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400명 목표 불구 전국 10명뿐… 현장선 “정책과 현실 괴리” [심층기획-외국인 돌봄노동 시대]
고령화 시대 ‘돌봄 인력’ 확보 위해
자격증 취득·노인 복지시설 취업 땐
2024년 6월부터 전문인력 비자로 변경
유학생들 취업난 끝에 요양사 길로
정부, 교육비 환급 실질적 지원 전무
높은 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도 발목
“인력 모집 아닌 인재 유치 접근 필요”
“할머니, 간식 먹으세요.”
지난달 11일 오후 3시 경기 용인의 한 노인요양시설 2층 ‘맑은 1호’. 한 요양보호사가 누워있던 할머니들을 깨우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간식 시간이라 손에는 바나나가 들려 있었다. 그의 이름은 찬티안(26). 베트남에서 온 20대 청년인 찬티안은 입소 중인 80대 노인 최말순(가명)씨를 천천히 일으킨 뒤 바나나 껍질을 벗겨 직접 먹여 드렸다. 간식 시간이 끝난 뒤에는 “심심하다”는 한 노인과 함께 그림책을 펼쳐 시간을 보냈다. 말투도 행동도 아직은 어색해 보였지만, 노인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연 400명 목표…현실은 단 10명
이들을 포함해 유학생 출신의 외국인요양보호사는 전국에 단 10명. 정부는 돌봄 인력 절벽 속에 요양보호사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노인복지시설에 취업하면 연간 ‘400명’에 한해 D-2(유학)∙D-10(구직) 비자를 E-7(전문 인력) 비자로 변경해주는 ‘외국인 유학생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제’를 시행 중이다. 올해 8월에는 전국 24개 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지정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넘도록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는 14명에 그치며, 이 중에서도 현직에서 근무하는 유학생은 10명뿐이다. 목표 대비 4%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본지 취재진은 이들 중 부티늉과 찬티안, 아프리카 말리 국적의 파티 마타(27)까지 3명의 유학생 출신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만나 먼 타지에서의 ‘요양보호사의 삶’을 들었다. 이들은 모두 국내 대학 졸업 이후 취업난을 겪다가 비자 취득을 위해 요양보호사로 눈길을 돌렸다. 낯선 업무 환경에서 문화 차이와 소통 문제를 겪는 와중에도 보람을 찾기 위해 애쓰는 이들은 “지원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6년 전 베트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부티늉은 한국 체류 경험이 있던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 땅을 밟았다.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를 졸업한 그는 무역업계의 문을 두들겼지만 언제나 돌아온 건 탈락 통보였다. 6개월간 낸 지원 서류만 70∼80개였다. 서울 피부과에서의 통역 업무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결국 전공 관련 직종의 취업을 포기한 그는 곧 만료될 구직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7 비자를 주는 요양보호사를 선택했다. D-10 비자는 최대 3년까지만 연장되지만, 장기 취업이 가능한 E-7 비자는 취득 후 5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부티늉은 “대학을 졸업한 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며 “한국에 더 머물고 싶은 상황에서 요양보호사를 하면 비자를 준다고 말에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예원예술대 융합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해 올해 2월 자격증을 취득한 파티 마타도 2023년 졸업 뒤 2년이 넘게 취업의 높은 벽을 체감했다. 고국인 말리에서도 어르신들과 지내는 일이 즐거웠던 그는 우연히 외국인 요양보호사 취득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지난해 같은 나라 국적의 남편과 한국에서 결혼해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비자가 절실했던 그는 어느덧 경력 10개월 차 요양보호사가 됐다.

이들에게는 실습 과정부터 자격증 취득과 취업까지의 여정도 순탄치 않다. 노인들을 돌보는 일은 버겁고, 부담스러운 생활비와 주거비는 낮은 급여로 감당하고 있다.
능숙한 한국어 덕분에 2개월 만에 자격증을 얻은 파티 마타는 경기 동두천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에 일자리를 얻기까지 9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어려서, 외국인이어서, 흑인이어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부티늉은 요양보호사 업무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다. 부티늉은 “서울에서 실습할 때 어느 어르신이 배변을 했다. 냄새가 나서 도망갔다. 처음 경험했던 일이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센터에서 7명이 함께 수료했는데, 지금 일을 하는 외국인은 3명만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얻는 기쁨과 보람찬 순간도 있다. 찬티안은 “함께 일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대해 줘 즐거울 때가 많다. 노인분들도 정겹게 말해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들을 채용한 요양기관 측은 만족감을 드러내며 “제도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원 회장은 “이곳 요양원에 있는 내국인 요양보호사 중 50대가 막내였다”며 “세대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젊은 사람이 와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비자만 확대했을 뿐,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위한 지원은 미비하다”며 “주거 비용의 일정 부분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자격증을 취득한 외국인이 서둘러 취업을 할 수 있도록 E-7 비자 발급 시간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현장에서 외국인 유학생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교육업체들은 정부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체감한다고 지적한다. 요양보호사교육원 코리아케어의 한종수 대표는 “교육부와 복지부는 현장 인력난을 우려하는데 대학은 외국인 학생이 졸업한 뒤 취업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요양기관은 여전히 외국인 채용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각 영역이 따로 움직여 외국인 돌봄 인재가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도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정책 목표를 ‘외국 인력 모집’에서 ‘인재 유치’로 확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외국 인력을 모셔온다는 개념이 필요하다”며 “외국인을 향한 차별, 요양보호사 업무가 고된 일이라는 인식 등이 함께 개선돼야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돌봄 노동 분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부터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내국인 경우 내일배움카드로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고, 6개월 이내에 돌봄서비스 분야에 취업해 6개월 이상 근무하면 교육비의 90%인 선납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반면 외국인의 경우 금액을 지불하며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자격을 딴 뒤 일을 하지만, 전혀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는 “내국인 환급금 지원도 지난해부터 ‘6개월 이내 취업’ 요건이 생겨 교육업체들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외국인은 실질적 지원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장한서·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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