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재심 위한 밑그림? ‘피고인’ 李 대통령의 ‘검사 감찰’ 지시 파문

김현지 기자 2025. 12. 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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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연어 술자리’로 진술 회유” 이화영의 주장, 대통령 사법 리스크·정치적 운명과 직결
대북송금 사건 피고인 李, 임기 만료되면 ‘민간인’으로 재판 재개…“이해충돌·권한 남용 소지”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대한민국 사법부가 요동치고 있다. 중심에는 거대 의석을 장악한 집권여당의 사법 개혁 드라이브가 있다. 대법원장의 인사·예산 등 권한 분산이 골자지만, 그 밑자락에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분위기다. 대법원이 21대 대통령선거 직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리한 선고를 내렸다는 게 배경으로 지목돼 왔다.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뒤집으려는 정치권의 거센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쌍방울 뇌물·대북송금 의혹으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 술자리 진술 회유 의혹' 주장에 대해 정부·여당이 전방위적으로 검증에 나선 것이다.

주목되는 건 이 대통령이 이 전 부지사 관련 재판에서 집단 퇴정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직접 지시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 역시 대북송금 사건의 피고인이다. 이 전 부지사 주장대로라면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진술을 회유당해 이 대통령도 재판에 넘겨졌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에 더욱 직접적인 당사자가 된다. 이 대통령의 지시를 두고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법조계 견해가 나온 이유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작 이 전 부지사 조사 시 '술'이 반입됐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검찰의 조작 수사와 기소를 주장하는 가운데, 이 전 부지사의 유죄 판결을 뒤집기 위한 재심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11월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방 직후 이 대통령의 '1호 지시'

"변호사들의 사법부 모독과 검사들의 집단 퇴정에 대해 수사와 감찰을 진행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11월26일 7박10일간의 중동·아프리카 순방길에서 귀국하자마자 내놓은 '1호 지시' 사항이다. 변호사들의 사법부 모독 행위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들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사건 재판에서 '신뢰관계인 동석 허가'가 거부당하자 재판부를 향해 항의하며 고성을 지르는 등 법정을 소란스럽게 한 사건을 의미한다. 이들은 유튜브 등 장외(場外)에서도 재판부를 모독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나아가 검사들의 집단 퇴정 문제도 지적했다. 하루 전날인 11월25일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법정에서 검사들이 재판부의 편파 진행을 우려하며 퇴정한 사태를 겨냥한 것이다. 검사들은 '연어 술자리 의혹'을 허위 증언(위증 혐의)해 기소된 이 전 부지사의 재판부가 검찰 측 신청 증인들을 모두 인정하지 않자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인사를 한 뒤 법정에서 나갔다.

특정 사건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직접 지시는 백해룡 경정의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 합류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일련의 사법부 모독 행위를 엄중하게 바라봤다는 의미다. 대통령은 법무부를 통해 법무부 외청인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감찰을 지시할 수 있다. 집단 퇴정을 비롯해 사법부 모독 행위 등이 감찰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대북송금 관련 연어 술자리 의혹이 이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 전 부지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2018~21년) 시절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측에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경기지사 방북비(300만 달러) 등 모두 8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이다. 당시 초대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교류하며 대북 사업에 관여했다.

연어 술자리 의혹은 특히 이 대통령 기소 과정과도 직결된다. 애초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에서 받은 뇌물 등의 혐의로 2022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성격은 해외 도주 중이던 김성태 전 회장의 귀국(2023년 1월)과 맞물려 달라졌다. 이 전 부지사는 이후 2023년 3월 대북송금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같은 해 여름에는 김 전 회장 측에 경기지사 방북 비용을 요청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내용이 알려졌다. 이 대통령 또한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7월21일 직접 작성한 옥중 편지에서 "스마트팜 비용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요청한 적 없고 따라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보고는 사실이 아니다"고 번복했다. 지난해에는 "검찰과 김 전 회장이 검찰청사에서 연어와 술이 있는 식사 자리를 갖고 진술을 회유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이 이 대통령도 옭아매려 했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두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대북송금 사건을 포함해 이 대통령의 재판 5건(대장동 등·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법인카드 유용)은 21대 대선 이후 중지됐지만, 임기 만료 후 재개돼야 하는 재판의 당사자인 이 대통령이 공범 관계에 있는 이 전 부지사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행법상 재판부 기피 신청은 검찰이나 피고인 측이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의 지시가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다는 권한 남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 전 부지사를 대리했던 김형태 변호사 역시 2023년 8월 이 전 부지사의 뜻과 무관하게 재판부 기피 신청을 일방적으로 제출하고 법정을 퇴정한 바 있다.

