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몰아붙이는 중국…항공운항 900편 중단, 日 가수 공연도 줄줄이 취소

박대원 일본 통신원 2025. 12. 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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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화하는 ‘한일령’…일본, 관광·엔터 산업 ‘중국 의존도 낮추기’로 대응

(시사저널=박대원 일본 통신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1월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고 발언한 이래 중·일 관계 경색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1월14일, 일본의 '치안 악화'를 이유로 자국민의 일본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이른바 '한일령(限日令)'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15일부터 중국 국제항공, 중국 남방항공, 중국 동방항공이 일본행 항공권의 무료 취소 지원에 나서면서,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ChatGPT 생성이미지

노무라연구소 "한일령에 1년간 17조원 손실"

일본 정부의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820만 명으로 집계된다. 중국 국적의 방일 외국인 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만큼 '한일령' 장기화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계속될 경우, 일본의 관광산업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의 숙박 예약이 절반 이상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중국 기업이 운항하는 크루즈선의 기항지가 일본에서 한국 및 동남아로 변경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2월에 예정되어 있던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은 5548편 중 16%에 해당하는 904편이 결항됐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추세가 현저한 가운데, 일본 관광업계 및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2026년 2월)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 수가 대폭 늘어나는 '춘절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의 '한일령'이 2012년 9월 도쿄도가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를 매입하며 '국유화'에 나선 이후 중국 정부의 '한일령'으로 1년간 중국인 관광객이 약 25% 감소했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영향력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일본 경제에 약 1조7900억 엔(약 17조원) 규모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0.3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2월3일에는 나가노·기후·시즈오카·아이치·미에 등 5개 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제단체인 추부경제연합회의 가쓰노 사토루 회장이 정례회견을 열고 "중·일 간 경제 및 비즈니스 상호 교류에 영향이 생길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관광, 소매업, 숙박업을 중심으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련 동향을 주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일 양국 정부가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층 강화하고 현안 해결을 향해 공통 견해를 발견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정지하며 사실상 수입 제한 조치를 재개한 상황에서 중국의 대일 강경 조치가 희토류 수출 규제 및 기타 일본산 제품의 수입 금지 등으로 이어질 경우 중·일 마찰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의 방일 감소를 관광 정책의 재검토 계기로 삼아야 한다거나, 관광 수요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전부가 아니라는 냉정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월30일자 사설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 의존하는 관광 사업은 위험하다"면서 동남아시아나 유럽 국가 등으로 관광 수요를 분산하는 등 안정된 관광산업 조성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명 관광지인 교토의 아라시야마에서 선물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한일령'에 대해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도 많고,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며 "(중국인의) 방일이 금지된 것도 아니고 (중국 정부의 대응 조치에) 신경 쓰지 않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도쿄의 아사쿠사에서 인력거 운행에 종사하는 30대 남성은 "특별한 영향은 없다. 정치와 관광을 분리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밝혔다. 도쿄도에 거주하는 20대 여성도 '한일령'에 대해 "경제적인 영향은 물론 있을 것 같다"면서도 "매너가 좋지 않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은 좋은 일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적을 때 국내 여행을 더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 관광)으로 인해 국내여행을 기피해온 일본 국민의 국내여행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 유입국 다각화에 박차 가하는 일본

중·일 관계 냉각의 영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1월28일에는 가수 오오쓰키 마키가 상하이에서 유명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제가를 부르던 도중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일본의 유명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상하이 콘서트가 돌연 중지되며, 1만4000석 규모의 콘서트장에서 무(無)관객으로 콘서트가 진행됐다. 중·일 관계 악화가 문화산업에까지 파급되는 가운데, 대만 타이베이 장완안 시장(장경국 전 총통의 손자)은 일본 가수가 타이베이에서 공연을 개최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한일령'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지 재개 이후,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이 일본산 수산물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일 갈등을 기회로 일본에서의 대만 입지 강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대일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12월2일 참의원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렌호 의원이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도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면서 '한일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가네코 야스시 국토교통상은 "중국뿐 아니라 인바운드(외국인의 일본 여행) 전체, 국내여행 동향도 감안해 (한일령의)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토교통성으로서는 여러 국가나 지역으로부터의 방일을 촉진하기 위해 전략적인 방일 프로모션 실시 및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인바운드 시장 다양화 추진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일본 정부는 방일 외국인 전체에서 중국인 비중이 2019년 30%에서 2024년 19%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유지하면서 관광객 유입 채널을 다양화함으로써 관광 분야의 '대중국 의존 탈피'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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