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문명 20년내 소멸” 경고에, 유럽 “정면 도전” “용납 못해” 반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5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점유율이 1990년 25%에서 현재 14%로 하락했음을 거론하며 ‘문명 소멸(civilizational erasure)‘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유럽 정치와 정책이 현 상황을 유지한다면 유럽 대륙은 “20년 내 알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유럽이 미국보다 강력한 기업·환경 규제를 실시하고, 인종·성별·종교 등과 관련한 다양성을 강조하는 모습 등을 겨냥해 “창의성과 근면성을 약화시킨다” “국가 정체성과 자신감을 상실했다”고 한 반면, 유럽 각지의 우익 정당을 두고서는 “애국적 정당의 영향력 증대는 낙관적”이라고 했다.
유럽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며 ‘훈계’로 일관한 이번 NSS 내용에 대해 유럽은 “우리에 대한 정면 도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베를린에서 기자들을 만나 “어떤 국가나 정당의 조언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독일 내에서 어떻게 자유로운 사회를 조직할지에 관한 문제에서는” 미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인 브란도 베니페이(이탈리아) 의원은 NSS가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문구”로 가득 차 있다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일부 내용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 같다면서 “유럽연합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NSS에서 유럽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SS는 “러시아와의 유럽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걸쳐 전략적 안정의 조건을 재수립하고,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 사이의 분쟁 위험을 완화하는 데 미국의 외교적 관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서도 미국이 사실상 러시아의 편에서 유럽에 ‘미국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던 브루킹스연구소 톰 라이트 연구위원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거의 전적으로 경제적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러시아의 위협에는 침묵하며, 유럽의 동맹들을 공격하는 데 에너지를 할애했다”면서 “미국이 중·러와 패권 경쟁을 하고 있다는 트럼프 1기 및 바이든 정부의 핵심 개념들을 포기해버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NSS는 반자유주의(illiberal) 국제 질서의 청사진”이라고 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워싱턴은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게 아니라 유럽에 이념적으로 병합될 것을 요구한다”며 “조건부적이고 이해타산적이고 정치화된 미국의 모습이 노골적인 내정 간섭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애국적(우익) 유럽 정당’의 활동을 옹호함으로써 유럽 국가들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EU를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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