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사 50주년 앞두고 잇단 인재 이탈…CEO 교체설 솔솔

방성훈 2025. 12. 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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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자인 핵심 인재 연이은 퇴사
아이폰 디자이너 퇴사후 유출 심화
UI 디자이너 등 상당수 메타가 '꿀꺽'
CEO 교체론 속 승계 구도에도 변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애플이 내년 4월 창사 50주년을 앞두고 인재 유출 쇼크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분기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취임 14년 차에 접어든 팀 쿡 최고경영자(CEO) 교체설까지 거론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법무 담당 시니어 부사장인 케이트 애덤스와 환경·정책·사회문제를 담당하는 부사장 리사 잭슨이 내년 퇴임한다고 밝혔다. 핵심 간부 2명이 동시에 퇴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애덤스는 애플의 앱 수수료를 둘러싼 각종 소송을 총괄해 왔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최초로 흑인 여성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일했던 잭슨은 애플에서 공급망 전반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등을 이끌어왔다.

전날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 책임자인 앨런 다이가 약 20년 만에 애플을 떠나 메타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지난 6월 ‘10년에 한 번 나올 프로젝트’라고 소개된, 아이폰 앱 아이콘에 투명감과 광택감을 부여한 UI ‘리퀴드 글라스’를 주도했다. 다이는 메타로 자리를 옮긴 뒤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 부문 디자인 책임자를 맡을 예정이다.

애플 디자인팀에서 활동해온 빌리 소렌티노도 메타로 이직해 다이와 함께 차세대 제품 디자인을 이끌 예정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인재 영입과 관련,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AI를 탑재한 VR 등이 기술과 인간 관계를 바꾸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며 “메타 디자인의 위상을 한층 높이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전 CEO 시절부터 ‘기능과 디자인의 결합’을 강점으로 삼아왔지만,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가 2019년 퇴사한 이후 핵심 디자인 인재를 잇달아 잃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이브는 지난 5월 오픈AI에 합류해 AI 전용 단말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조직 혼란은 디자인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일에도 AI 개발 책임자인 존 지안안드레아 시니어 부사장이 내년 퇴사를 알렸다. 구글 출신인 그는 음성비서 ‘시리’(Siri) 개발을 담당했지만, 생성형 AI 개발이 삐걱거리면서 올봄 시리 개편 권한이 다른 간부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애플의 최고 임원진은 오랜 기간 고착화한 구조였으나 올 들어 경영진 교체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1월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교체된 데 이어 지난 7월엔 조달·제품 개발 등을 이끌어 온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0년 가까이 맡아온 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애플은 CFO와 COO 인사를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의 일환”이라고 설명했고, 시장에서는 쿡 CEO의 은퇴에 대비해 새 경영 체제를 다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AI 개발 혼선과 디자이너들의 잇단 이탈로 이러한 청사진에서 벗어난 ‘계획 밖 변수’라는 우려와 함께, 새로운 체제 구축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쿡 CEO는 사망한 잡스 전 CEO의 뒤를 이어 2011년 CEO 취임했다. 정교한 공급망 구축과 치밀한 브랜드 전략을 앞세워 애플의 매출과 순이익을 약 3.7배로 키워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기술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당시 ‘안정’ 위주 경영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올해 7월 한 시장조사업체 애널리스트는 “지금 애플에 필요한 것은 변화와 혼란”이라며 CEO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애플이 2026년 1월 말 실적 발표 이후 새 CEO를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후임으로는 아이폰과 맥 등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시니어 부사장 존 터너스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최고 경영진 가운데 최연소급으로,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애플은 생성형 AI 개발에서는 뒤처졌다는 지적에도 올해 9월 출시한 ‘아이폰 17’ 시리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은 약 17%로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약 30%), 구글 모회사 알파벳(약 66%)과는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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