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짧을수록 손해" … 오래 살수록 더 받는 연금 나온다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5. 12. 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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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걱정 뚝 '톤틴연금' 내년 출시
개시 전 해약고객 환급금 줄이고
장수하는 고객에 연금 더 얹어줘
신한라이프 등 생보사 상품 준비
예상수명·손익분기 따져 가입을

장수는 축복이란 말은 어느덧 옛말이 돼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장수를 리스크 중 하나로 인식한다. 혹시라도 오래 살게 돼 생활비에 주거비, 의료비까지 감당하느라 허덕이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기우는 아니다. 실제 한국은 주요국과 비교해 국민의 노후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금 적립액 비율은 28.5%로 미국의 5분의 1, 영국의 4분의 1 수준이다.

장수에 대한 걱정을 줄이기 위한 연금보험 상품이 내년 초 나온다. 신한라이프를 필두로 주요 생명보험사가 오래 살수록 더 많은 연금을 주는 톤틴·저해지연금보험을 선보인다. 보험을 향한 젊은 층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는 시대. 생보사도 톤틴연금이 분위기를 반전할 계기가 될지 기대하고 있다.

톤틴연금은 17세기 이탈리아 출신 은행가 로렌초 톤티가 구상한 금융 상품 구조에서 유래했다. 톤티는 일종의 계를 제안했다. 참가자들이 일정 금액을 공동기금으로 내고, 가입자가 사망할 때마다 남은 가입자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톤티는 이 같은 금융 방식이 국가 재정 조달의 획기적 방법이 되리라고 예상했지만 당시엔 흥행하지 못했다. 이후 19세기 미국 보험사들이 이 구조를 차용한 생명보험을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으나 일각에서는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부작용이 나타나며 법적으로 금지됐다.

탈 많았던 톤틴연금이 한국에서 부활하게 된 건 고령화 때문이다. 한국은 저출생·고령화로 5명 중 1명이 고령인구인 초고령사회에 올해 진입한 데 이어 2050년이면 고령자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공적연금만으로는 고령 국민을 케어하는 데 역부족인 상황에서 장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연금을 주는 보험 상품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톤틴연금이 속속 나오며 관심을 받았다. 아직 한국의 톤틴연금 구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상품을 통해 예상해볼 수 있다. 실제 국내에서 톤틴연금 출시를 준비 중인 생보사들도 일본에서 앞서 나온 상품을 참고하고 있다.

톤틴연금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인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보면 된다. 상품의 손익분기점과 본인의 예상 수명이다. 톤틴연금은 더 오래 산 사람에게 더 많은 연금을 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이 분명히 생기고 그렇기에 '손익분기점'을 갖는 보험이다. 자기가 손익분기점보다 오래 살 것 같으면 가입하는 편이 이득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매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대표적 톤틴연금인 니혼생명 그랑에이지에 50세 남성이 가입한 사례를 가정해보자. 고객이 20년간 총 1억1500만원을 낸 뒤 70세부터 연금을 수령한다면 손익분기점은 90세 무렵에 온다. 만약 99세까지 산다면 고객은 자신이 낸 보험료와 비교해 148%에 달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일본 남성의 기대수명이 81세임을 고려하면 많은 고객이 고려해봄 직한 구조로 평가된다. 하지만 장수를 예상하고 가입했다가 단명하면 분명한 손해다. 85세에 사망한 고객은 15년간 연금으로 총 8500만원을 받게 되는데, 이는 자신이 낸 보험료 대비 74% 수준이다. 85세면 꽤 오래 산 편인데도 손해를 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한 사례일 뿐이고 실제 상품 형태는 보다 다양하다. 살아 있는 동안 제한 없이 연금을 받게 하는 구조가 있는 반면, 수령이 가능한 최대 나이를 제한하는 형태도 있다. 연금 개시 후 5년간 보증 기간을 두는 상품도 있다. 예를 들어 연금 개시 후 2년 만에 고객이 사망하면 남은 보증 기간인 3년간의 연금은 유족에게 일시금 등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 보험사가 준비 중인 톤틴·저해지연금은 톤틴보다는 저해지에서 나오는 연금 증액 효과가 클 전망이다. 일찍 사망한 가입자의 몫을 장수한 고객에게 더 얹어주는 것이 '톤틴 효과'라면 '저해지 효과'는 연금 개시 전 보험을 해지한 고객에게 해약환급금을 덜 지급함으로써 나머지 가입자가 누릴 수 있는 증액 효과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국형 톤틴연금은 기존 연금 대비 38%의 증액 효과가 있는데, 이 중 톤틴에서 오는 부분이 2%이고, 36%는 저해지 상품의 특성에서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한국인 정서에 맞춘 톤틴 상품을 설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연금이 개시되기 전 사망하거나 보험을 해지한 고객도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는 많은 돈을 가져가게 할 방침이다. 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상품인 만큼 불완전 판매가 없게 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일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톤틴연금은 연금 지급 전에 사망하거나 해지하면 지급금이 감소하므로 가입자에게 충분한 설명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자 확인서를 강화하고 상품 판매자격제도를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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