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첫눈 남은 서울 시장, 겨울과 맞서는 상인들

전날 내린 눈...얼어붙은 시장 골목
상인 "눈치우고 얼음 깨는게 하루 시작"
방한용품, 따뜻한 어묵 국물찾는 손님들

서울에 첫눈이 내린 다음 날인 지난 5일 오전 마포구 공덕시장 골목에서 한 상인이 눈을 치우고 남은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출근하자마자 장갑 끼고 눈 치웠어요"
지난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 입구. 전날 서울 전역에 내린 첫눈이 채 녹지 않아 바닥은 반쯤 얼어 있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씨(62)는 전날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치운 뒤 장갑을 털며 이렇게 말했다. 상점 앞에는 박씨가 눈을 치우고 만든 눈사람이 남아 있었다. 좁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상인들은 빗자루로 얼음을 긁어내며 가게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음길 위로 손님들이 조심스레 발을 디디며 지나갔고, 일부는 발끝으로 바닥을 눌러보며 미끄럽지 않은지 살폈다.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의 기온은 영하 0.7도, 체감온도는 영하 4도 안팎이었다. 시장 골목 곳곳에는 치워둔 눈더미가 그대로 얼어붙었고, 물건을 실은 오토바이와 손수레는 속도를 늦춘 채 움직였다. 한 상인은 "아침엔 길이 완전히 얼어 장사보다 치우는 게 일"이라며 "사람이 넘어질까 눈이 녹아도 계속 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아현시장은 공덕시장보다 바람은 덜했지만 공기는 더 차가웠다. 지붕이 덮인 중심 통로엔 눈이 쌓이지 않았지만, 양옆에는 녹다 남은 눈이 얼어붙어 있었다. 패딩을 입고 장을 보러 나온 한 시민은 "밖은 너무 추워서 오래 못 다니겠어요"라며 장갑을 집었다. 옷가게 주인 A씨(50대)는 "요즘은 김장용 털조끼를 색깔별로 찾는 젊은 손님이 많다"며 "추위가 시작되니까 방한용품이 제일 빨리 나간다"라고 말했다.

시장 안쪽 떡집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상인이 시루떡을 꺼내놓자 따뜻한 떡 냄새가 시장 안에 퍼졌다. 지붕 밖에서 불어오는 찬바람과 안쪽의 정적인 따뜻한 공기가 묘하게 대비됐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손님들이 모자를 시착하고 있다. 한켠에는 시장 상인들이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이는 모습. 사진=최승한 기자

다음 날인 6일 점심 무렵,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중심거리는 인파로 붐볐다. 시장 통로의 눈은 대부분 치워졌지만 골목마다 쌓인 눈더미가 남아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과 손수레를 미는 상인들이 골목을 오갔고, 상인들은 발을 구르거나 난로 앞에서 몸을 녹였다. 이날 낮 12시 서울 기온은 2.7도, 체감온도는 0도 안팎이었다.

방한용품을 파는 상점 앞에는 손님들이 모여 목도리와 장갑을 골랐다. 과일과 캐릭터 인형, 가방을 파는 점포도 붐볐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길거리 음식 노점이었다. 쉴 새 없이 시장을 오가는 사람 사이에서 시장 방문객들은 노점 앞에 자리를 잡고 어묵을 먹고, 상인들은 꼬치를 연신 뒤집었다. 어묵을 파는 B씨(60대)는 "춥긴 해도 이런 날씨엔 따뜻한 국물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점심부터 계속 꼬치를 채워 넣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여행 온 천웨이린(28)은 "운 좋게 첫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추워도 시장 구경은 포기할 수 없다"라고 웃었다.

기상청 주간예보에 따르면 7일 서울의 기온은 최고 12도까지 치솟았다가 8일에는 다시 영하권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의 길거리 음식 노점에서 손님들이 추위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