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행복할 것" "민주주의보다 이익" 미국서 새 국가안보전략 비판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정책의 나침반이라 할 국가안보전략(NSS)이 5일(현지시간) 공개되자 미국 내 외교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 등을 중심으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 등 서반구에 집중하는 신(新) 고립주의와 반(反) 이민정책 기조, 거래 중심의 안보관 등이 국제질서를 만들고 유지해 온 미국의 과거 위상에 부합하지 않으며, 미중 '전략경쟁' 측면에서 중국에 세 확장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시각입니다.
미국외교협회(CFR) 홈페이지에 따르면 레베카 리스너 CFR 미국 외교정책 선임 연구원은 이번 NSS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8년 전 첫 임기 때 발표한 NSS를 포함해 과거의 NSS와 비교하면 실체와 어조 면에서 급진적으로 벗어난 것"이라며 "새 NSS에서 전략적 명확성이 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리스너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했던 중국·러시아와의 '대국 경쟁'이라는 지향점은 사라졌다"며 이번 NSS는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국가에 대한 중국발 도전의 범위와 규모를 설명하기보다는 경제가 '궁극적인 이해관계'임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이번 NSS에 내포된 대중국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중국과의 호혜적 경제 관계"라고 평가했고, 트럼프 1기 NSS가 '위협'으로 규정했던 북한을 이번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소개했습니다.
CFR의 스티븐 쿡 중동·아프리카 부문 선임 연구원은 이번 NSS가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 상승에 입각해 중동에서 정치적 관여와 개입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중국은 중동을 포함한 글로벌 야심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의 지도자들은 중동에서 영향력 있는 행위자가 되려 하며, 이란 문제 등에서 미국의 대중동정책을 약화시킬 능력을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NSS는 중동에 대해 "국제 투자의 원천이자 목적지"라고 규정하면서 "중동국가, 특히 걸프 군주국을 그들의 전통과 역사적 정부 형태를 포기하도록 괴롭히는 미국의 잘못 인도된 실험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 직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 담당자였던 조너선 친은 이번 NSS가 바이든 행정부 및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나온 NSS에 비해 "중국에게 더 행복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남미에 대한 집중 기조는 중국이 환영할 소식"이라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이번 NSS가 아메리카 대륙, 즉 서반구를 '미국 영역'으로 간주하고 외교·군사력 투입을 늘릴 것을 공언함으로써 중국으로 하여금 아시아는 '중국 영역'으로 간주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NYT는 '트럼프의 NSS는 민주주의 확산이 아닌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판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신문은 트럼프 1기 때 NSS가 "억압적인 체제를 선호하는 사람들과 자유로운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 간"의 경쟁으로 세계를 인식했지만 이번 NSS에는 "자유를 위한 글로벌 세력으로서 미국의 오래되고 익숙한 이미지가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신문은 또 이번 NSS가 "민주주의나, 그들(각 국가)의 전통 및 역사와는 크게 다른 사회적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 대목을 소개하며 "권위주의자에 대한 판단을 피하고, 그 대신 그들을 현찰의 공급처로 간주하는 한편 이민을 줄이는데 집중하는 나라"로 미국의 이미지가 대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진영에서는 이번 NSS가 환상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것이라는 등의 '옹호론'이 나왔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의 선임 보좌관을 지낸 댄 콜드웰은 NYT 인터뷰에서 "너무 오랫동안 환상이 우리 외교정책을 단단히 지탱했다"며 "냉전 이후 외교정책의 실패한 초당적 공감대로부터 진정으로 벗어난 것"이라고 이번 NSS를 평가했습니다.
콜드웰은 "우리의 외교정책,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 우리의 국익, 우리가 군사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등에 대한 견고한 환상이 있었다"며 이번 NSS는 "그런 점에서 현실에 기반한 문서"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번 NSS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트럼프 대통령의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영향력 확대 기조에 대해 콜드웰은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거론하며 "베네수엘라와 우리의 서반구에서 일어나는 일은 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를 장악하느냐보다 더 집중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조제행 기자 jdon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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