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흔들림 속에 드러난 스토브리그 방향

주홍철 기자 2025. 12. 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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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은 컸고, 선택은 분명했다
-‘부분 보완’으로 메운 내야와 불펜
-최형우 이적이 남긴 상징적 균열
-투수진은 정반대 흐름…‘유지와 보강’으로 방향 잡았다
-마지막 과제는 조상우와 외국인 구성
KIA타이거즈 조상우가 지난 10월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홈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스토브리그가 한 달을 채워가고 있다.
내부 FA 협상이 연달아 결론이 나면서 이번 겨울의 윤곽도 점차 드러났다.
떠난 선수는 세 명, 지켜낸 선수는 두 명.
전력과 상징이 동시에 빠져나갔고, 팬심까지 크게 요동쳤다.
구단은 남은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고, 본격 외국인 구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KIA는 일찌감치 ‘제한된 예산 속 합리적 지출’을 기본 원칙으로 세웠다.
이 제약은 오프시즌 전반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기준선이 됐다.
구단은 내부 FA와 2차 드래프트, 아시아쿼터, 외국인 구성까지 여러 변수가 맞물린 상황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특히 FA 시장의 출발점부터 불리함을 안고 들어갔다.
최형우와 양현종, 박찬호와 조상우, 이준영과 한승택까지 총 6명이 FA 자격을 얻었다.
예산 폭이 좁은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과제였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예상대로 이탈이 컸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이적이 첫 번째 신호탄이 됐다.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였고, 시장 환경이 큰 요인이었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수요가 높았고, 선수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반면 KIA는 자체 설정한 합리적 기준선 안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자본과 시장 논리가 구단의 방침보다 앞선 사례였다.
이에 대한 즉각적 보완도 뒤따랐다.
KIA는 박찬호의 보상선수로 투수 홍민규를 지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불펜 이태양과 내야수 이호연을 영입했다. 전력의 큰 틀을 바꾸기보다는 취약한 불펜과 얇아진 내야 뎁스를 메우는 수준의 조치였다.

백업 포수 한승택도 팀을 떠났다.
팀 내 우선순위에서 밀렸지만, 리그 내 포수 수요는 그의 선택지를 넓혔다.
공백 규모만 놓고 보면, 전력의 중심을 흔드는 변수는 아니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최형우의 이적이다.
이 사안은 여러 층위가 겹친 복합적 이슈였다.
올 시즌 KIA는 성적 부진 속에서 팀 노쇠화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형우는 여전히 실질 전력이지만, 은퇴까지의 활동 기간은 2-3년 남짓으로 좁혀져 있다.
구단은 그 이후 생길 빈자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FA 계약 금액과 기간에 대한 견해차가 더해졌고, 지명타자(DH) 운영 문제까지 겹쳤다. 나성범·김선빈의 출장 관리와 젊은 선수들의 타석 배분을 고려하면 DH 한 자리를 고정하기 쉽지 않았다.
구단이 최형우와 결별한 배경에는 계약 구조에 대한 이견과 함께, 타선 운영을 장기적으로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미래 지향적’ 판단이 동시에 작용했다.

반면 투수진은 다른 흐름이었다.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준영이 가장 먼저 잔류를 확정했고, 외국인 ‘에이스’ 네일과도 재계약을 마쳤다.
논의가 이어지는 올러 역시 구단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의 잔류는 이번 겨울 가장 큰 수확이다.
협상이 길어지며 불안감이 있었지만 결국 원소속팀과 다시 손을 잡았다.
팀을 지탱해온 좌완 선발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내부 FA 테이블에는 조상우만 남아 있다.
필승조 핵심인 만큼 구단 역시 잔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상우 협상은 이번 FA의 마지막 단추가 될 전망이다.

남은 겨울 일정도 명확하다.
외국인 선수 2명의 구성과 아시아쿼터 활용 여부가 필수 과제다.
내부 FA를 정리한 뒤 남은 퍼즐을 맞추겠다는 구단의 계획도 드러난 상태다.

다만 팬심은 여전히 예민하다.
최형우 협상이 남긴 여운이 길었고, 과정과 결말 모두 실망감을 키웠다.
양현종 잔류가 분위기를 어느 정도 달랬지만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남은 협상과 외국인 구성에 따라 여론의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KIA의 오프시즌 행보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야수진은 변동, 투수진은 유지와 보강’.
예산·구조·운영 철학에 따라 일부 포지션을 조정했고, 전력의 뼈대인 마운드는 유지·보강하는 쪽으로 균형을 맞추려 했다.
FA와 드래프트는 자연스럽게 전력의 ‘부분적 손질 과정’이 됐다.
이제 시선은 조상우의 협상과 외국인 선수 구성으로 향한다.
남은 한 수, 한 수가 KIA의 2026년을 어떤 형태로 그려낼지, 조용히 답을 기다릴 시간이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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