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공기조차 불평등하다…인도의 대기오염 재앙[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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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요즘 인도에서 뜨는 아이템인데요.
오늘 아침 공기, 상쾌했나요? 인도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한다는 대기질 지수(AQI) 수치를 확인해 봤는데요.
지난해 102만대였던 인도의 공기청정기 판매 대수는 2032년이면 423만대로 늘어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설사 공기청정기를 살 만큼 부유하다 해도 대기오염을 옹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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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요즘 인도에서 뜨는 아이템인데요. 가격은 5만대. 이게 과연 효과가 있긴 할지 의심스럽지만 인도, 특히 수도 뉴델리 지역에선 날개 돋친 듯 팔립니다. 왜? 공기 오염 때문에 도무지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니까요!
인도 수도권의 늦가을~겨울철 대기 오염은 심하다 못해 재앙적인 수준이죠. 경제 급성장기엔 원래 그러기 마련이라고요? 그렇게 보기엔 그 속에 숨은 사회 불평등과 리더십의 부재 문제가 심각한데요. 떠오르는 강대국 인도의 치명적인 대기 오염을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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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공기질 ‘위험’ 단계 경고
오늘 아침 공기, 상쾌했나요? 인도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한다는 대기질 지수(AQI) 수치를 확인해 봤는데요. 4일 오전 현재, 서울의 AQI는 28로 ‘좋음(good)’, 같은 시간 인도 뉴델리시는 325로 최고 단계인 ‘위험(hazardous)’을 기록했습니다.
위험 단계는 얼마나 나쁜 거냐고요? 한마디로 비상 상황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심혈관·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클 정도로 공기가 유독하단 뜻이죠. AQI를 담배 연기로 환산한 수치에 따르면 AQI가 324이면 하루 24시간 동안 담배 14개비를 피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뉴델리시가 포함된 델리 주정부는 이날 재택근무, 학교 휴교 같은 비상조치를 취했을까요. 아니요. 그냥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사람들은 아침에 출근하고, 학교에 가고, 심지어 조깅과 산책도 했습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많지만, 위험 단계에서 권장되는 N95(한국에선 KF94라 불림) 마스크를 쓴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건 비싸거든요.

그나마 지금은 11월보다는 나아진 겁니다. 11월 말엔 AQI 지수가 500을 넘기도 했는 걸요(=하루 담배 약 30개비에 해당). 수치가 그 정도는 됐을 땐 델리 주정부가 직원 절반 재택근무 조치를 취하긴 했습니다.
델리의 공기는 왜 이렇게 최악인 걸까요. 원인은 복합적인데요. 일단 델리는 분지 지형이어서 공기 순환이 잘 안되고요. 10월부터 바람이 약해지면, 차갑고 무거워진 공기가 갇히면서 짙은 스모그를 형성합니다. 공장의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요 오염원이고요. 특히 수도권 인근의 농촌지역에선 여전히 고체연료-나무, 동물 분뇨, 볏짚 등-를 쓰는데, 이게 심각한 오염을 초래하죠. 게다가 10월 말 디왈리 축제를 맞이해 터뜨린 폭죽의 영향까지 겹쳤고요.

불평등을 호흡하다
여기서 매우 불편한 진실. 대기 오염이 이렇게 심하다고 해서, 모두가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는 건 아니란 점이죠.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에 따라 마시는 공기가 달라집니다. 이젠 공기청정기라는 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공기청정기 판매 열풍은 인도에선 어디까지나 일부 중상류층 이야기일 뿐이죠. 서민들에게 한 대에 최소 1만 루피(16만원)를 훌쩍 넘는 공기청정기는 그림의 떡입니다. 주기적으로 필터를 사서 갈아줘야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부담이 너무 크죠. 오죽하면 요즘 인도 SNS에선 ‘2000루피(약 3만원)로 DIY 공기청정기 만들기’ 게시물이 큰 호응을 얻고 있을 정도인데요.
집과 사무실은 물론이고, 차 안에까지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상류층의 모습은 서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안겨줍니다. 얼마 전 레딧에 인도인이 올린 게시물이 화제였는데요. 한 정부 기관의 공무수행용 차량에 달린 필립스 공기청정기 사진이었죠. 거기엔 이런 글이 달렸습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문제의 불편함과 긴박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긴급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건지도 몰라요. 숨 쉬는 공기조차 더 이상 공평하게 공유되지 않습니다. 이제 이 나라엔 희망이 없어요.”

