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입원으로 보험 신청했다가 지급거절, 사례 많다

박정렬 기자 2025. 12. 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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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보험금 지급거절 건수/그래픽=이지혜


#. A씨는 지난해 말 가슴 두근거림 증상으로 지역 응급실을 찾았다. 부정맥이 의심돼 증상 조절 후 3시간 만에 퇴원했다. A씨는 만약을 대비해 올해 초 실손보험에 가입했는데 당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반년 만에 심장 문제로 혈관 시술받고 보험료를 신청하자 보험사 측에서 "입원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며 지급을 거절당했다.

응급실은 외래와 입원을 구분 짓기 어려운 공간이다. 짧게 머물다 금방 퇴원하니 외래 진료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응급실은 '시간'이 아닌 '중증도'로 외래와 입원을 구분한다. 자신이 입원 처리된 줄 모르고 실손보험에 가입하거나 나중에 보험료 지급을 신청하면 보험사로부터 거절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머니투데이가 5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응급실 2곳에 문의한 결과 A씨처럼 응급실 이용에 따른 보험 가입,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의 민원이 매달 1~2건은 접수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실은 검사·진료 시간이 짧아도 중증도가 높고 침상을 배정받으면 외래가 아닌 입원에 준해 행정업무가 처리된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KTAS) 상 중증 이상인 1~3등급이면서 침대에 누우면 입원, 경증인 4~5급은 외래에 맞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기 때문이다. 경증인데 응급실에 가면 비싸고, 중증일 때는 저렴한 이유다.

하지만, 응급실 진료도 외래와 입원이 구분되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른 '보험 분쟁'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종합병원 관계자는 "보험사로부터 입원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며 '짧게 응급실을 다녀갔는데 왜 입원이냐, 영수증을 외래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며 "보험사가 돈 달라니까 인제 와서 딴소리한다며 억울해하는 환자도 많다"고 답답해했다.

입원, 수술, 투약, 질병 진단 여부 등 건강 상태는 보험 계약 시 가입자가 보험사에 알릴 의무(고지의무)가 있다. 이를 토대로 보험사는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높여 받는다. 고지의무 항목은 3개월, 1년, 5년 이내 입원·수술 여부 등이다. 고지의무를 위반하면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보험 가입자가 응급실 진료를 입원이라 여기지 못하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 가입을 못 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할 수 있다.

보험사마저 응급실 외래와 입원 기준을 잘 모른 채 가입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보험사는 기자에게 "KTAS 1~3등급이면서 6시간 이상 체류가 고지의무 상 입원 기준"이라 안내했다. 응급실은 시간이 아닌 중증도가 입원·외래 판단 기준이 된 지 10년가량 됐는데도 여전히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상 입원의 정의인 '6시간 이상 체류'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진료비 영수증 상단 외래, 입원을 통해 해당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보험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응급실 이용 후 영수증을 살펴봐야 한다. 모든 병원 영수증은 외래와 입원 중 하나에 체크가 돼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홈페이지 '내 진료정보 열람'에서 최대 5년까지 의료기록을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험 가입 환경이 환자·소비자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거절 건수는 2022년 기준 생명보험 4521건, 장기손해보험 1만3579건으로 각각 전체의 38%, 10%에 달한다. 외래·입원을 둘러싼 보험 분쟁이 증가하면서 금융감독원은 2023년 응급실이나 당일 입원 검사와 같이 '1박 이상' 체류하며 치료받지 않는다면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각 보험사 등에 고지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응급실에 대한 외래 입원 처리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보험사가 각각 자의적으로 기준을 만들긴 어려워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외래, 입원 이외에 '응급'을 별도 구분해 혼란을 줄이고 금감원은 사전 고지 항목에 이를 반영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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