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전쟁’으로 만드는 변호사들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2025. 12. 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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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가해 학생을 형사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학폭’ 전문 변호사가 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A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였다. 아들이 친구와 장난치며 놀다가 다쳤다고 했다. 폭행이나 싸움으로 볼 상황은 아니었다. 가해 학생의 부모는 A에게 거듭 사과했고 병원비 부담도 약속했다.

그런데 아들의 치료가 길어질수록 가해 학생 부모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연락이 잘 안 되고 병원비 보상도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A는 가해 학생 부모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다.

A는 나를 찾아오기 전에 ‘학폭’ 전문 변호사라는 사람에게 먼저 상담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뜸 이렇게 말하더란다. “사건을 빨리 학폭 사건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가해 학생을 형사고소하고, 그 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하자고 했단다. 그래야 큰돈을 빨리 받을 수 있다고. A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찾아온 것이었다.

B는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였다. 분진과 유해 물질이 많은 공장에서 일을 했던 터라 산업재해(업무상 질병)가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같은 공장에 다른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도 있었다. 다행히 회사는 아픈 만큼 쉬게 하고 작업환경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산재 인정을 받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변호사를 찾았다고 했다.

B 역시 내게 오기 전 ‘산재’ 전문가로 알려진 변호사를 먼저 만났다고 했다. 그 변호사는 대뜸 ‘중대재해처벌법’ 얘기를 하며, 사업주를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하자고 했다. ‘산재는 일단 걸어놓고 협상 카드로 쓰면 된다’고 했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고 나서 사업주와 합의를 보는 것이 더 수월해졌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나는 A에게는 합리적인 보상액을 먼저 산정해서 가해 학생 부모에게 내용증명부터 보내볼 것을 권했다. B에게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은 일단 접어두고 산재보상 신청부터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분명히 말했다. 그 전문 변호사들은 다 피하시라고.

이유를 묻는 A에게 나는 형사고소장이 날아든 교실 풍경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경찰이 가해 학생을 소환하고 아들의 다른 친구와 교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할 때, 학교에서 아들의 입장이 어떠할지도 생각해보라고 했다. 고소장과 소장을 받아 든 가해 학생 부모한테 꽤 높은 금액의 합의금을 제시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많은 돈을 받아내는 게 정말 원하는 해법인지 물었다. A는 그럴 리 없다고 했다.

‘○○ 전문 변호사’의 함정

B에게는 무엇보다 본인의 질병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되고 악화될지 알 수 없으므로 산재 승인을 받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그렇게 되어야 사업장 관리에도 신경을 더 쓰고 동료 노동자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에게 다짜고짜 고소장이나 소장을 보내면 그건 곧 싸우자는 것이고, 그러면 업무상 질병 판정 절차에서 회사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 합의도 안 되고 산재 승인도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랬더니 B는 ‘산재’ 전문 변호사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왜 그렇게 조언했는지 내게 물었다. 순간 말이 좀 세게 나왔다. “합의금 장사 하려나 보죠. 나쁜 변호사예요, 그 사람.”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재보상을 협상 카드쯤으로 여기는 태도에 더 화가 나서 그랬다.

‘○○ 전문 변호사’라고 알려진 이들 중에는 그 분야에서 싸움을 키우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곧 전문성이고 전략이며,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하는 변호사들이다. 변호사 업계에는 싸움이 커질수록 돈을 많이 버는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올바른 해결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원만하게 해결되었을 법한 갈등이 변호사로 인해 싸움이 되고 전쟁이 되는 경우를 왕왕 본다. 그런 변호사는 무조건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삶이 전쟁터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임자운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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