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너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어”…확산되는 ‘탈엔비디아’ [뉴스 쉽게보기]

산업 지형을 크게 바꿔 놓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빼놓을 수 없어요. 챗GPT가 세계를 사로잡은 뒤 엔비디아는 AI 학습과 운용에 필수적인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선점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어요.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도 AI 반도체 덕분이었죠. 이런 분위기는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말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돈이 되는 곳엔 금세 경쟁자가 등장하게 마련인가 봐요. AI 산업의 시장 구조에도 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AI 반도체 업계가 곧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그래서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GPU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당시 컴퓨터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건 CPU(중앙처리장치)였어요. CPU는 컴퓨터의 중심에서 모든 데이터를 계산하고 처리하는 반도체였으니까요.
하지만 CPU는 데이터 연산 능력이 뛰어난 대신,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어서 모니터에 정교한 그래픽을 표시해 주는 데에는 불리했어요. 게임이나 영상을 모니터에 띄우는 건 컴퓨터가 연산한 값을 모니터에 표시하는 과정이에요. 모니터는 아주 작은 ‘화소(픽셀)’로 이뤄져 있고, 수백만 개의 화소 하나하나가 컴퓨터 신호를 받아들여 전체 이미지를 만들어 내요. 수백만 개의 화소에 동시에 신호를 보내기에 CPU의 ‘한 번에 하나씩’ 일 처리 방식은 잘 맞지 않겠죠.
젠슨 황은 CPU의 이런 약점을 고려해 GPU를 개발했어요. CPU에 비하면 비교적 단순한 일밖에 못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수많은 화소에 동시에 신호를 보내기 쉽게 만든 거예요.

GPU가 AI 학습과 운용에 적합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로는 그야말로 ‘엔비디아 천하’가 펼쳐졌어요. 주가 급등으로 순식간에 세계 시가총액(전체 주식 가치의 합) 1위 회사가 됐고, 전 세계 거대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려고 줄을 섰죠.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난 뒤 대규모 GPU 우선 공급을 약속받았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거예요.

하지만 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을 갖춰 ‘빅테크’로 불리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 상황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어요. GPU에 의존하지 않고 맞춤형 반도체(ASIC)를 직접 개발해서 쓰기 시작한 거예요.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는 특정 용도에 쓰기 위해 설계한 반도체를 말해요. GPU가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후 AI에 활용됐다면, ASIC는 처음부터 AI 학습에 쓸 용도로 만들 수 있어요.
최근 구글은 챗GPT의 성능을 따라잡은 것으로 알려진 AI 모델 ‘제미나이 3’를 공개해 주목받았는데요. 이때 AI 모델만큼 주목받았던 게 구글의 ASIC인 TPU(텐서처리장치)예요. 행렬이나 벡터 등을 아우르는 수학적 개념인 ‘텐서’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렇게 이름 붙인 것으로 보여요.

구글이 최근 공개한 7세대 TPU인 ‘아이언우드’는 업계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블랙웰’보다 기술적으로는 뒤지지만, AI 개발에 쓸 때 효율이 높다고 해요. 최신 GPU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성능에 전력은 훨씬 덜 쓴대요. AI 개발에 TPU를 쓰면, GPU 대비 35%~80% 비용이 절감된다는 분석도 존재해요.

AWS는 트레이니엄3의 특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을 꼽았어요. AI 모델의 학습과 운영 비용을 비교해보면, 엔비디아 GPU 대비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게 AWS의 설명이에요. 트레이니엄3는 최근 AWS의 일부 데이터센터에 설치됐고, 내년 초까지 빠르게 적용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해요. 차세대 제품인 트레이니엄4 개발도 이미 진행 중이래요.
이외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손잡고 자체 반도체를 내년 말쯤 생산할 계획이에요. 메타는 자체 AI 반도체인 ‘MTIA’를 개발해 AI 개발과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고,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 또한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자체 개발한 반도체로 AI 개발을 해왔어요.
이런 기업들이 직접 개발한 ASIC를 고도화하면, 자체 AI 개발이나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주요 기업들에 판매할 수 있게 돼요. GPU가 너무 비싸진 데다, 전력 효율도 TPU가 더 좋으니까요. 비용이 최대 80%까지 싸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성능이 좋은 ASIC가 늘어날수록 엔비디아의 독보적 점유율은 점점 낮아질 가능성이 커요.
엔비디아 중심으로 굴러가던 AI 관련 반도체 생태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반도체를 TSMC가 생산해서 두 기업의 지위가 독점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여러 업체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겠죠.
만약 TPU 같은 ASIC 생산과 판매 시장이 커지더라도, 대표적인 HBM 공급사인 SK와 삼성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요. GPU처럼 TPU에도 여러 개(1개당 6~8개)의 HBM이 들어가거든요.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사로 자리 잡은 SK에 비해 HBM 시장에서 고전 중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고요. HBM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도, TPU 등 ASIC의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직접 수주할 가능성도 존재해요. 이미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엔비디아의 물량 탓에 생산 여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져요.
GPU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로 떠들썩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세계는 대안을 찾아 움직이고 있어요. 워낙 전문적인 분야여서 누구의 전망이 맞을지도 쉽게 예상하기 힘든데요. 우리 삶을 극적으로 바꿔 놓을 AI 생태계의 변화, 꾸준히 지켜볼 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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