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부호 준 적 없는데…국내 배송이라더니 해외 직구

신지수 2025. 12. 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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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 씨는 지난 9월 즐겨 쓰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치약 2만 원어치를 구매했습니다. 해외 직구가 찜찜해 일부러 '국내 배송' 업체에서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김 씨는 관세청으로부터 이상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김 씨의 개인통관고유부호로 9만 원어치 치약이 해외직구 됐다는 겁니다.

김 씨가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해외 직구 알람


황당했습니다. 김 씨가 해당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외직구를 한 건 지난 1월이 마지막이고, 이번 주문은 국내 배송이라 개인통관고유부호를 판매자에게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 '국내 배송'이라던 판매 업체, 나중에야 '해외 배송'

김 씨는 곧바로 해당 판매업체와 쇼핑몰에 문의했지만, '국내 배송'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김 씨가 판매자에게 해외배송인지 문의했지만, 판매자는 국내 배송이라고 누차 주장.


하지만 실제 배달된 제품의 운송장과 수입화물진행정보 등을 확인해 보니 해외직구가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쇼핑몰과 판매업체는 국내 배송이라고 주장하다가, 나중에야 해외 배송임을 인정했습니다.

판매자는 "재고 문제로 해외 배송으로 제공했다"고 문자만 남긴 채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어떻게 김 씨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입수했는지, 김 씨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사용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 없이 잠적해 버린 겁니다.

판매자가 김 씨에게 보낸 해명 문자


기자가 판매자 사무실 주소지로 찾아가 봤지만, 해당 판매자가 주소지로 등록한 공용 오피스였고,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측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측은 "판매자를 등록할 때 국내 배송 판매자와 해외 배송 판매자로 나눠서 등록되는데, 국내 배송 판매자로 등록된 업체였다"라며 "본사에서 국내 배송 판매자에겐 고객의 통관 부호 항목 자체를 제공하지 않고,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쇼핑몰 측은 이어 "판매자에게 소명 요청을 했으나, 판매자가 연락을 회피해 강력한 제재 조치인 ‘ID 정지’와 ‘판매 대금 지급 보류’를 했고, 수사 의뢰도 검토하고 있다"며 "특송 업체나 관세사 사무소 등 통관 대행업체에서 획득한 개인정보를 악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주민번호 대용이고 고유 식별 번호라서 상당히 중요한 개인정보"라며 "구매자가 통관 부호를 업체에 제공하지 않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통관 부호가 사용됐기 때문에 명백한 도용"이라고 밝혔습니다.

황 교수는 이어 "유통 플랫폼은 입점 업체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다"며 "관리가 제대로 안 됐으면 여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도용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통관 부호 도용 신고, 나날이 증가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개인통관고유부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쓰이는 개인 식별 번호입니다. 이 통관 부호가 유출돼 각종 밀수에 악용되거나 이름, 주소와 구매 이력 등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23년엔 3천여 명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해 중국에서 '짝퉁' 물품을 밀수하려던 일당이 관세청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심각한 건, 도용 신고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관세청에 접수된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신고는 5만 건이 넘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황 교수는 "통관고유부호가 도용되면 해외에서 밀수하거나, 원치 않는 물건을 구매하는데 악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통관부호도 주민번호 못지않게 보안 등급을 올려서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관세청은 내년부터 개인통관고유부호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제한해, 주기적으로 갱신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또, 도용 정황이 확인되면 관세청 부호관리자가 직권으로 사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외에도 관세청은 해외 직구시 일회용 인증번호 같은 인증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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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수 기자 (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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