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눈 감으면 20만원이 800만원"...성시경·임영웅도 울리는 '암표'
[편집자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예술 관람률은 10명 중 6명인 63.0%. 하지만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 정책에는 자칫 압도돼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 예술에서 '플로우'(Flow)는 몰입을 뜻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당신의 문화·예술·스포츠 'FLOW'를 위해 이번 주의 이슈를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잠깐만 눈 꼭 감으면 수십 배로 돌아오는데, 안 할 이유가 있나요? 잘 걸리지도 않는데요."
연말 공연 성수기를 맞아 표(티켓)를 되파는 '암표'가 기승을 부린다.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를 노려 원가의 최대 수십배까지 가격을 올리는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 대통령이 직접 강경 대응을 주문했지만 단속이 어렵고 이윤이 크다는 점 때문에 근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6일 머니투데이가 중고 거래 플랫폼, 개인 간 거래 사이트, '맘카페' 등을 통해 12월~1월 열리는 공연과 뮤지컬, 연극 등 12건의 암표를 확인한 결과 이 중 10건(83%)의 암표가 거래되고 있었다. 한 인기 가수의 음악 공연은 VIP석 기준 정가의 22배에 달하는 가격을 정한 게시글도 눈에 띄었다. '맘카페'의 한 판매자는 "연석(붙은 자리)은 예매가 불가능한 만큼 부르는 게 값"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대부분은 '불법 암표상'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무단 도용 등으로 적게는 대여섯 장, 많게는 수십 장의 티켓을 확보해 원가보다 비싼 금액에 되파는 전문판매자다. 연말연초와 인기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시기, 국제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 등이 열리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지난달 국세청의 조사에서 암표상 17곳이 암표 4만건(약 200억원어치)을 유통시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과징금을 늘려 암표를 단속하라"고 주문한 뒤 처벌 규정은 강화된 상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같은 달 28일 통과시킨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르면 콘서트·스포츠 경기 등의 티켓을 부정 판매하면 최대 50배의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신고자에게는 포상금도 지급된다.
문제는 범위가 너무 넓고 형태가 다양해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암표가 거래되는 플랫폼이 다양한데다 성수기에만 간헐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모든 판매자를 적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무상 증여'거나 '취소된 표를 양도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규정 적용도 어렵다. 한 연극 기획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돌아다니다 표를 슬쩍 건네는 행위까지 잡는 것은 여건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 틈을 타 암표 규모는 천정부지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입장권은 정가가 12만원이지만 999만원까지 암표 가격이 치솟았고 인기 아이돌 '에스파'의 15만원대 티켓은 800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표가 붙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나 가수 싸이, 임영웅 등의 티켓도 5~6배가 뛰다 보니 1장에 100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문화예술계는 암표가 팬들의 향유 기회를 막을 뿐만 아니라, 구매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더라도 발권이 취소되거나 자칫 단속에 걸릴 수도 있다는 목소리다. 암표상이 유효기간이 끝난 티켓을 팔더라도 신고조차 어렵다. 아티스트도 피해를 본다. 최근 인기 가수 성시경의 매니저 A씨가 VIP 티켓을 빼돌려 팔다 수억원대 피해를 입힌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공연 예매 플랫폼 관계자는 "판매자를 적극적으로 적발해 단속하는 동시에 구매자들도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팬심'으로 샀던 암표가 자신은 물론 좋아하는 가수, 배우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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