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코리아’ 없이 원전 짓기 힘들다더니… 폴란드 원전서 배제된 한국, 美 러브콜도 못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수년간 지식재산권(IP) 분쟁을 벌이다 올해 1월 극적으로 합의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 신규 원전 수주 시장에 도전한다. 체코 원전 수주 당시 웨스팅하우스에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수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준 한수원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
IP합의가 알려진 당시 원자력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원전을 단독으로 건설할 능력이 부족한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 중심의 팀코리아와 협업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는 실제 원전 건설을 주로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과 진행하고 있다.
5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이달 초 폴란드 포메라니아 주(州)에 제1 원전을 짓기 위해 폴란드원전공사(PEJ)와 엔지니어 개발 협약(EDA)을 맺었다. 원전을 짓기 위한 설계·구매·건설(EPC)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세부 계획을 살피는 예비 작업에 해당한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벡텔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폴란드 내 첫 신규 원전 건설 수주전에 참여했고, 2022년 사업자로 선정됐다. 지난 9월 포메라니아 주정부로부터 원전 사업에 대한 예비 공사 허가를 받았고, 토지 측량, 임시 기술 시설 및 건설 현장 준비, 지형 평탄화 등 예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1 원전은 2033년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 기자재 기업이 관련 수주를 받은 건 없다.
원전 업계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대형 원전을 단독으로 건설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원자로 설계, IP 등은 갖고 있지만, 수십 년간 미국에서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아 대규모 건설을 수행할 능력,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앞서 2017년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VC 서머 원전을 짓다가 비용 초과, 공기 지연 등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중단했다. 시공 관리, 공급망 확보, 비용 통제 등 웨스팅하우스의 건설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이에 웨스팅하우스가 신규 원전을 지으려면 탄탄한 EPC 역량이 필요하기에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와 협업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한수원은 납기 준수 능력, 가격 경쟁력 등을 인정받아 체코 신규 원전 사업자로 선정됐다. 웨스팅하우스와 벌이던 IP 소송이 마무리되며 ‘상생’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른 상황이다. 제1 원전 사업자인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제2 원전 수주도 노리고 있는데, 미국 기업과 손잡고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붙어 있는 지정학적 특성상 원전을 짓는 게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러시아가 유럽 안보를 계속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 기업이 폴란드에 원전을 짓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폴란드 정부는 제2 원전을 짓기 위해 해외 여러 기업과 접촉 중인데, 한수원은 아예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초 폴란드 정부로부터 한수원이 경쟁 협의 참여 초청장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으나, 한수원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수원은 체코를 제외한 유럽 내 신규 원전 수주는 모두 포기한 상황이다. 웨스팅하우스의 요청이 없다면 재진출은 어렵다. IP 합의에 따라 한수원·한전은 북미, 유럽, 우크라이나 등 특정 지역에서 원전 수주 활동이 제한된 상태다. 실제 한수원은 폴란드뿐만 아니라 스웨덴,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등 공들이던 유럽 원전 시장에서 모두 발을 뺐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폴란드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의하며 원전을 짓고 있다. 안보를 고려하면 웨스팅하우스가 해외 기업보다는 자국 기업과 계속 협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주 사업자로 역할이 다소 겹친다. 한수원이 원전을 수주하면 웨스팅하우스와 반드시 협업해야 하지만, 웨스팅하우스 입장은 다르다. 다만 한수원 이외 국내 기자재 기업 등에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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