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훈풍, 외국인 매수에 '천스닥' 기대감…"올해 산타 코스닥 먼저 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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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증시 ‘산타랠리’ 오나
코스피가 4000선 부근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선 사이, 시장의 관심은 빠르게 코스닥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내내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온 코스피는 12월 들어 속도를 늦추며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기준 코스피는 연초 대비 70% 넘게 올랐지만, 지난달에는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과 금리 인하 시점 불확실성이 겹치며 4%대 하락했다. AI 모멘텀에 대한 피로감과 1470원대 고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며 대형주 중심 랠리는 한층 힘이 빠진 상태다.
지난달 코스피 4% 하락, 코스닥 1% 상승
반면 코스닥은 분위기가 다르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4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조원을 돌파했다. AI 모멘텀의 2차 확산 기대와 정부가 7년 만에 내놓을 코스닥 활성화 대책, 내년 금리 인하 사이클 가시화가 맞물리며 “올해 산타는 코스닥에 먼저 도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수급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중소형 성장주 반등이 뚜렷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코스닥 지수 1000선을 의미하는 ‘천스닥’ 기대감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로 5일 코스닥은 928.74로 마감했다.

다만 한국 상황은 다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2월 코스피가 월간 기준 상승한 해는 절반(50%)이었다. 열 번 중 다섯 번은 12월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나머지 다섯 번은 하락했다. 올해도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12월 코스피가 3800에서 4200대 초반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봤다. KB증권은 3760~4240을, 신한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각각 3800~4150, 3800~4200을 제시했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1470원대를 넘나들며 국내 증시의 매력이 일부 떨어졌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 부담 완화 기대도 병존하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은 연말 랠리보다는 1월 실적 시즌을 준비하는 구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기대를 키운 배경에는 정책 기대·수급 변화·업종 모멘텀이 동시에 작용했다. 금융당국이 7년 만에 코스닥 종합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세제 혜택 확대, 코스닥벤처펀드·국민성장펀드의 투자 확대, 연기금의 코스닥 비중 상향 유도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지속적인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책 기대는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10월 31일~12월 2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닥에서 2120억원을 순매수했고,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는 11조원이 넘는 물량을 내놓으며 대비되는 수급 흐름을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알테오젠으로, 순매수액 2226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리노공업(669억원), 에이비엘바이오(631억원), 이오테크닉스(575억원), 원익IPS(526억원), 에코프로비엠(502억원), 에코프로(458억원), 레인보우로보틱스(420억원), 리가켐바이오(411억원), HPSP(268억원)의 순이다.

매수세는 반도체 장비·2차전지 등 성장 업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리노공업, 이오테크닉스 등 반도체 기판·테스트·레이저 장비 기업들은 꾸준한 수급 유입으로 존재감을 재확인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 10위 안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버블 논란과 달리 로봇 산업에는 자금과 인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내년에도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제는 기대감보다 실제 판매 실적을 확보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 업체 알테오젠, 외국인 순매수 1위
다만 코스닥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종목 편차는 여전히 유의해야 할 리스크로 꼽힌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전체 투자자의 80%를 웃도는 구조(2024년 말 기준 84%)로, 개인 중심 시장 특성이 뚜렷하다.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 매매가 많다 보니 변동성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닥의 연간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시가총액 회전율은 522.3%로, 같은 기간 코스피(121.84%)의 4배 이상에 달했다. 시장의 민감도가 높은 만큼, 이슈나 심리 변화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할 가능성도 더 크다는 뜻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종 반등은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더 우호적이지만, 코스닥은 지수보다 개별 종목 영향력이 큰 시장인 만큼 종목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말 랠리 기대를 둘러싼 거시 환경에도 경계가 남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WM혁신본부 상무는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늘며 겉으로는 소비가 견조해 보이지만, ‘선구매 후지불(BNPL)’ 확대는 사실상 빚에 의존한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뜻한다”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여력 약화는 산타랠리 논의를 넘어 향후 경기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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