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모자 장례까지 책임진 여성...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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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인의 지방을 태우고 있다. |
| ⓒ 나눔과나눔 |
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기에 어색해했습니다. 빈소에 흐르던 침묵을 깼던 것은 잠시 후 들어온 세 명의 사람이었습니다. 그 세 명 중 한 명의 여성이 와주셔서 고맙다며 먼저 온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 여성에게 어떻게 오셨고, 고인과 어떤 관계냐고 묻자, 자신은 고인의 옆집에 사는 이웃이며 같이 온 두 명의 사람은 고인의 어머니와 동생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장례를 마친 후 고인을 화로로 모시는 것은 수월한 일이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은 본인들이 나서서 상주를 맡고, 운구를 맡았습니다. 누구도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라고는 생각지 못할 모습이었습니다. 고인을 모신 화로의 문이 닫힌 뒤, 관망실에서 유족 대기실로 사별자들을 안내하며 고인의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알고 보니 장례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고인의 이웃이 부고를 알린 사람들이었습니다. 고인의 이웃은 고인이 사망한 뒤 고인의 동생과 어머니를 도와 집을 정리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인의 수첩을 발견했고, 혹시 몰라 내용을 보니 예전 직장 동료와 친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연락처가 있었던 것입니다. 고인의 이웃은 그들에게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전달했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이 장례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고인의 어머니는 중증 치매 환자로 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아들이 사망했다는 사실에 장례 내내 눈물을 쏟으셨습니다. 고인의 이웃은 그런 어머니의 곁을 지키며 장례가 진행되는 내내 함께했습니다. 장례를 모두 마친 뒤에는 남은 정리를 모두 도와줄 것이며, 고인의 어머니와 동생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두 좋은 사람인데, 너무 안타깝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사망자의 연고자가 있음에도 연고자가 사회적·경제적·신체적 어려움, 관계 단절 등의 이유로 시신 인수를 하지 않는 경우도 '무연고사망자'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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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인의 이웃은 "그냥 당연한 일 한 거죠"라고 말했다. |
| ⓒ pixabay |
스치듯 지나쳤던 인연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자나 시민 조문객이 아닌 이상 공영장례 빈소에 다시 오는 이유는 정해져 있습니다. 한번 가족의 시신을 위임한 사람은 이후에도 시신을 위임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우자와 형제가 모두 사망한 상황에서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경우, 남은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고요. 고인의 어머니가 자녀와 마찬가지로 '무연고 사망자'가 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고인과 고인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고인의 이웃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서로 모르게 하는 것이 미덕인 현대 사회에서, 고인의 이웃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요? 예전에 모 언론사와 기획 기사를 준비하며 이 질문을 고인의 이웃에게 직접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남이니까 도와줄 의무도 없는데, 어떻게 고인의 장례에 발 벗고 나설 수 있었는지를요. 그러자 고인의 이웃은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냥 당연한 일 한 거죠. 그 집 사정을 아는데, 어떻게 그냥 내버려둬요."
몇 년 뒤 고인 어머니의 장례를 치를 때도 이웃은 여전했습니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혼자 남겨진 동생을 도울 예정이라고요.
고인과 고인의 어머니 모두 몇 년 새 '무연고 사망자'로 세상을 떠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발 벗고 나서준 이웃 덕분에 마지막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에게 필요한 것은 고인의 애도할 시간과 공간뿐 아니라 누군가의 인기척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례였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고인과 각별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옆집에 사는 이웃이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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