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들고 이직한 임원이 '직업 선택의 자유' 주장한다면… [질문+]

조준행 변호사, 강서구 기자 2025. 12. 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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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한 방편 중 하나가 '경업競業금지약정'이다.

회사는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근로자와 경업競業금지약정을 체결하곤 한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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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일상에 필요한 法테크 | 경업금지
퇴사 후 경쟁업체 취업한 회사 임원
회사의 기술 담긴 자료 모두 삭제해
경업금지약정 위반 가능성 매우 높아
노동자 권리 과하게 침해할 땐 무효

회사의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한 방편 중 하나가 '경업競業금지약정'이다. 월급을 받고 취득한 영업비밀은 회사 소유라는 거다. 그런데 이런 비밀을 가지고 경쟁업체에 취업하는 근로자는 생각보다 많다. 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씨는 공장용 보일러 설계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B회사에 임원으로 입사해 보일러 설계를 전담했다. A씨의 컴퓨터에는 보일러 설계도가 저장돼 있었고, 다른 사람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렇게 축적된 제작기술은 회사 입장에선 하나의 노하우가 된다. 그래서 B회사는 A씨가 입사할 때 '2년 동안은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그런데 A씨는 돌연 B사를 퇴사한 후 바로 경쟁업체에 취업했다.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설계도를 복사했고, 컴퓨터에 남아 있던 자료는 모두 삭제해 버렸다.

B사 대표는 담당 임원이 퇴사해 경쟁업체로 가고, 그동안의 노하우가 담겨 있는 설계도마저 사라지자 망연자실했다. 그래서 A씨를 상대로 제재조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

답을 찾기 전에 원론부터 이야기해야겠다. 회사는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근로자와 경업競業금지약정을 체결하곤 한다. 퇴직 후 일정기간 경쟁업체에 취직을 하지 못하거나 경쟁업체를 창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에 재직하면서 회사의 월급을 받고 취득한 영업비밀은 단순히 근로자의 노력만으로 얻었다고는 할 수 없다. 회사로서는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정당한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

경업금지약정 무조건 유효할까이런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로봇청소기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전직 연구원들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한 어느 가전 업체의 사례를 들어보자. 전직 연구원은 핵심기술이 저장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몰래 빼낸 뒤 퇴사한 후 이를 브로커에게 넘겼다. 이는 영업비밀 보호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업금지약정은 무조건 유효할까. 사용자와 근로자간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은 원칙적으로는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다만 예외적인 부분은 존재한다. 내용을 보자.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본다."

[자료|경찰청, 참고|2020~2024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업금지약정이 있더라도 헌법상 노동자에게 보장된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건데, 대법원은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을까. 대법원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보호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게 대가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쯤에서 대법원이 밝힌 기준을 앞서 언급한 사례에 적용해보자. A씨는 B사의 임원 대우를 받으며 독자적으로 보일러 설계업무를 담당했다. 그렇게 축적된 설계 기술은 B사의 영업상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설계 자료를 가지고 나가 경쟁업체에 취업했다면 이는 B사의 영업상 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이를 금지하고자 했던 경업금지약정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기 어렵다. B사는 A씨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iamg1000@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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