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 “고령화 사회 선제적 대응,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구경북 상황에 접목”

이석수 기자 2025. 12. 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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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치매관리, 지역포괄케어, 재택의료 시스템 ‘대구형 모델’ 모색”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대응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전국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치매 환자 증가, 재택 의료 수요 확대, 만성질환 관리 부담 등 다양한 문제들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구시의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일본 의료계와의 교류를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일본은 우리보다 약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그 과정에서 치매 관리, 지역포괄케어, 재택의료 시스템을 실제 모델로 구축해 온 나라다. 대구·경북이 맞닥뜨릴 미래를 이미 경험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면서 "대구시의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일본 의료계와 교류 활동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준비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메디시티 대구' 의료가 시민과 가장 가까운 의료가 되도록 이끄는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회장을 만났다.

-왜 일본 의료계와 교류에 주목해야 하나?

▶대구시의사회는 과거부터 일본 의사회와 의료봉사 및 학회를 중심으로 교류를 이어왔으나, 코로나 시기 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코로나가 종료된 뒤에는 재일한국의사회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협력 체계를 만들어 왔다. 일본의 경험을 직접 듣고, 현장에서 확인하며, 대구 경북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모색하는 것, 이것이 교류의 핵심이다.

-어떤 방식으로 교류가 진행되었나?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 대구시 의료계의 K 방역을 배우려는 외국 의사들의 연락이 많았다. 일본에서는 재일한국의사회, 고베시의사회, 효고현 보험의사회를 중심으로 코로나 대응에 대한 의료 정보를 문의해왔고, K 방역을 실제 일본에 적용하기도 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시작된 교류는 그 후에도 국제세미나, 논문 발표 등 학술 활동과 인적교류로 연결되었다. 특히 2023년 대구시의사회와 재일한국의사회가 공식적으로 MOU를 체결하면서 교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실제 성과도 궁금하다.

▶대구시의사회는 2024년 11월 일본을 방문해 한일 국제학술대회 참여했고, 의료 현안 간담회, 추가 업무협약 체결 등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필수의료 기피 문제, 의료수련제도 등 한일 양국에서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일본 방문 주요 일정에는 △킨키대학 히가시오사카 캠퍼스에서 열린 학술대회 △고베시의사회·효고현보험의사협회 간담회 및 세미나 △고베아사히병원 방문 △2026년 대구국제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홍보를 위한 오사카 총영사관 방문 및 간담회 등이 포함됐다. 인지증 장애, 의료기관 심사평가 체계, 의료 디지털화 방향, 의대 증원 문제, 의료 인력 불균형과 필수의료 기피 현상, 수련제도 개선 등의 주제가 세부적으로 논의됐다.
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재일한국의사회와의 친선 교류 행사에서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 제공

-재일교포 한국인 의사들과의 교류 활동이 눈에 띠는데.

▶2025년 6월에 대구에서 재일한국의사회와 2박 3일간 국제학술대회 및 친선 교류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이광희 재일한국의사회장이 참석했고, 김수량 고베아사히 병원 이사장이 한일 코로나19 대응 비교를 발표했다. 또 소아정신과 송대광, 순환기내과 안진수 선생 등 역량있는 재일교포 3세 의사들이 연단에 올라 실질적인 임상 및 공중보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의를 진행했다. 바로 얼마전 10월에는 대구시의사회 해외교류협력단이 다시 일본을 찾아, 내년에 AI 바이오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해외 의료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해 한일 공동 진료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재일한국의사회와의 교류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일본에서 생활하는 재일동포들은 차별받고, 의료 이용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시의사회가 재일한국의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동포 의료 문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민간 외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동 포럼과 간담회를 통해 일본 내 한국인의 건강 이슈, 의료 접근성, 정책 변화 등을 상호 공유하며 양측 의료인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 교류를 통해 얻은 경험을 지역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대구시의사회는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 맞게 무엇을 조정해야 하는가', '어떤 점은 피해야 하는가'를 함께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택의료 제도 개선, 1차의료 강화 전략, 치매 환자 지역 관리체계 구축 논의에서 일본의 실증 자료는 매우 중요한 참고가 된다. 이러한 교류 경험은 대구경북과 중앙정부에 대한 의료정책 제안 과정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대구경북이 '고령친화 의료 선도 도시'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기반이 될 것으로 본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대구에서 매년 개최되는 아태안티에이징학술대회에서 외국인 의사를 대상으로 라이브서저리 연수교육 모습.

-앞으로 국제 교류는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는가?

▶국제교류는 단순한 외부 활동이 아니라, 결국 대구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장기적 투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일본뿐 아니라 유럽·북미 등 고령사회 대응 경험이 풍부한 국가들과의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 여러 도시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기반 의료체계, 방문진료, 커뮤니티 케어 모델 등을 폭넓게 비교하고 논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국제 교류는 미래 의료체계를 선도하기 위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필수 전략이라고 확신한다.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나눔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주요 활동을 소개해 달라.

▶의사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려면 시도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단순히 의료 서비스 제공을 넘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지속해 왔다. 장애인 돕기 자선음악회를 개최해 나눔 기금을 조성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청각장애인,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실시해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건강보험공단과 사랑의 연탄 봉사를 진행하고, 적십자사·교보생명과 행복한 밥상 무료 급식 행사에도 회원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명절에는 '사랑의 쌀'을 전달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전통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의사회의 존재 이유를 시도민과 함께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의료 정보를 전달하는 대시민 소통도 활발한데요.

▶필수의료, 지역의료, 응급의료 체계가 잘 유지되고 의료전달 체계가 더욱 잘 지속되려면 의사회가 공적 책임을 갖고 올바른 정보를 시도민께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 그래서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건강 콘텐츠를 제작하고, 시민들이 언제든 상담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역 언론사와 협력해 정기적으로 의료 칼럼을 기고하며 시민과의 소통 폭을 넓혀가고 있다.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식 기반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봉사와 건강 정보 제공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돼야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시민의 건강 인식 수준을 높이는 활동을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다. 대구경북 시도민의 건강을 지키는 동반자로서 의사회가 더 가까운 곳에서 역할을 하겠다.

이석수 기자 s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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