"술자리 정황 확인" vs "근거 없어"

이화영 전 부지사는 뇌물 등 혐의와 관련해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의 원심을 확정받았다. 법무부와 검찰의 이 전 부지사 사건과 관련한 감찰은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특별점검 결과에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술을 마신 정황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이 전 부지사가 '오늘 검사, 쌍방울 회장과 한잔했다'고 말했다는 수용자들의 자술서, 2023년 5월17일 저녁식사를 구치감 거실이 아니라 영상녹화실에서 한 것을 목격했다는 계호 교도관 진술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4월17일 수원지검이 당시 계호 교도관 38명을 조사한 후 연어 술자리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검은 법무부 특별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이 날짜에 수원지검에 무단으로 반입된 술이 있었는지, 수원지검 수사팀에서 대북송금 사건 등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가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에게 술을 제공하며 진술을 회유했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조사 결과 검사와 교도관 등 38명이 술자리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사자인 박 검사 역시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김 전 회장도 법정에서 이 의혹이 거짓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법무부 보고서에 거론된 고검장 출신 조재연 변호사도 이 전 부지사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검찰 고위층과 이야기가 됐으니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 구형량을 낮춰줄 수 있다'고 이 전 부지사에게 말한 내용 등이 법무부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변호사는 의혹의 당사자로 거론됐다.

조 변호사는 12월1일 언론공지를 통해 "법무부 조사 시 말도 안 되게 창작 소설을 쓴 교정직 공무원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무고,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한다"며 "공무상 기밀인 법무부 보고서를 언론에 불법적으로 유출한 법무부 성명불상 특별점검 보고서 작성 관여자 등을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도 했다. 또 보고서를 유출한 법무부 직원에 대해 엄중 감찰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감찰 요청서도 법무부에 제출했다. 조 변호사는 법무부 보고서에 대해 "교정직 직원만으로 구성된 특별점검팀이 오로지 수감자인 이화영과 교도관들을 대상으로 문답해 작성한 문서"라고 했다.

12월2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연어·술파티 의혹'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화영 위증 사건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 공소 취하를 주장했다. ⓒ뉴스1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를 맡았던 설주완 변호사(왼쪽 사진)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연합뉴스·뉴시스

與, "조작 기소" 공세 강화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별위원회는 12월2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의 연어 술파티 의혹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감찰과 수사 착수를 주문했다. 민주당 특위는 이 전 부지사의 위증 사건에 대해 검찰이 공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청 검사실 안에서 피의자와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는 건 사실"이라며 "이 대통령에 대한 허위진술을 회유했다는 대목은 검찰이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보고서에 제기된 의혹은 물론 이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수사 등 모든 수사 전반에 대한 전면적 감찰과 형사수사에 즉각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11월27일 집단 퇴정한 검사 4명을 법정 모욕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검찰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면서 이 전 부지사의 위증 혐의 재판 절차는 정지된 상태다.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혐의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재심 가능성도 거론돼 왔다. 이 가운데 박 검사는 10월14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 전 부지사 대리인단 중 하나인 설주완 변호사 사임 배경에 대해 '민주당의 김현지님(당시 보좌관, 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게서 전화로 질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사자인 설 변호사는 연어 술자리를 알지 못하고 2023년 5월17일 당일 술을 본 적 없다는 취지로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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