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자리도 뺏는 상속세[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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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증세'라는 달콤한 포퓰리즘 구호에 스위스 국민의 선택은 냉정했다.
스위스 청년사회당이 제안한 '초부유층 상속세 50% 부과안'은 지난달 30일 국민투표에서 78%의 반대로 부결됐다.
스위스 국민이 거부한 상속세율 50%. 이는 놀랍게도 대한민국 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감내해 온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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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증세’라는 달콤한 포퓰리즘 구호에 스위스 국민의 선택은 냉정했다. 스위스 청년사회당이 제안한 ‘초부유층 상속세 50% 부과안’은 지난달 30일 국민투표에서 78%의 반대로 부결됐다. 부자를 옹호해서가 아니다. 부자 증세로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결국 ‘나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스위스 국민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위스 국민이 거부한 상속세율 50%. 이는 놀랍게도 대한민국 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감내해 온 현실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이며,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평균(15%)의 4배에 달하는 이 징벌적 세금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됐다.
족쇄가 채워진 결과는 건실했던 토종기업의 몰락으로 증명됐다. ‘국민 밀폐용기’로 불리며 세계 1위 신화를 썼던 락앤락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김준일 전 회장은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발생할 수천억 원대의 상속세 부담을 우려해 결국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몰두했다. 국내외 공장을 잇달아 매각하고 생산을 중국에 위탁하면서 경쟁력은 추락했고, 끝내 자진 상장 폐지의 길을 걸었다.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였던 유니더스도 마찬가지다. 창업주 별세 후 2세 경영인은 상속세 5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겨야 했다. 이후 주인이 수차례 바뀌고 바이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테마주를 기웃거리는 신세로 전락하며 본업의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 외에도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 기업 쓰리쎄븐, 국내 최대 가구 업체 한샘 등 상속세 부담으로 본업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수두룩하다.
평소 ‘억강부약’과 조세 정의를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조차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3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등 세금 제도로 한국 국민이 싱가포르 등 해외로 이주하고 있다’는 싱가포르 기자의 질문에 “불합리한 측면도 있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국회의 ‘선택적’ 움직임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추진됐던 상속세 완화 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최근 표심을 의식해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공제 금액 상향’에만 골몰하고 있다. 정작 기업 경영의 지속성을 담보할 최고세율 인하는 ‘부자 감세’ 논리에 가로막혀 논의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핵심인 최고세율을 건드리지 않는 한 기업들의 ‘탈(脫)한국’과 사모펀드 매각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 경쟁국들이 상속세를 없애고 자본을 끌어들이는 동안, 우리는 기업인들에게 “한국을 떠나라”고 등 떠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영속하지 못하는데, 중산층의 일자리가 온전할 리 없다. 스웨덴이 사민당 정권 시절이던 2005년 아스트라 같은 대기업이 상속세 부담으로 해외에 매각되는 일을 겪은 뒤 상속세를 전격 폐지했던 결단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좌우를 떠나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 국민을 위한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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