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선거 전 ‘지역정당 설립법’ 통과 목표…지방의회 부활시켜야”

강윤서·변문우 기자 2025. 12. 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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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 이광희 의원이 제시한 ‘지역소멸 대책’
“‘수도권 인구 어떻게 지방으로 보낼까’는 잘못된 질문…접근방식 재고해야”
“‘지역민이 계속 지역에 살기 위해선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가’를 들여다봐야”
“지역당法 통과되면 ‘지역 맞춤형’ 입법 가능…李 정부 기조와도 맞물리는 안”
“지역소멸 해결에 필요한 건 ‘거대담론’ 아닌 지역 살려낼 ‘실질적 집행력’
“내년 지방선거 스윙보터 ‘충청’ 민심 살펴야…‘유능함’ 증명하고 ‘오만’ 피하자”

(시사저널=강윤서·변문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정치를 시작한 2002년 우리나라 지역소멸 예상 지역은 4곳이었다. 국회의원이 된 지금은 130곳이다. 수도권에 있는 도시 몇 곳을 빼면 나라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인 이광희 의원(청주 서원구·초선)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 30년 역사의 현 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정부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수많은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전국 시·군·구 228곳 중 130곳이 점점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 그 결과다. 이 의원은 "사람으로 치면 팔, 다리가 망가지고 가슴과 머리만 남은 상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위기감을 못 느끼고 있다"면서 "이제는 거대담론이 아닌 실질적인 지역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 의원은 지방의 돈, 사람,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견제·운영하기 위해 '지방의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2026년 예산안(돈)은 727조9000억원 규모로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 지방선거(사람)는 6개월 뒤 치러지며, 정부의 국정운영 정책(인프라)의 밑그림도 마련됐다. 그러나 지방의회를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예산 집행과 선거를 반복해도 실질적으로 지방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지역정당(이하 지역당)'을 설립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지역소멸 대책을 위한 시스템적 개편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행 정당법은 서울에 중앙당을 둬야만 정당 등록이 가능해 지역 기반의 독자 정당 창당을 막고 있다. 이 제한을 풀고 '지역당'을 만들도록 허용하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 법안 발의를 앞둔 이 의원은 "지역당이 생기면 일본의 오사카 유신회처럼 지역 의제에 특화된 정당이 출현해 현재의 중앙당 중심의 획일적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 입법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당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논의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차만별' 지자체를 '천편일률' 법안으로 운영하게 규정"

지역소멸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지방자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고질적인 구조 문제가 있다. 하나는 지방정치의 자치권, 다른 하나는 지방정부의 '단체장 중심주의' 문화다. 먼저 대한민국에서 지방은 중앙정치의 그늘로 여겨진다.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된 지방의 권한은 턱없이 부족해 예산부터 인사까지 종속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다보니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정부의 신뢰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신뢰를 쌓으려면 지역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예산을 주도적으로 편성, 집행할 수 있도록 재정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제가 주력하고 있는 지방의회법 제정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지방정부의 구조적인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한국의 기초지자체 평균 인구는 22만 명이 넘어 일본의 약 두 배 수준이고 지역별 규모도 천차만별이지만, 각 지자체를 운영하는 법은 똑같다. 둘째, 단체장이 예산부터 인사까지 모든 권한을 가진 사실상의 '1인 독재' 구조다. 마을별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최종 결정권자인 단체장이 승인하지 않고 다른 곳에 예산을 편성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셋째, 지방의회가 단체장에 대한 '대립형'이 아닌 '종속형' 기관이 됐다.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의결권이 있지만 실질적인 견제 기능이 없어서 지역 이슈를 발굴,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회 효능감도 떨어진다. 국회는 90% 이상이 의원입법 발의인데, 지자체에선 60%가 지방의회, 기초자치단체로 들어가면 30%대에 불과하다."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정부의 계획을 평가한다면.

