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보내고 헬스도 술도 끊습니다”…뭐든 안해야 버티는 고물가 시대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 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5. 12. 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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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8월 저점찍고 오름세
고환율·유류세 할인폭 축소에
휘발유 경유 가격 최근 치솟아
작황 안좋아 먹거리 물가도 상승
미국·일본·스페인 등도 물가 오름세
최근 强달러에 수입물가 오른 탓
소비쿠폰 지급해도 소비 되레 줄여
정부, 치킨 중량표시제 도입 등 물가관리
석유류·농축수산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올라서 실질소비가 줄고 있는 모습 <챗GPT 그림>
국내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2.4%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전망치보다 높아진 수치입니다.

정부도 고환율이 영향을 일부 미쳤음을 인정했습니다. 정부과 한국은행은 향후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작황이 개선되면 휘발유 가격, 농산물 가격상승이 제한되면서 물가 상승폭도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다른 나라 사례도 참고해서 한번 분석해봤습니다.

2개월 연속 ‘2.4%’ 기록한 물가상승률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7.2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4% 올랐습니다. 지난 10월(2.4%)과 동일한 상승폭입니다.

지난 6∼7월 2%대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은 8월 1.7%로 내렸다가 9월 2.1%로 올라섰습니다. 그 이후 10~11월은 2.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소비자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5.6% 뛰며 전체 물가를 0.42%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석유류도 5.9% 오르며 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된 데다 고환율 요인까지 반영되면서 석유류 물가상승폭이 커졌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745원으로 전주 대비 15.3원 상승했습니다. 경유 판매가격은 23.9원 상승한 1660.4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7월(3.0%)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입니다.

어류·조개류가 속한 신선어개와 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4.1% 올랐습니다.

<제미나이 그림>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둘 다 동일하게 2.1%로 전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연말 들어 물가 상승률이 2.4%로 오르면서, 향후 당국의 고심이 커지게 됐습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엔, 향후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일 오전 한은에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높아진 환율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당국은 이를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중입니다.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역시 향후 물가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내심은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중입니다. 왜냐하면 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하향안정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强달러·美관세에 ··· 글로벌 주요국 물가도 ‘오름세’
하지만 안심할 처지는 아닙니다.

글로벌 주요국의 소비자물가가 일제히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전세계적으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강달러 현상이 수입물가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및 외신에 따르면 미국·일본·독일·스페인·한국 등 주요국에서 최근 3~5개월 사이에 소비자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올해 4월 소비자물가가 2.3% 오른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9월에는 3.0%까지 올랐습니다.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10월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3.1%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국 소비자물가를 파헤쳐보면 서비스물가 위주로 상승을 주도하다가 최근 몇 달 새 상품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수출입 업자가 미국 행정부의 관세를 자체적으로 감내해오다가 점점 한계에 부딪혀 발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관세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연준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단기간에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본도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해 다시 3%대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쌀 가격 급등과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대규모 재정지출 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상승한 영향입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고물가 대응책을 추진 중이지만,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물가 억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유로존 주요국인 영국도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후반~4%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5월 2.0%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에는 3.1%까지 올랐죠. 독일 역시 6월 2.0%에서 10월 2.3%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디플레이션 국면에 머물던 중국마저도 최근 들어 4개월 만에 소비자물가가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의 공통 배경에는 강달러 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2월 초 기준 99~100 사이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 96 수준 대비 4% 가량 오른 숫자입니다. 강달러 현상은 각국의 통화를 약하게 만들면서 수입물가를 올리는 ‘비용견인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을 야기합니다.

소비 쿠폰 풀어도 소비는 줄어
고물가로 인해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인당 15만~45만원의 1차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이 지급된 올해 3분기(7~9월)에도 국민들이 지갑을 닫았습니다. 가공식품, 외식 등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 월평균 소득은 543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3.5% 증가했습니다. 1차 소비 쿠폰 지급(7월 21일~9월 21일)으로 공적 이전 소득이 53만원에서 74만4000원으로 40%나 급증한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소비 지출은 1.3% 늘어나는 데 그쳤고, 물가 상승으로 늘어난 부분을 빼고 산정한 실질 소비는 되려 0.7% 감소했습다. 실질 소비는 세 분기째 줄어 2019년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길게 감소했습니다. 교육(6.3%), 오락·문화(6.1%), 식료품·비주류음료(1.2%) 등이 감소한 탓입니다.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
정부는 물가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는 물가 관리가 ‘민생 안정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각오로 각별한 긴장감을 가지고 먹거리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주요품목 가격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식품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용량 꼼수)’을 근절하기 위해 치킨 브랜드 10개사에 조리 전 중량표시제를 최초로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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