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시] 얼음장 같은 숙소…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겨울

박종현·최윤호 2025. 12. 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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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식 제공이라면서 자다가 얼어 죽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지난 10월부터 경기도 내 한 식품제조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네팔 국적의 이주노동자 A(25)씨는 지름 50㎝ 크기의 온열기 하나에 의존해 차디찬 겨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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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에 구멍 뚫린 철제 컨테이너
방한 안 돼 외부온도와 차이 없어
흙·얼음 뒤덮인 샤워장 등 열악
연장근무 강요도 인권 사각지대
현장·안전 관리 뒷전 대책 시급
5일 경기도 내 한 식품제조업체 공장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컨테이너 숙소 내부. A씨는 이곳에서 온열기 한 대에 의지해 겨울을 버티고 있다. 사진=A씨 제공

"숙식 제공이라면서… 자다가 얼어 죽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지난 10월부터 경기도 내 한 식품제조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네팔 국적의 이주노동자 A(25)씨는 지름 50㎝ 크기의 온열기 하나에 의존해 차디찬 겨울을 보내고 있다.

'숙식 제공'이라는 말에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근무를 시작했지만, 그가 제공받은 숙소는 제대로 된 난방은커녕 전기장판조차 마련되지 않은 철제 컨테이너 숙소이다.

지난 5일 취재진이 찾은 그가 생활하는 컨테이너의 천장 한쪽에 달린 환풍기는 작동하지 않으면서 바람이 새는 구멍으로 방치돼 있었고, 고용주가 '사용하라'며 방에 놓여진 전기난로는 고장 난 상태였다.

컨테이너 내부는 방한이 전혀 되지 않아 외부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의 온도였다. A씨가 잠을 자는 침대에는 추위를 버티기 위한 5~6장의 이불이 쌓여 있었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샤워장은 더 열악했다. 온수가 나오고는 있었지만 수압이 무척 약해 사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으며, 바닥은 흙과 얼음으로 뒤덮인 채였다. 널어놓은 빨래는 이미 얼어붙어 채 펴지지도 않았다.
5일 경기도 내 한 식품제조업체 공장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컨테이너 숙소 내부. A씨는 이곳에서 온열기 한 대에 의지해 겨울을 버티고 있다. 사진=A씨 제공

A씨는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한 이주노동자 지원 사이트를 보고 해당 업체에 지원하게 됐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상황이 이렇지만 사장은 현장 및 안전관리에는 뒷전으로, 항상 다른 곳에 가 있어 불만을 말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악한 환경 속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20년 포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행(31) 씨가 숙소인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추운 날씨 속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의 거처가 사회적 논란이 됐다. 당시 포천은 영하 20도의 강추위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열악한 주거환경 이외에도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은 채, 연장근무를 강요받고 있었으며, 안전교육 등을 받지도 못한 채 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외국인인 A씨로서는 타지에서 마땅히 도움을 청할 방법도 제대로 모르는 처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주노동자가 해당 사업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먼저 고용노동부에 '고용변동' 신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 같은 방법이 어려울 경우 본인이 직접 노동부를 찾아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최윤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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