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seas Trip] 열대 섬 ‘페낭’에서 경험할 수 있는 7가지

2025. 12. 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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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페낭 여행
말레·영국·중국·인도 문화가 어우러진 용광로
스트리트 음식 ‘호커 푸드’의 매력
페낭의 최고 일몰 스폿, 바투 페링기 해변

페낭은 외관상 본토와 떨어진 작은 섬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곳에 발을 들이면 풍성한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 거리에 놀라게 된다. 땅의 주인인 말레이를 비롯해 오랜 시간 영국과 중국, 인도 등의 역사와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형성된 다문화 사회, 그 다채로움이 페낭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밤이 되면 페낭 대다수의 건물에 빨간색 등불이 켜진다.
조지타운의 정체성, 아르메니안 거리
‘자전거를 탄 아이들’ 벽화
조지타운의 가장 번화한 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르메니안 거리는 페낭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이 거리를 구성하는 좁은 골목길의 한 코너를 도는 순간, 그 지점부터 50미터 남짓 늘어선 사람들의 일렬 종대가 보인다. 인기 맛집 웨이팅인가 싶었는데 점차 가까워질수록 줄지어 선 사람들 너머로 낯익은 벽화가 시야에 들어왔다. 포털사이트에 ‘페낭’ 혹은 ‘조지타운’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또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진, 바로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벽화다.

삽시간에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경험의 자산이 무형에서 유형으로 바뀌며 여행의 이유가 한층 분명해진다. 발길은 자연스레 일렬 종대에 편승했고 무리에 속한 채 잠자코 인증샷의 순서를 기다렸다.

(좌)아르메니안 거리의 우산 골목 (우)아르메니안 거리에 있는 기념품 상점
1800년대 초 영국 무역항이 건설된 후 페낭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의 유입이 아르메니안 거리의 형성 배경이다. 당시 이 거리에 거주하던 초기 정착민 중 한 집단인 아르메니아인 상인들의 영향으로 ‘아르메니안 거리’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후 19세기 초반 거리를 점령한 거대 집단이 아르메니아인에서 중국인으로 점차 바뀌면서 거리의 분위기 또한 중국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이곳의 명칭은 여전히 아르메니안 거리로 불리지만, 거리 곳곳은 중국풍이 짙게 배여 있다. 아르메니안 거리를 중심으로 수세기 동안 조지타운의 번영과 부침이 나타났으며 전쟁의 아픔과 경제 호황의 기복을 견뎌낸 역사적 거리로 인식된다.

인도, 청나라 중국 이민자들이 건설한 주택가 풍경.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국인이 건설한 전통 페라나칸(Peranakan) 주택을 비롯해 이슬람 모스크와 중국 상점, 인도 사원 등이 조화롭게 거리를 구성하고 있으며, 골목길 벽면을 장식한 특별한 거리 예술이 아르메니안 거리의 역사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나타낸다.

페낭의 시간을 품은 건축물

페낭 여행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다채롭고 화려한 건축물 구경이다. 과거 이 섬에 171년간 거주했던 영국인을 필두로 인도인, 중국인 등이 건설한 독특하고 특색 있는 건축물은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의 건축적 보석이라 일컬어진다. 페낭의 첫인상은 중국의 소도시와 무척 닮아 있다. 청나라 중국 이민자들이 세운 중국 사원과 주택, 19세기 중국의 신흥 부유층이 페낭을 휴양지로 활용하며 곳곳에 지은 휴양지 스타일의 맨션 등 오늘날 페낭 전역을 구성하는 건축은 중국풍 목조 구조가 대다수를 이룬다.

예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아르메니안 거리
조지타운 서쪽에 위치한 ‘서퍽Suffolk 하우스’는 페낭 최초의 영국 정착지를 세운 프랜시스 라이트의 저택으로 유명하다. 영국령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든 하우스 스타일로 지어진 이 건축물은 세계2차대전 당시 일본 제국 정부가 점유하는 등 여러 부침을 겪으며 이후 수년간 방치되어 왔으나 현대에 들어 영국과 말레이시아, 호주의 연구자들에 의해 복원되어 현재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나라 중국 이민자들이 건설한 주택가 풍경
빅토리아 시대와 조지 왕조 시대의 조화로운 건축양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식민지 시대의 건축은 페낭 시청과 페낭 최초의 그랜드 호텔인 이스턴 앤 오리엔탈 호텔, 은행과 무역회사 건물이 밀집된 옛 상업지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페낭 건축물 대부분은 낡고 빛 바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어 그것 자체로 특별한 인상을 여행자에게 제공한다. 나라의 아픔과 지역의 흥망성쇠, 삶의 희로애락이 점철된 낡은 공간을 거닐어보자.
(좌)빅토리아 여왕 다이아몬드 주빌리 시계탑 (우)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의 불교 사원인 켁록시
더불어 살아가는 종교의 다양성