"내년도 예산의 경우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지만 실제 지방예산 자체는 적고, 지방세 비율도 여전히 낮다. 따라서 정부는 지방 정책에 대한 접근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인 지방시대위원회(위원장 김경수)가 발표한 로드맵은 5극3특,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거대 담론식으로만 (지방 정책을) 접근하고 있다. 이는 마치 서울 자가에 사는 고위공무원들이 지역 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설계한 정책을 '톱-다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늘 하는 '지방에 예산을 더 많이 줘야 한다'는 말처럼 문제의 본질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대담론이 아닌 지역을 살려낼 수 있는 '실질적인 집행력'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역화폐 등의 정책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중앙정부식 사고 체계와 지방정부의 제왕적 구조 때문이다. 지역화폐나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예산을 마련해도 중앙정부가 지역마다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분배하면서 집행의 효율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방정부에선 단체장이 모든 예산 편성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할당된 예산을 본인의 공약사업 등에 독단적으로 사용할 때가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의 예산이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목표를 세워 추진되는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휘발된 경우가 많다. 이 구조대로라면 예산의 취지대로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거버넌스 형태로 제시한 아이디어가 관철될 수가 없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가령 주민 거버넌스를 통해 '우리 마을은 떡을 브랜딩화해서 먹고 살자'는 사업 아이디어가 의결됐다면,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즉 중앙정부식 사고처럼 '수도권 인구를 어떻게 지방으로 보낼까'가 아니라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그곳에 살기 위해선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일본이 10년째 시행 중인 지역창생사업도 이런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사업 초창기엔 도시 인구를 지방으로 유치하도록 목표를 설정했지만, 이에 실패하자 방향을 틀었다. 다시 세운 사업 목표는 지역 주민들이 지속가능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교육, 병원, 학교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역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기보단 그 지역에 계속 돈을 투자하는 변화가 생겼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최준필

"지역정당, 거대양당 중심의 의회에 '미꾸라지 역할'"

지역당 신설 법안이 필요한 이유는. 

"지방의회 기능을 강화하고 주민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필요하다. 지방자치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은 거대 양당 중심의 독점 구조와 그로 인한 '다양성 실종'이다. 현재는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가 고착화 돼 주민 눈치보다 공천권자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 지역이 490여 곳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경쟁이 사라진 곳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치열하고 건설적인 정책 대결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거대 양당 중심의 의회에 '메기 어항 속 미꾸라지' 역할을 할 것이다. 3인 선거구 등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며 특정 정당의 독식을 막을 수 있다. 그런 효과 속에서 중앙당 중심의 획일적 정책을 탈피해 지역 맞춤형 입법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대구 시민당은 지역 산업 지원 정책을, 울산 노동당은 노동자 복지 법안을 주도할 수 있다. 현재 법안 발의를 위해 동료 의원들과 교감 중이며, 지방선거 전에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당 정치개혁특위에서도 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물론 당내 반대 의견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기조와도 맞물리는 방안이라고 보며, 지방의회의 기능을 활성화할 혁신안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핵심 스윙보터로 꼽히는 충청권 민심은 어떻게 보는가.

"제가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충북은 대표적 '스윙보터' 지역으로 지방선거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중간층 흐름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만큼 충북 민심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론'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대선으로부터 1년 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한데도 여전히 '윤 어게인'을 외치면서 극우화되는 현상을 국민들이 목도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실책이 많았다. 박형준 시장이 있는 부산은 '엑스포 유치 실패'로 예산만 낭비했고, 김영환 지사의 충북은 '오송 참사' 등 안전 관련 기본 상식도 지키지 않았다."

그런 민심을 토대로 어떤 지방선거 전략이 필요할까. 

"집권 여당으로서 민주당이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유능함의 증명'이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오만'이다. 충청권은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한다. 지난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우리 지역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낮은 자세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길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 동안 멈춰선 AI(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등의 글로벌 경쟁 속도를 따라잡고, 지역소멸에 대한 대안을 얘기해 새로운 지방정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당원주권 강화' 행보가 '팬덤 정치'를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간 민주당에 40년 가까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해온 입장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그 어떤 조직보다도 민주적이고 어느 때보다도 가장 민주주의적 정당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당원들도 워낙 많은 만큼 국민들의 뜻과 수렴이 된다고 본다. 팬덤은 소위 '개딸(이재명 대통령 팬덤)'뿐만 아니라 과거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 팬덤), 박사모(박근혜 전 대통령 팬덤), 문바라기(문재인 전 대통령 팬덤) 등 수없이 많은 팬덤을 봐왔다. 팬덤 구성원들도 다양한 의견을 문자로 보내주며 건강한 문화가 자리잡은 만큼, 그런 부분은 감내하면서 이들의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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