물뿌리기가 오염 방지책?
이쯤 되면 당연히 정부는 뭐하냐는 분통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많이 늦긴 했지만 주정부도 조치를 취하긴 했습니다. 10월 초부터 석탄·장작 사용 금지를 포함한 ‘단계별 대응 조치’를 발동한 거죠.
하지만 이게 큰 의미가 없는 게, 가정에서 나무 장작으로 밥 지어 먹는 건 수도권 도시민이 아니죠. 인근 다른 지역 농민들이 땔감을 태워서 나온 연기가 바람을 타고 델리까지 날아옵니다. 즉, 주정부 혼자 나선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화끈한 해결책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법원은 자꾸 엇나간 판결로 발목을 잡습니다. 지난 10월 법원은 2020년부터 금지해 온 디왈리 축제 기간의 폭죽 터뜨리기를 허용했죠. 기존 제품보다 오염물질을 20~30%로 적게 배출하는, 이른바 ‘그린 크래커(Green Crackers)’에 한해 허용한다는 판결이었는데요. 친환경 폭죽이라는 게 가능한 개념일까요.
또 델리 주정부는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노후 차량(10년 이상 된 경유차, 15년 이상 된 휘발유차)의 도로 주행을 막기 위해 7월부터 모든 주유소에서 연료 공급을 중단했는데요. 서민들만 먹고살기 힘들어진다는 반발이 컸고요. 결국 이 조치 역시 법원 판결로 무력화되면서, 연료 공급은 재개됐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를 반기긴커녕 의심합니다. 도심 곳곳엔 공기질 측정을 위한 관측기가 있는데요. 이 안티 스모그 총이 일부러 관측기 근처에 물을 뿌려서 수치를 좋아 보이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죠. 특히 야당은 ‘대기질 측정 관측기 주변에 밤낮으로 물을 뿌려서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을 이어가는데요. 많은 이들이 이 ‘조작설’을 상당히 믿는 분위기입니다.
얼마 전 인도 언론이 ‘델리의 올해 1~11월 평균 대기질 지수(AQI)가 187로 2020년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8년 만에 최저’라는 통계 기사를 썼는데요. 레딧에선 이런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뭐야! 정신 나갔어?!”
비상상황인데 중앙정부는 어디에?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됩니다. 아무리 나라 경제가 연 7~8%대 고도성장을 하면 뭘 하나요. 국민들이 숨 쉬고 살기조차 힘들다는데. 설사 공기청정기를 살 만큼 부유하다 해도 대기오염을 옹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물 뿌리기 같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주정부가 아닌 중앙정부, 즉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나설 일이죠.
인도가 지방분권이 매우 강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3000만명이 사는 수도권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건 2018년쯤부터. 언제까지 이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죠. 아직은 무능한 주정부를 탓하지만, 언제 그 화살이 모디 정권으로 향할지 모릅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미히르 샤르마가 “중앙정부는 이상하게도 지속가능한 해결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며 “그건 (모디 총리의) 오판”이라고 지적하는 이유이죠.

1952년 12월 5~9일 런던에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가 덮치면서 1만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던 영국. 이를 계기로 영국 의회는 1956년 세계 최초로 청정대기법을 제정합니다. 가정 연료를 석탄에서 전기나 가스로 전환하고, 화력발전소를 외곽으로 옮기고 굴뚝은 높이 올렸죠. 이후 검은 연기와 이산화황 농도는 극적으로 떨어졌고, 대기질은 확연히 개선됐습니다.
2013년 1월, 중국은 북동부 지역을 덮친 끔찍한 스모그는 무려 한달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중공업 공장에서 배출하는 가스와 차량 매연이 합쳐져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한 사진이 전 세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고요.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공기오염 대재앙)’라 불렸는데요.

2013년 정점을 찍은 중국의 초미세먼지(PM-2.5) 수치는 10년 만에 54% 감소했습니다. 물론 스모그가 가장 극심했던 허베이성은 지금도 겨울만 되면 공기질이 악화되곤 합니다. 하지만 과거 AQI 수치가 500으로 치솟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150 정도. 공기질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에어포칼립스’나 ‘에어마겟돈’에선 벗어났습니다. 해외 전문가들이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할 정도인데요.
결국 얼마나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국가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지방 분권의 나라, 인도는 언제쯤 ‘대기오염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될까요. By.딥다이브
혹시 인도 북부 여행을 갈 일 있으시다면 마스크를 꼭 챙기시길 당부드리며.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대기질 수치 300 이상. 인도의 수도권 델리 지역은 10월부터 극심한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델리 주민 수명을 8년 이상 줄일 정도의 심각한 대기오염이죠.
-공기청정기가 품절될 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를 살 여유가 있는 이들은 인도에선 중상류층뿐. 서민들은 ‘이제 숨 쉬는 공기마저 다르다’면서 분통을 터뜨립니다.
-하지만 주정부의 대응은 느리고 부족합니다. 기껏해야 ‘안티 스모그 총’이라며 분무기를 뿌리는 수준. 시민들은 데이터 조작용이라고 의심합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결국 의지와 실행력의 문제인데, 아직까진 너무 소극적입니다.
*이 기사는 12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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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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