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 배신할 거야” 유럽 정상들 전화통화 유출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5. 12. 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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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메르츠 등 속내 드러나
앞에선 美 칭찬해도 불신 깊어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 10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친밀하게 대화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유럽 정상들과 통화에서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정상들이 최근 비공개 전화 회의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신할 수 있다” “미국이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말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지난 4일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은 미국 특사단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기 하루 전인 지난 1일, 미국이 유럽을 제쳐두고 전쟁 협상을 벌이는 데 대해 적나라하게 불만을 표했다. 통화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여했다. 슈피겔은 “유럽이 공개적으로는 워싱턴을 칭찬하지만 사실은 미국을 얼마나 불신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슈피겔이 입수한 통화 영문 녹취록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안전 보장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젤렌스키가 큰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영토를 장악하겠다는 러시아의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메르츠 총리는 젤렌스키에게 “당신은 앞으로 며칠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며 “그들은 당신과 우리 모두를 가지고 놀고 있다(They are playing games with both you and us)”고 말했다. ‘그들’은 평화 협상 실무를 주도하는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슈피겔은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이자 미국과 유럽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볼로디미르를 이들(윗코프와 쿠슈너)과 함께 남겨둬선 안 된다”고 했다.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를 ‘아빠’라고 불러 ‘아부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알렉산데르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는 볼로디미르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통화에는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참여했다고 한다. 슈피겔은 이날 통화에 참여한 복수의 인사와 접촉했으며, 이 중 두 명이 이 내용을 확인해주며 ‘정확하게 재현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프랑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은 그런 표현(배신)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고, 독일 총리실은 “대화의 단편에 대해선 논평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나토도 논평을 거부했다.

유럽 정상들은 겉으로는 미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잘 중재하고 있다고 칭찬해왔다. 마크롱은 1일 파리에서 젤렌스키와 회담한 뒤 “미국의 중재가 진행되고 있는데 매우 좋은 일”이라고 했고, 메르츠는 같은 날 베를린에서 폴란드 총리와 만나 “미국이 대서양 공동체를 최대한 단결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비공개 자리에선 완전히 다른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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