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경영철학이 야기한 유통 ‘1황’ 쿠팡, 실적과 함께 ‘논란’도 성장 [권상집의 논전(論戰)]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2025. 12.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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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통해 유통공룡으로 성장…각종 잡음엔 무대응과 침묵 
철학 없는 기업가적 정신으로 방향성 없는 편의성 제공에만 몰두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쿠팡은 유통 업계 종사자들에게 '1황(皇)'으로 불린다. 단순한 업계 1위가 아니라는 얘기다. 쿠팡이 '1황'으로 불리는 이유는 지난해 연매출 41조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국내 백화점 전체 소매판매액(40조원)을 넘어선 수치다. 매출은 높지만 적자의 늪에 허덕인다는 조롱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2023년 처음으로 흑자(6174억원)를 기록한 후 2024년에도 60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쿠팡의 성과는 압도적이다.

쿠팡은 올 3분기 매출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성장한 12조8455억원을 기록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당기순이익은 1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났다. 쿠팡의 성과는 어디서 나올까. 핵심 부문인 제품 커머스(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마켓플레이스, 로켓그로스) 매출이 11조615억원을 기록했다. 눈부신 성과에는 24시간 뛰어다니며 땀을 흘렸던 배송기사들의 헌신도 담겨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새벽 배송' 두고도 논란 잇따라

그래서일까. 지난 11월 가장 치열했던 이슈는 새벽배송 논쟁이었다. 국회의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시작된 논쟁은 자정에서 오전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자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목소리에서 시작해 쿠팡 노조위원장의 반론 그리고 정치권 인사의 토론과 논객들의 참전으로 확대됐다. 논의가 새벽배송 '금지 vs 유지' 프레임으로 굳어지면서 정작 제도 개선에 관한 쿠팡 경영진의 입장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주민과 마주치지 않아도 되고 주차와 엘리베이터 사용도 원활하며 보상도 많기에 새벽배송 업무가 효율적이라며 해당 배송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과 야간 근무의 경우 건강에 해롭고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될 수 있기에 새벽배송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됐다. 쿠팡이 배송기사의 시간당 업무량(Unit Per Hour, UPH)을 측정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점을 비판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신고 건수는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어섰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새벽에 공사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나선 일용직 노동자 숫자도 지난해 12만 명 넘게 감소했다. 결국 이들은 육아, 간병, 생계를 위해 새벽배송에 몸을 던지고 혹사를 견뎌낸다. 새벽배송은 보수가 좋을지는 몰라도 법적 신분으로는 개인사업자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논쟁의 초점은 새벽배송이 아닌 쿠팡의 제도 개선에 맞춰져야 했다.

새벽배송 논란이 잠잠해지던 차에, 11월30일 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3370만 개의 고객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 그 후폭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고객 정보 탈취 시도가 5개월 전부터 시작됐다는 점 그리고 외부 해킹이 아닌 쿠팡에 근무한 외국인 직원의 내부 소행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조직 관리 역시 도마에 올랐다. 그사이 쿠팡 경영진은 회사 주식을 팔아 수익을 챙겼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음모론이 떠돈다. 1990~2000년대 중반 삼성이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하자 삼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2020년대 들어 쿠팡이 유통 업계를 넘어 각종 산업의 경계선을 넘나들자 쿠팡에 대한 비판으로 국면이 전환됐다는 얘기다. 쿠팡을 못살게 굴면 결국 한국을 대표하는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 달러) 기업의 혁신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다.

쿠팡은 기업가 정신으로 유명한 조직이다. 2014년 유통 업계에 전무후무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2020년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출시하며 유통과 콘텐츠 산업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며 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2022년 이커머스 부동의 1위 네이버를 꺾었고 2023년 이마트를 넘어 유통 업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후엔 쿠팡을 누르기 위한 대기업들의 합종연횡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감한 기회 포착과 혁신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기업가적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범석 쿠팡 의장 ⓒ쿠팡 제공

업계 최고라는 타이틀과 거리 먼 경영철학

그러나 쿠팡이 보여준 성과 이면의 그늘은 깊어만 갔다. 지난해 6월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상품 검색 순위 조작에 임직원을 동원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쿠팡이 21만 입점 업체의 중개 상품보다 PB 상품을 인위적으로 쿠팡 랭킹 상위에 올렸다고 판단했다.

지금껏 쿠팡은 상생경영을 주장하며 향후 3년간 로켓배송 확대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들이 소위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생활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지방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넓혀 지역 인구 소멸을 막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쿠팡은 전국 각지에서 청년 등 최대 1만 명의 인력을 신규 직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간성을 강조한 발표와 달리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경영진은 무대응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중은 싸늘한 시선으로 쿠팡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의 과징금 발표 때도 쿠팡은 로켓배송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오히려 엄포를 놓으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사회적 책임과 상생경영을 선언한 것과 달리 쿠팡은 논란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때로는 통제, 때로는 외면과 침묵이란 공식을 이어갔다. 경영진의 미국 국적과 미국과 한국으로 분리된 법인 그리고 모기업이 미국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점은 언론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는 방어 논리로 활용됐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포착하는 기업가적 역량에서 쿠팡을 따라가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업계 1황으로서 글로벌 혁신기업이 되려면 수익성 못지않게 경영자로서의 진정성 있는 대처가 필요하고, 그 속에 인간성에 대한 깊은 철학이 담겨있어야 한다. 쿠팡의 수익성과 달리 선도기업이 보여줘야 할 전제 조건인 사회적 책임, 상생, 인간 존중에 대한 경영진의 철학은 느껴지지 않는다.

쿠팡의 비전은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자'다. 편의성은 있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고객은 불편한 세상을 살고 있다.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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