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버리는 공간 없도록” vs “지나친 세금 낭비”
[KBS 청주] [앵커]
문을 닫은 학교와 리조트, 심지어 고속철도가 다니는 철로 아래까지.
충청북도가 곳곳에서 시설을 개선하거나 없던 시설을 새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버려지는 공간이 없도록 최대한 활용하겠단 취지지만, 막대한 세금 낭비란 지적도 나오는데요.
대표 사업인 오송 선하마루와 괴산 농소막의 운영 실태와 과제를 살펴봅니다.
팩트체크 K, 이유진, 정진규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KTX 오송역 선로와 바닥 주차장 사이 18m 높이 빈 공간에 회의와 전시 공간 등을 갖춘 오송 선하마루.
지난 7월, 문을 연 뒤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130명, 누적 만 3천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하지만 수익은 한 푼도 없습니다.
구상 단계부터 공익 목적 시설로 분류돼 국가철도공단에서 행정 시설로 사용 허가를 받아섭니다.
시설 개선에 드는 돈도 충청북도의 몫입니다.
이곳 오송 선하마루에선 오송역과 연결되는 통로 주변 환경 개선과 회의실 증축 공사가 이달 안에 진행됩니다.
현재까지 든 건립비는 모두 49억 원.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공사비로 9천만 원이 더 투입됩니다.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만 한 해 2억 원 안팎.
이게 다가 아닙니다.
주차장 16면가량을 차지해 임대 사업자에게 6천만 원을, 그리고 국가철도공단에 임대료 140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
연간 고정 지출만 2억 7천만 원대에 달합니다.
[최정훈/충청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국민의힘 : "행사도 하고 있고, 홍보도 하고 있고…. 정체성이 모호한 게 있는데, 세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관광이면 관광, 회의면 회의, 한 틀을 잡고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충청북도는 수익 전환을 검토했지만 큰 실익이 없다고 봤습니다.
C&V 센터와 청주 오스코 등 역 주변 회의실 대관비 평균과 현재 수요를 감안했을 때, 연수익은 2,490만 원 수준이 될 걸로 잠정 추산했습니다.
영리 목적으로 시설을 운영하면 국가철도공단에 내야 할 임대료가 14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지금보다 5배 늘어납니다.
'무료 대관'이라는 이점이 없다면 이용객이 급감해 추산치만큼의 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장인수/충청북도 관광과장 : "'비용만 들어가는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데 최고의 접근성 때문에 그분들(이용객)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인 비용을 절감시켜 주는 공공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충청북도는 주차장 임대 계약이 내년까지라 2027년부터는 6천만 원을 내지 않아도 돼, 지출이 크게 줄어들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무형의 공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데 대한 공감대 형성과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그래픽:오은지
[리포트]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생활형 숙박시설, '농소막'입니다.
충청북도가 폐교한 초등학교를 사들여 숙박 공간 등으로 개조하는 데 세금 45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지난 10월부터 도가 선정한 위탁 사업자가 정식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수기·성수기에 2인실은 10만 원에서 20만 원, 4인실은 15만 원에서 25만 원의 숙박비 수익 등으로 운영합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운영난이 불가피할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객실이 6개뿐이어섭니다.
충청북도가 산출한 농소막의 연간 지출비는 인건비와 경상경비, 공과금 등을 포함해 2억 천만 원.
비수기 평균 객실 단가를 적용하면 1년 중 247일 동안 6개 객실을 모두 채워야 지출비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객실 단가가 평균 34% 높아지는 성수기 가격을 1년 내내 적용해도 연간 183일을 만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기준을 넘어서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개소 직후 지난 두 달 동안 이용객은 209명, 매출은 950만 원에 그쳤습니다.
충청북도가 산출한 농소막의 예상 수입은 한 해 1억 9,600만 원으로, 쓰는 돈보다 1,300만 원 부족합니다.
적자가 나면 충청북도가 1,300만 원을 사업자에게 보전해 줘야 합니다.
[임병운/충청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국민의힘 : "일반 수탁자가 하지 못하는 것을 (충북도가) 직영으로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기업이나 이런 데 매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충청북도는 운영 초기인 점과 비수기 상황을 고려하면 개소 직후 성과가 나쁜 건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올해 안에 경제단체 협약을 통해 단체 숙박객을 유치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년부터 카페와 캠핑 사이트 등을 운영하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단 입장입니다.
특히, 농소막은 수익을 내는 게 우선이 아닌 시설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송현숙/충청북도 농촌상생팀장 : "농소막을 마중물로 지역과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해서 만들었습니다. (단체 숙박객의) 모자라는 숙박은 주변의 펜션들이 있습니다. 그 펜션을 활용해서 숙박할 수 있도록 연계(하겠습니다)."]
수십억 원의 세금을 들인 농소막이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운영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단 목소리가 큽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현기·강사완/그래픽:오은지
이유진 기자 (reasontrue@kbs.co.kr)
정진규 기자 (jin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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