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토스트아웃’의 해…한국인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구글코리아, ‘올해의 검색어 2025’ 발표
불안·갈등 속 피로감 극에 달한 한해
“자신만의 정체성 찾으려는 흐름 뚜렷”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2025년 대한민국을 토스트를 오래 구워 까맣게 타기 직전의 상태인 ‘토스트아웃’에 빗대 분석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토스트아웃(Toast Out)’은 토스트를 오래 구워 까맣게 타기 직전의 상태를 빗댄 말로, 완전히 지치기 전의 ‘조금 무기력해진 단계’를 뜻한다. 약간의 피로를 느끼면서도 여전히 일상을 버텨내는, 2025년의 대한민국은 바로 이 ‘토스트아웃’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불안과 갈등 속에서 피로감은 누적됐지만 그 안에서도 각자의 해법과 재미를 동시에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구글코리아는 4일 한국인의 한해 관심을 집약한 ‘2025년 대한민국 올해의 검색어’를 공개했다. 전년 대비 검색량이 급증한 키워드를 살피며 1년간 우리 사회가 무엇에 주목했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경제·정치·보안까지…‘해법’ 찾는 실용 검색 늘어

2025년 우리나라에서 전년 대비 검색량이 급증한 키워드가 발표됐다. 구글코리아

올해 국내 검색어 전반에서는 변화하는 환경 속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상생페이백’,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생활 지원 정책과 경제 정보 검색이 크게 늘며 가계와 일상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보를 빠르게 찾으려는 움직임이 강화됐다.

정치·사회 분야에서도 ‘2025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와 함께 ‘파기환송’, ‘파면’ 등 법률 용어 검색이 늘었다. 복잡해진 사회 이슈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려는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국제 이슈에 대한 반응도 민감했다. ‘찰리 커크 피살 사건’,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 등이 상위 검색어에 오르며 국내와 글로벌 이슈를 동시에 추적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디지털 보안과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유심 교체 방법’, ‘KT 소액 결제 차단 방법’ 등 보안 관련 검색이 꾸준히 늘며 디지털 환경에서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려는 행동이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K-콘텐츠·밈·챌린지…‘놀이 문화’까지 확장

‘칠 가이’ 밈은 필립 뱅크스가 창작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온라인에 빠르게 확산했다. 어떤 상황에도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딘가 편하면서도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Nayib Bukele/X

문화 영역에서는 참여형 콘텐츠 소비가 더욱 뚜렷해졌다. 영화 부문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등이 큰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예능 분야에서는 ‘폭싹 속았수다’, ‘폭군의 셰프’, ‘환승연애4’, ‘모태 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등 공감형 콘텐츠와 새로운 형식을 결합한 작품들이 검색 상위권을 차지했다.

음악 분야에서는 ‘골든(헌트릭스)’, ‘소다팝(사자보이즈)’, ‘APT.’(로제 & 브루노 마스) 등이 검색을 이끌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안무 영상, 챌린지, 팬덤 공유까지 더해지며 K–팝 소비 방식이 더욱 다층적으로 확장됐다.

‘칠 가이(Chill Guy)’, ‘이탈리안 브레인롯(Italian Brainrot)’ 같은 밈(meme)과 ‘아이스크림 챌린지’ 등 숏폼 중심의 놀이 문화도 빠르게 확산됐다. 해외 스포츠 분야에서는 ‘토트넘’, ‘로스앤젤레스 FC’, ‘파리 생제르맹(PSG)’ 등 한국 선수들이 활약한 구단을 중심으로 검색이 집중됐다.

취향·소비·여행도 ‘나에게 맞게’

지난해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끈 두바이 초콜릿이 올해 쿠키, 마카롱, 떡 등으로 진화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개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검색도 두드러졌다. ‘크보빵’, ‘삼양1963(우지라면)’, ‘두바이 초콜릿’ 등 화제성과 희소성을 겸비한 제품들이 ‘찾아보는 재미’와 함께 인기를 끌었다.

홈쿡과 홈베이킹 열기도 이어졌다. ‘쫀득쿠키’, ‘소금빵’, ‘연어 깍두기’, ‘라죽’ 등 간편하면서도 트렌디한 레시피 검색이 증가하며, 직접 만들어 먹는 소비 문화가 자리 잡았다.

여행 분야에서는 ‘상하이’, ‘호치민’, ‘나고야’, ‘마쓰야마’ 등 가까운 해외 여행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동 부담과 비용을 줄인 실용적 여행 선호가 뚜렷해진 것이다. 패션 역시 ‘드뮤어룩’부터 ‘모던룩’, ‘보헤미안룩’까지 세대를 넘는 ‘개인 취향 중심 소비’가 강화됐다.

이와 함께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미국 ‘올해의 검색어’ 영화 부문 1위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올랐고, 노래 및 허밍 검색 부문에서는 ‘소다 팝(Soda Pop)’과 ‘골든(Golden)’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 역시 ▲캐나다 ▲프랑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여러 국가의 TV·시리즈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2025년은 불안과 갈등 속 피로감이 극에 달한 ‘토스트아웃’의 해였다”며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강렬한 재미와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흐름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