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원목이 들려주는 스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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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가는 골프연습장 옆 과천향교의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원목들이 쌓여 있고 그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기계 소리가 공기 속을 맑게 흔든다.
그러나 진짜 스윙은 쓰임새가 먼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자랐는지, 어떤 재질인지, 어떤 결을 가졌는지, 그 나무의 성질이 제 위치를 결정하듯 골퍼 역시 각자의 리듬, 체형, 습관, 마음의 결이 자신만의 스윙을 천천히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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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매일 나가는 골프연습장 옆 과천향교의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원목들이 쌓여 있고 그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기계 소리가 공기 속을 맑게 흔든다.
수십, 수백 년을 어디선가 자라다가 마침내 이곳 향교의 한 부분이 되기 위해 선택된 나무들의 긴 행로를 떠올리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나무는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했지만 때를 만나 결국 '쓰임새'라는 자리를 찾은 것이다. 마치 그 길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골프라고 다를까 싶다. 우리는 때로 우리 스윙의 '운명'을 너무 일찍 판단한다. 서둘러 완성하려 하고, 조급하게 형태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스윙은 쓰임새가 먼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나무와 닮았다. 어디서 자랐는지, 어떤 재질인지, 어떤 결을 가졌는지, 그 나무의 성질이 제 위치를 결정하듯 골퍼 역시 각자의 리듬, 체형, 습관, 마음의 결이 자신만의 스윙을 천천히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거친 원목이 향교의 기둥이 되기까지 필요한 것은 다듬음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천천히 깎아내고 결을 살려 주는 손길일 것이다.
스윙이라고 다를까. 잘 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스윙을 다듬어가며 자기 결을 찾는 것이 쓰임새를 완결시키는 것이 아닐까.
쌓여 있는 나무는 자신이 향교의 어느 부분이 될지 모른다. 그저 최선을 다해 자라 이곳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쓰임을 기다리고 있다.
골퍼도 닥치지 않은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필요한 스윙, 오늘의 마음에 어울리는 스윙을 다듬어 가면 된다. 골퍼가 처한 바로 그 자리에서 자연스레 스윙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한다.
과천향교의 원목들이 가림막 너머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골프도 나 자신도 쓰임새를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을 따라 완성되어 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오늘의 샷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자기 결을 살리는 데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그 한 번의 스윙이 향교의 오래된 기둥처럼 조용한 품격을 지니고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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