약 1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의 불교 사원, 켁록시(Kek Lok Si). 1890~1930년 사이 지어진 이 사원은 페낭을 넘어 말레이시아 다른 지역과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불교도들이 찾는 중요한 순례지로 유명하다.

7층짜리 탑과 1만 개의 설화석고 및 청동 부처상, 자비의 여신인 관음 청동상이 켁록시의 자랑이다. 고대 인도에서 발전한 전통 불교인 대승불교와 현존하는 불교에서 가장 오래된 학파인 상좌부불교가 융합되어 세워진 이 사원에는 불상 및 다양한 보살상과 중국 신들을 모시고 있다.

(좌)페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우)와불상으로 유명한 태국 불교 사원
켁록시 사원은 조각 기둥 위에 밝은 색으로 칠해진 정교한 목공예품, 연못과 화원이 사찰 단지에 자리하는 등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차례 개조와 구조적 증축을 거쳐 현재에 이른다. 구불구불한 길과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닿으면 거대한 관음상이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풍경을 마주한다.

조화로운 섬, 페낭의 가치는 종교적 다양성으로 입증된다. 페낭은 이슬람교가 국교이지만, 불교를 비롯해 기독교, 힌두교, 도교 등 다양한 인구 집단에 의해 여러 종교가 한데 모여 더불어 살아가는 다종교 지역으로 손꼽힌다.

(좌로부터)페낭의 유일한 미얀마 불교 사원, 인도 무슬림 상인들이 지은 카피탄 켈링 이슬람사원, 조지타운에 있는 대승불교사원인 관음사
전쟁의 신을 모시는 사원부터 자비의 여신을 모시는 사원, 또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원부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사원까지. 각각의 종교마다 가르침과 영적인 공양이 조화를 이루는 페낭은 말레이시아에서 종교적 화합의 대표 사례로 인식된다.

식도락 여행의 모든 것, 호커 푸드

(위로부터 시계반대 방향)출리아 거리에 자리한 호커 푸드 센터, 오리알을 넣은 볶음국수인 차 퀘이 테오, 중국식 국수인 호키엔 누들
‘먹거리의 천국’ 페낭에선 ‘먹기 위해 운동이 필요한’ 순간이 많았다. 맛봐야 할 요리는 넘쳐나는데 이를 담고 소화시킬 위 속 공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보니, 먹고 움직이고 소화시킨 뒤 다시 먹고 움직이고 소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행위였다. 먹거리에만 집중해도 페낭 여행의 8할이 채워진다.

일단 현지인 친구로부터 강력하게 추천을 받은 음식은 바로 ‘호커 푸드’였다. 한마디로 ‘길거리 노점 음식’이다. 페낭 곳곳에 자리한 야시장에서는 판매품목이 오직 먹거리뿐. 메인 요리는 물론 간식과 디저트, 과일, 음료수 등 다문화 사회를 반영하는 페낭의 다채로운 요리가 좁다란 골목길을 빼곡히 채운다.

중국 이주민의 후손인 페라나칸족에서 유래한 뇨냐 요리 중 디저트
호커 푸드 중에서 차 퀘이 테오(Char Kway Teow)는 페낭의 시그니처 요리로 꼽힌다. 오리알을 면과 채소를 함께 볶아낸 볶음국수의 일종인데, 말레이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판매하는 것과 다른 점은 계란 대신 바로 이 오리알을 넣는다는 점이다. 오리알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평범한 볶음국수의 질을 높인다.
(좌로부터)코코넛을 첨가한 밥에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나시레막, 찹쌀밥 위에 코코넛이 올려진 뇨냐 디저트, 망고젤리와 코코넛우유가 첨가된 망고 사고 디저트
이 밖에도 새콤달콤한 생선 육수를 사용해 만드는 쌀국수인 페낭 락사, 코코넛을 첨가한 밥에 매콤한 소스를 곁들여 만드는 주먹밥의 일종인 나시레막, 중국 이주민의 후손인 페라나칸족에서 유래한 뇨냐(nyonya) 커리 및 쌀로 빚은 디저트 등이 대표적인 호커 요리다.

