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들고 선관위로”…尹 “부방대 수준돼야 부정선거 수사” [피고인 윤석열]㉝

"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부정선거·부패방지대', 줄여서 '부방대'란 단체가 있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설립한 이 단체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부정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지난 대선 당시 투표소에서 소란을 벌이는가 하면, 투표함을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자신의 선거운동에 '부방대'를 동원한 혐의로 최근 황 전 총리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이런 부정선거 단체가 '수사 전문가'로 둔갑해 법정에 등장했습니다. 발언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부방대'가 수사 전문가?…여전한 부정선거 음모론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문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계엄에 동원할 정보사 요원들의 정보를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쯤,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부정선거 관련 책자를 요약해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한 달쯤 뒤에는 '상황이 발생하면 선관위에 너희(정보사) 병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과 함께, 선관위 직원들을 위협할 야구방망이를 준비하란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지시는 비상계엄 당일 현실이 됐습니다. 문 전 사령관은 부하들에게 '실탄을 인당 10발씩 갖고 가라'고 지시했고, 정보사 대원 10명은 실탄 100발을 챙겨 선관위 서버실을 점거했습니다.
문 전 사령관의 증언을 듣던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아무리 뛰어난 군인이라도 부정선거를 조사하긴 어렵다고 항변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정선거 사건을 수사하거나 조사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이 선거 시스템을 자세히 알아야 하고, 중앙선관위, 특히 이 중앙선관위의 선거관리 전산시스템도 잘 알아야 하고, DB와 서버에 대한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고. 제가 볼 때는 부방대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전문가 변호사 정도 수준은 되어야. ...(중략)... 저희 원래 뜻은, 1년 전에 국정원에서 지적했던 사항들이 그래도 성의 있게 좀 보완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만 확인되어도, 이게 안 된다고 하면 여론화해서 투명하게 할 수 있게 한다는 거지, 군이 가서 뭘 한다는 게 근본적으로 불가능이란 말씀을 재판부에 드리고 싶어서….
'부방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애초에 부정선거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기에, 서버 보안 취약점이 개선됐는지 확인해 보려는 차원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부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선거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습니다.
이 주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도 이어졌지만,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대한 인식이 타당하다 볼 수 없다고 이미 못 박았습니다.
■"스스로 통제한 거 아니냐"는 尹, "책임 통감한다"는 서울청장
계엄 당일 밤 10시 48분, 국회는 경찰에 의해 전면 통제됐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출입을 요구하며 항의하자, 밤 11시 7분부터 출입증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 출입이 허용됐습니다.
하지만 포고령을 근거로 밤 11시 37분 다시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두의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지난 27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는 국회 봉쇄에 관여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또 해제하는 과정은 '경찰 스스로 판단한 게 아닌지' 따져 물었습니다.
김봉식 전 서울청장: 국회 출입증이 있는 사람은 출입시키되, 일반인들은 같이 들어가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니까 신분 확인을 잘해서 출입증이 있으면 출입시키라고 순차 지시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그러니까 서울청 내에서 법을 좀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한 거죠?
김봉식 전 서울청장: 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 결국 대통령이 지시해서가 아니라, 당시 시민들 모여서 안전조치를 강구하다가 증인과 조지호가 국회 출입을 차단하는 것으로 결론 내게 된 거네요?
김봉식 전 서울청장: 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국회 통제를 두고 김 전 청장에게 "임무를 다한 행동 아닌지" 물었습니다. "계엄 해제를 막으려고 통제한 건 아니지 않은지", "옳은 신념을 갖고 판단 한 게 아닌지" 추궁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일관되게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부하 직원들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고, 처벌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김봉식 전 서울청장: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많은 국민들과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직에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계엄이란 상황이 초유의 급박한 상황이다 보니까 제가 좀 더 체계적으로, 좀 더 사려깊게 판단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후회되고,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현장에 출동한 직원들은 지시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직원들에게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조지호 "尹, 월담 의원 다 체포하라 지시"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이 국회 통제를 넘어 의원 체포까지 지시했단 증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1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조 청장은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월담하는 의원들을 체포하라'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특검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으로 한 6차례 전화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어떤 내용의 통화였습니까?
조지호 경찰청장: 국회로 월담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걸 아셨는지, '월담하고 이런 의원들을 다 잡아라 체포해라' 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특검팀: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증인에게 전화로 '조 청장, 국회로 들어가는 의원들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말했습니까?
조지호 경찰청장: 그건 제가 워딩을 분명히 기억을 합니다.
조 청장은 "처음에는 국회를 통제하라 해서 법률 근거가 없어 안 된다고 했다"며 "나중에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로 월담하는 의원에 대해 '다 잡아라', '체포하라'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가 그것도 요즘 애들 말로 '씹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尹 구속 연장되나?…'평양 무인기 작전' 외환 재판 시작
윤 전 대통령이 받게 될 재판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이정엽)는 지난 1일 '평양 무인기 작전'과 관련된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재판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무인기를 보내 북한과의 긴장을 높이고, 이를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며 이들을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경우 성립되는 혐의입니다. 특검팀은 이들이 투입한 무인기가 실제로 평양 인근에 추락하면서, 군사기밀이 유출된 만큼 혐의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재판에서 내년 1월 18일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둔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 여부도 결정될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특검팀 요청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심문기일을 열기로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재판은 당분간 비공개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다수의 국가 기밀 노출이 예상되고 구두 변론, 증거조사 과정에서 국가기밀이 포함된 심리와 그렇지 않은 심리의 구분이 어려워 국가안전보장을 해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 반윤미 / 화면제공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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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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