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칼럼)김남국 비서관은 소문 듣고 ‘현지누나’를 떠올렸을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넵 형님, 제가 훈식이형이랑 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 지난 2일 밤 문진석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인사 청탁성 메시지를 받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즉각 보낸 회신이다.
김남국 비서관은 인사 청탁성 메시지를 받자마자 왜 '훈식이형' '현지누나'를 떠올렸을까.
그렇다면 김남국 비서관은 김현지 실장이 민간 인사에 힘을 쓸 수 있다고 '착각'했거나, 실제로 '경험'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넵 형님, 제가 훈식이형이랑 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 지난 2일 밤 문진석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인사 청탁성 메시지를 받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즉각 보낸 회신이다. 먼저 '형' '누나'란 호칭에 관심이 쏠렸다. 상식적으론 '강훈식 비서실장님' '김현지 1부속실장님'이어야 한다. 둘은 김남국 비서관의 상급자인 까닭이다. 그러나 민간 단체의 회장을 내리꽂는 비상식적인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사적인 호칭을 사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의원은 "형, 누나는 민주당의 언어 풍토"라고 했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입 기자였다. 그때도 참모들은 공식 석상 외엔 서로 직책을 부르기보다는 '형' '아우' 호칭이 통상적이었다. 끈끈한 동지애인 셈인데, 그게 정당하지 않은 일을 의논할 때 작동하면 바로 '비리'가 된다. 김현지 실장이 언론을 통해 "김남국 비서관과 누나, 동생 하는 사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건 그런 맥락이다.
그동안 언론 접촉을 피했던 김현지 실장은 김남국 비서관이 사퇴한 직후 조선일보 취재에 답을 하는 등 문진석-김남국 메시지 파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만큼 불거진 의혹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 때문일 텐데, 핵심은 항간의 소문대로 '만사현통'(만사는 김현지로 통한다)이 맞느냐다. 조선일보 기자가 "대통령실의 실질적 인사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현지 실장은 "에이, 그거 아니다"라고 했다. 인사에 간여하지 않으므로 김남국 비서관의 사직도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또 그에게서 민간 협회장 인사 청탁 관련 메시지를 전달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일단 김남국 비서관의 이번 인사 추천(혹은 청탁)은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문진석 의원의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건 밤중이었고, 곧바로 보도되어 파문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추천 내용을 전달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의문은 남는다. 김남국 비서관은 인사 청탁성 메시지를 받자마자 왜 '훈식이형' '현지누나'를 떠올렸을까.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인사 추천위원회 위원장이어서 그랬을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말은 안 된다. 대통령실이 민간 인사에 개입하면 불법이다. 다만 문진석 의원이 강훈식 실장에게 자신이 부탁하면 안 들어줄 것 같다고 했으므로 '훈식이형'을 끼워 넣었다고 치자. 그럼 '현지누나' 얘기는 왜 했을까. 김현지 실장이 총무비서관일 때는 인사위원회 간사 역할을 하니, 어느 정도 인사에 간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역시도 공직 인사에 국한된다. 더구나 새 직책인 1부속실장이 개입할 공간은 공식적으론 없다.
그렇다면 김남국 비서관은 김현지 실장이 민간 인사에 힘을 쓸 수 있다고 '착각'했거나, 실제로 '경험'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착각했다면 언론에 보도된 '만사현통설'을 그대로 믿고 말했다는 얘기가 된다. '현지누나' 말이 나오자 "맞아 잘 살펴줘"라고 한 문진석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김남국 비서관은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을 지낼 정도로 친명 진영의 핵심이다. 특히 대통령비서실 생활을 했기에 용산 내부의 돌아가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여당 실세 당직자(원내 수석부대표)인 문진석 의원도 소문과 현실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위치다. 둘은 친명 7인회 멤버였다. 이재명 정권 인사와 관련한 '실제 상황'에도 정통할 것이다.
김현지 실장은 "나는 아주 유탄을 맞았다"라고 했다. 이번 일과 무관한데도 문자 메시지에 이름이 올랐다는 의미다. 유탄을 맞은 건지, 직격탄을 맞은 건지는 시간이 조금 더 흘러야 판명될 것 같다.
송국건 정치평론가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