닌 그릇된 '먹는 방식'과 그로 인한 '담즙산의 폭주'가 꼽힌다. 특히 참치 대뱃살에 참기름을 찍어 먹는 행위는 장이 감당할 수 있는 지방 소화의 한계를 넘는 '기름 폭탄' 투하와 다름없다. 맛있는 참치 뱃살의 지방 함량은 약 30%나 된다. 이 고지방 식품은 삼겹살과 맞먹거나 오히려 더 많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 100%인 참기름을 소스로 듬뿍 찍어 먹으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우리 몸은 섭취된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 간과 담낭에서 담즙산을 분비한다. 담즙산은 지방을 잘게 쪼개어 소화 효소가 잘 작용하도록 돕는 유화제 역할을 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고지방을 섭취하면, 인체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담즙산을 쏟아낸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정상적인 소화 과정에서는 분비된 담즙산의 약 95%는 소장 끝부분인 회장에서 재흡수돼 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섭취하는 지방의 양이 소화 흡수 능력을 초과하거나, 알코올이 소장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과도하게 분비된 담즙산은 소장에서 다 흡수되지 못하고 대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고지방 식사하면 초과된 담즙산 10%가 대장으로 유입…'담즙산성 설사' 발생 위험
국제 학술지 《거트(Gut)》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지방 식사를 과도하게 할 경우 소장의 재흡수 용량을 초과한 담즙산의 약 5~10%가 대장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담즙산성 설사'가 발생한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설사 환자의 약 30%는 담즙산 흡수 장애로 설사를 겪는다고 한다. 술 마신 다음 날 변기에 기름기가 둥둥 뜨고, 항문이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 산성 담즙산 때문이다.
고지방 안주에 마시는 술은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는 촉매제다. 소주 등 알코올은 췌장 세포를 직접적으로 손상시켜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의 분비 능력을 뚝 떨어뜨린다. 또한 소장 점막의 미세 융모를 마비시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며, 이 때문에 분해되지 못한 막대한 양의 지방이 그대로 대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대장으로 넘어온 지방 성분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급격히 부패하며 가스를 만들고, 담즙산과 섞여 설사 증상을 가속화한다.
김 씨가 겪은 급박한 설사는 변에 지방이 섞여 나오는 지방변과 담즙산성 설사가 어우러져 생겼을 확률이 높다. 지방변은 일반적인 설사보다 변이 묽고, 기름기가 둥둥 뜨며, 나쁜 냄새를 동반한다. 참치가 상해서가 아니라 참치의 지방과 참기름의 지방, 과다 분비된 담즙산, 알코올이 만나 소화 불능의 상태를 만든 셈이다. 김 씨가 식당 문을 나서자마자 발생한 복통은 겨울철의 한랭 자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뜻한 실내에서 술을 마실 때는 혈관이 확장되고 부교감 신경이 우세해 장이 이완된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 갑자기 찬 바람을 맞으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교감 신경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말초 혈관과 내장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 과정에서 위장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급감하며, 이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장이 비정상적인 경련(수축)을 일으킨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한랭 스트레스에 의한 위장관 운동 항진'이라고 부른다. 알코올과 담즙산으로 매우 예민해진 장이 찬 공기라는 방아쇠를 만나 폭발적인 배변 반사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은 비단 참치회에 그치지 않는다. 연말 회식 때 많이 먹는 곱창이나 삼겹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 곱창이나 대창은 고소하지만 포화지방 덩어리다. 이를 구워서 먹을 때 습관적으로 기름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동물성 지방에 식물성 지방을 더하는 이 행위는 소장에서 흡수돼야 할 담즙산을 대장까지 급히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고지방 안주와 함께 곁들이는 사이드 메뉴도 설사를 부추긴다. 참치집의 김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평소에는 좋지만, 설사가 임박한 상황에서는 장 운동을 촉진해 배변 속도를 가속화한다. 횟집의 단골 메뉴인 콘치즈도 옥수수라는 불용성 식이섬유와 마요네즈의 지방, 치즈의 유당이 결합된 식품이다. 장이 약한 사람에게는 가스와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참치회·곱창·삼겹살 등 원재료에 지방 많은 음식…무작정 기름장에 찍어먹는 것 문제"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에서 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는 방법을 개선하는 게 좋다. 가장 시급한 것은 소스의 교체다. 참치회나 곱창, 삼겹살처럼 원재료에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먹을 때는 무턱대고 기름장에 찍어 먹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대신 간장에 고추냉이(와사비)를 곁들이거나 소금만 살짝 찍어 먹는 게 좋다. 간장의 짭짤한 맛은 지방 섭취량을 줄여주며, 고추냉이는 살균 효과도 낸다. 이는 과도한 담즙산 분비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쌈 채소인 상추·깻잎은 지방의 흡수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주어 고기나 회의 절대적인 섭취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술 마시는 속도와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소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물을 한 컵 마시면 알코올의 체내 농도를 희석시켜 췌장과 장 점막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술자리가 끝날 무렵에는 매운탕이나 라면 같은 자극적인 국물보다는 누룽지나 맑은 지리탕,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이는 잔뜩 자극받은 속을 달래준다.
겨울철 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 유지다. 식당을 나서기 전에는 반드시 옷깃을 여미고 목도리를 하는 등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급격한 온도 변화만 막아도 자율신경계의 교란으로 인한 급성 복통을 많이 예방할 수 있다. 설사는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없는 독소나 과잉 영양분을 밖으로 배출하려는 일종의 방어 수단이다. 맛있는 참치와 곱창에는 죄가 없다. 이번 연말 '기름장' 대신 '간장'을 선택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김 부장처럼 화장실에서 식은땀 흘리며 후회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참치나 곱창을 먹을 때 유독 설사를 자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주된 원인은 지방 과다 섭취와 소스에 있습니다. 참치 뱃살이나 곱창은 그 자체로 고지방 식품인데, 여기에 기름진 참기름장까지 듬뿍 찍어 먹으면 지방 섭취량이 장의 소화 한계를 초과하게 됩니다. 이때 우리 몸은 지방 분해를 위해 담즙산을 과도하게 분비하는데, 흡수되지 못한 잉여 담즙산이 대장으로 흘러 들어가 수분 분비를 촉진하면서 설사(담즙산성 설사)를 유발합니다.
Q2. 술을 마시고 추운 곳에 나가면 왜 갑자기 배가 아픈가요?
A2. 이는 한랭 자극에 의한 자율신경계 반응 때문입니다. 따뜻한 실내에서 술을 마시면 혈관이 확장되어 있다가, 갑자기 찬 바람을 맞으면 체온 유지를 위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장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고 장이 스트레스를 받아 비정상적으로 경련(수축)하게 되는데, 이미 알코올과 음식으로 예민해진 장이 강하게 반응하여 급박한 설사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Q3. 연말 회식 자리에서 설사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A3. 가장 쉬운 방법은 소스를 바꾸는 것입니다. 기름진 안주를 먹을 때는 참기름장 대신 간장이나 소금을 찍어 드세요. 또한 상추나 깻잎 같은 쌈 채소를 많이 섭취해 지방 흡수 속도를 늦추고, 술 한 잔에 물 한 컵을 마셔 알코올 농도를 희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식당을 나설 때는 목도리 등으로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 주세요.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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