조지타운 중심에 위치한 러브레인 거리나 출리아 거리, 거니 드라이브 주변 지역 등에서 수십 개의 노점상이 거리를 점령한 채 분주히 음식을 만들고 있는 호커 센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좌)술과 라이브뮤직이 있는 러브레인 거리, 차 퀘이 테오를 판매하는 호커 푸드 노점상
두리안의 신선함이 고약한 냄새를 감싼다
(위)버스 내부에 붙여 있는 ‘두리안 금지’ 경고문구 (아래)고품질의 페낭 두리안
페낭에서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카페 심지어 버스 내부에도 ‘두리안 금지’라고 쓰여진 경고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호텔의 공용공간에서 두리안을 먹는 관광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내가 묵었던 호텔에서도 한 투숙객이 방에서 두리안을 먹었는데 그 고약한 냄새가 그녀의 방을 넘어 호텔 전체로 퍼져 나간 건 불과 수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과일의 왕’이라 불리지만 마치 썩은 양파냄새를 연상시키는 강하고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두리안.

한데 페낭을 찾는다면 두리안에 대한 기존 선입견을 벗고 일단 ‘호’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 한번쯤 시도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게 페낭의 고산지대 기후와 토양은 두리안을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고품질의 두리안 품종이 페낭 서부 발릭 풀라우 지대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두리안은 나무에서 갓 딴 신선한 것을 뜻한다. 발릭 풀라우 지대의 두리안 농장에선 열매가 익어 저절로 땅에 떨어졌을 때만 수확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곳의 두리안 수확시기인 6, 7월은 최고의 두리안을 맛볼 수 있는 시기이며, 이때 수천 명의 관광객이 페낭으로 모여든다.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페낭 힐

(좌)페낭 힐 정상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우)페낭 힐에서 내려다본 도심 전경
뱃속에 가득 들어찬 음식물을 소화시키기에 안성맞춤인 곳, 페낭 힐에서의 하이킹은 깊숙한 정글 지대에서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보내는 최고의 즐거움과 같다. 해발 800미터가 넘는 페낭 힐은 도심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어 페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인기가 높다. 열대낭상엽, 나무고사리, 열대 참나무 등 독특한 식물이 이곳에 서식하며 높은 고도와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구릉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높은 고도는 서늘한 기후를 나타내 예로부터 페낭 힐은 도심의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휴양지로 현지인들에게 각광받았으며, 꼭대기에 자리한 더 해비타트 페낭 힐 주변에는 고급 리조트와 레스토랑, 스파 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여러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페낭 힐에는 정글 숲을 따라 나 있는 수십 개의 하이킹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그중 헤리티지 트레일이 대표적이다. 페낭 힐 하부 케이블카역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트레일이 이어져 있으며, 케이블카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휴식과 모험을 동시에, 바투 페링기 해변

(위)바투 페링기 해변의 일몰 풍경 (아래)바투 페링기 해변은 수상스포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페낭은 열대 섬인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이곳 해변은 눈으로 보는 데 만족해야 한다. 드넓은 바닷물에 뛰어들어 첨벙첨벙 수영하는 것을 바란다면 바닷물에 뛰어드는 순간 곧장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일단 바닷물이 탁하고, 또한 해파리가 서식해 위험이 도사린다는 점 때문이다. 수영 대신 해안선을 따라 긴 산책을 하거나 일몰을 감상하도록 하자.

일광욕을 즐기고 싶다면 북서쪽에 위치한 바투 페링기 해변을 추천한다. 길게 뻗은 이곳의 해변은 백사장과 정글로 뒤덮인 언덕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으며, 페낭의 최고 일몰 스폿 중 하나로 유명하다. 패러세일링이나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 물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수상스포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번잡한 조지타운에서 벗어나 휴식과 모험을 동시에 추구하는 여행자에게 알맞은 곳, 이에 더해 한산한 낮이 저물면 해변 주변에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힌 야시장을 필두로 활기찬 나이트라이프가 펼쳐진다.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01호(25.10.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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