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 보여주나'…유명 아이돌까지 '관찰 예능' 하는 이유 [김소연의 엔터비즈]

김소연 2025. 12. 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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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저도 고민이 많아요. 너무 다 노출하는 건가 싶고요. 그런데 출연료를 생각하면 외면하기 힘들어요. 저뿐 아니라 저희 가족들도 다 따로 출연료를 받거든요. 그 액수가 상당하고요."

과거 신비주의를 고수했지만, 최근에는 유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까지 모두 출연시키며 활동하고 있는 한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의 고백이다. 그는 최근 결혼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신비주의가 톱스타의 미덕이자 생존 전략이었던 시절은 끝났다. 바야흐로 '대(大) 노출의 시대'다. 단순히 집을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부부 싸움, 고부 갈등, 심지어 이혼 소송 중인 과정까지 콘텐츠가 된다. SBS '동상이몽' 시리즈는 결혼한 부부의 생활 속 갈등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이끌며 장기적인 팬층을 확보했고,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은 가족 간의 언쟁, 육아 방식, 부부의 생활 패턴을 그대로 담아 논란과 흥행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TV조선 '아내의 맛' 시리즈는 일상 장면과 가족 관계를 과도하게 연출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됐지만,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은 각 방송사마다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유튜브까지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가족을 한 번이라도 공개하지 않은 유명 연예인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비주의? 촌스러워"…고현정부터 한가인까지, 봉인 해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철저하게 사생활을 감춰왔던 톱스타들의 변심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배우 고현정이다. 과거 작품 외에는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했던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브이로그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민낯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간식으로 젤리를 먹으며 소탈하게 웃는 모습을 공개한 후 "친근하다", "힙하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이는 광고계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배우 한가인 역시 예능을 통해 '봉인 해제'된 케이스다. 데뷔 초부터 '청순의 대명사'로 불리며 신비주의 노선을 걸었던 그는 tvN '텐트 밖은 유럽',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털털하고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며 '예능 퀸'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오늘날의 트렌드임을 간파했다. 꽁꽁 숨기보다 '진짜 나'를 보여줌으로써 팬덤을 확장하고, 활동 영역을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옛말…'불화'와 '갈등'이 돈 되는 시대

문제는 노출의 수위가 '일상 공유'를 넘어 '갈등 전시'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토크쇼에 나와 "우리 남편이 이랬어요"라며 에피소드를 전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관찰 예능 카메라가 안방 깊숙이 들어와 날 것 그대로의 싸움을 중계한다.

특히 방송인 함소원과 중국인 전 남편 진화는 '아내의 맛' 출연 당시 조작 논란이 일 정도로 극심한 부부 갈등과 고부 갈등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매회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출 논란으로 하차한 후에도 함소원은 진화뿐 아니라 시어머니까지 자신의 SNS를 통해 노출하며 인플루언서로 함께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이혼 과정까지 예능의 소재가 된다. TV조선 '이제 혼자다'에 출연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동석은 박지윤과의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방송에 나와 심경을 토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배우 이범수의 아내 통역사 이윤진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부 갈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다.

FT아일랜드 최민환과 그룹 라붐 출신 율희는 '살림하는 남자들'을 통해 육아 일상을 공개했으나, 이혼 후 서로를 향한 폭로전을 이어가며 과거 방송 장면들이 '성지순례' 영상으로 소비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왜 다 보여주나?…회당 수천만 원 '출연료'와 'N차 수익'의 유혹

연예인들이 사생활 침해의 위험을 감수하고 관찰 예능과 유튜브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경제적 보상'이다. A급 스타 가족이 관찰 예능에 출연할 경우, 회당 출연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 선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 본인뿐 아니라 가족 개개인에게도 수백만 원대 출연료가 지급된다.

한 관계자는 "드라마나 영화는 제작 편수가 줄어 캐스팅 기회가 좁아진 반면, 예능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회전율이 빠르다"며 "가족 예능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까지 출연료를 받을 수 있어 수익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출연료는 빙산의 일각이다. 진짜 (수익은) 방송 이후 따라오는 광고 등 'N차 수익'에 있다. 방송을 통해 쌓은 인지도는 곧바로 광고 섭외, 개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 유입으로 이어진다.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조회수 수익과 PPL(간접광고) 단가는 "부르는 게 값"이다.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면 가전, 식품, 육아 용품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될 기회가 늘어난다. 결국 사생활 공개는 일종의 '고수익 투자'인 셈이다.

방송사 제작 구조의 변화도 사생활 노출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방송사는 예능 경쟁력 약화와 비용 상승으로 인해 스타 개인의 스토리에 더 밀착하는 방식으로 편성을 전환했다. 가족 리얼리티는 제작비 대비 관심이 높고, 시청자가 관계성에 몰입하기 때문에 재방, 클립 소비까지 꾸준히 일어난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더니"…사생활 상품화의 그늘

그러나 사생활 노출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성년자 자녀의 노출이다. 부모가 논란에 휩싸일 경우 TV 프로그램을 통해 노출된 아이들에게까지 같이 관심이 쏠리고, 활동에도 제약을 받게 된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며 언론에 호소하던 연예인들이 정작 스스로 가족을 콘텐츠의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리얼리티'라는 가면을 쓴 '연출된 상황'도 문제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갈등을 부풀리거나 조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는 것을 넘어, 연예인 본인의 신뢰도를 깎아 먹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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