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돈바스 철수 안 하면 점령한다”…우크라에 포기 거듭 압박
‘미국이 배신할 것’…유럽 지도자들 회담서 미국 성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를 포기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4일 공개된 인도 언론 ‘인디아 투데이’와 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철수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가 점령할 것이라며 영토 문제와 관련한 기존의 요구를 재확인했다. 4~5일 인도 방문에 앞서 지난 3일 이뤄진 이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그 영토를 힘으로 해방하거나, 우크라이나군이 그 영토를 떠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중재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인 돈바스 전체를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주 거의 전부, 도네츠크주 70%가량을 점령한 상태인데 남은 지역도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전체를 포기할 경우 러시아의 향후 침공로가 될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푸틴을 만났던 미국 특사들은 푸틴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 바 있다.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2일 모스크바에서 푸틴을 만나 5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종전과 관련한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논의했다.
푸틴은 미국 특사들과의 만남 전에는 우크라이나 종전과 관련한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보지못했다며 “우리가 모든 조항을 살펴야 하는 이유이고 오래 걸리는 이유이다”고 말했다. 윗코프 등 미국 특사는 플로리다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곧 만난다.
푸틴은 미국의 제안 중 일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예스라고 말할 때는 우리는 논의할 수 있으나,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되는 문제들이 무엇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점령하지 못한 돈바스 지역의 나머지 부분을 러시아에 넘겨줄지와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이 가장 핵심으로 거론된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보좌관은 회담에서는 종전과 관련해 “타협이 없었다”고 직접적으로 확인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협상 입지는 최근 전장에서 성과로 더욱 강화됐다고도 시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종전을 위한 진정한 기회가 있음을 세계는 명확히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협상은 “러시아에 대한 압력으로 지원받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점령하지 않은 영토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미국의 협상 태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쪽의 갈등과 불화도 커지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미국의 협상에 우려를 표하는 전화 회담 녹취를 입수해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전화 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안전 보장을 명확히 하지않고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젤렌스키는 “향후 며칠 동안 극도로 조심해야만 한다”는 경고를 했다. 메르츠는 “그들은 당신 및 우리들과 게임을 하고 있다”며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제압하려 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볼로디미르를 저런 사람들과 홀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전화 회담에는 젤렌스키와 프랑스·독일·핀란드·폴란드·이탈리아·덴마크·노르웨이 정상,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정상회의 상임의장, 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슈피겔 보도에 대해 “대통령은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보안을 이유로 마크롱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특사, 쿠슈너, 그리고 대통령의 모든 국가안보팀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살육을 막으려고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며 “그들은 견고하고, 실행할 수 있는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계획을 놓고 양쪽에서 반응들을 모으는 생산적인 회담을 갖고 있다”는 반응만을 내놓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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