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놀러가자] 43. 유학·독립운동 한곳에 밀양시립박물관

경남도민일보 2025. 12. 5. 08: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종직으로 대표되는 조선 유학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38명 기록
밀양시립박물관 목판 전시형 수장고.

1974년 개관한 밀양시립박물관은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박물관이다. 낙동강 유역 문화와 역사를 담은 1만 2000여 점을 수집·전시하고 있어 양적으로도 도내 최고라 할 수 있다.

2008년 밀양시 교동 아리랑아트센터 옆으로 이전한 후 2022년에는 리모델링과 함께 어린이박물관 신설, 실감콘텐츠 보강과 스마트박물관 사업 등 전시 콘텐츠를 대폭 강화해 관람객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시실은 역사실과 민속실, 유학실과 서화실, 화석전시관과 실감콘텐츠 체험존 등 6개로 구성돼 있다. 한 건물에 있는 어린이박물관과 밀양독립운동기념관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밀양시립박물관에 전시된 박익 벽화묘.

'박익 벽화묘'를 아시나요?

1층 역사실에 들어서면 밀양 역사의 유구함을 읽을 수 있다. 단장면 고례리에서 발견된 2만 7000년 전 구석기시대 유물부터 신석기-청동기-철기시대 등 선사시대-역사시대 모든

시기 유적·유물이 밀양 지역에서 발견됐다. '밀양'이라는 삶의 터전을 사람들이 단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역사실 입구에 밀양 지명 변천사가 있다. 기원 이후 삼한시대 '미리미동국'이라는 이름부터 신라시대 '추화군' '밀성군', 고려시대 '밀주군'을 거쳐 조선시대인 1415년 '밀양도호부'에서 '밀양'이라는 지명이 쓰이기 시작했다.

입구 다른 한쪽에 '밀양 문화의 상징 영남루'라고 돼 있다. 1300년대 건립된 영남루가 지금 모습을 갖춘 건 1844년 중건 때이다. 밀양시립박물관 로고도 1724년 제작된 영남루 '막새기와' 문양을 땄다. 용과 구름, 해를 형상화한 역동적 문양의 기와 유적과 박물관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 밀양시 무안면 출신 의병승 사명대사(1544~1610) 관련 유적을 볼 수 있다. 역사실 옆 실감콘텐츠 체험존 중 사명대사 일생을 다룬 실감영상관에서 그의 면모를 그야말로 실감한다.
밀양시립박물관에 전시된 디지털 밀양십이경도.

역사관 가장 안쪽에서 흥미로운 유물 2점을 만나게 된다. 1566년 이경홍이 그린 '밀양십이경도'와 바로 옆 고려말 충신 박익(1332~1398)의 벽화묘가 그것이다. 이경홍은 당시 병석에 있던 부친 이광진을 위해 금시당에서 바라본 12가지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 보

여줬다. 불과 20여 년 전 태풍 때 박익의 묘가 유실되면서 비로소 발견된 석실 속 벽화는 당시 장례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역사실과 연결된 민속실에 이르면 유형의 범위를 넘어 무형의 문화까지도 풍부한 밀양의 매력을 접하게 된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인 밀양 백중놀이부터 모두 경남무형문화재인 무안용호놀이와 감내게줄당기기, 법흥상원놀이, 작약산예수재 관련 기록과 영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설명문에는 "밀양이 오랜 역사의 농경사회로 풍부한 공동체 문화가 발달돼 있다"라고 소개했다.

밀양시는 삼문동 옛 법원·검찰청 터에 무형문화유산원 영남분원을 유치했다. 영남분원이 들어서면 밀양의 풍부한 무형문화유산 콘텐츠가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전달될 것으로 기대된다.
밀양시립박물관에 재현한 밀양 향교.

밀양의 3대 신비?

역사실·민속실 출구에서 '밀양의 신비'와 만난다. 특히 밀양의 3대 신비로 통하는 '만어산 경석(두드리면 종소리가 남)'과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 나라에 비극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렸던 '표충비'는 영상까지 마련됐다.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태극나비가 날아들었다는 영남루 위쪽 무봉사의 태극나비 전설도 신비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실·민속실 관람을 하고 휴식 겸 마주하는 곳이 1층 '실감콘텐츠 체험존'이다. 실감콘텐츠 체험존은 잠시 노곤해진 관람객들 흥미를 다시 끌어올린다. 특히 1566년 밀양십이경도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밀양십이경도'는 압권이다.

체험존은 '밀양읍성으로 시간 여행'과 실감영상관인 '구국의 영웅 사명대사'로 이어진다.
밀양시립박물관에 전시된 김종직 옥벼루와 유리병.

공룡체험과 태극나비 신비체험, 무형문화유산

민속체험 등 실감콘텐츠들은 박물관 곳곳에서 관람객을 기다린다. 실감콘텐츠로 상상의 세계를 맛본 관람객들은 2층 유학실에서 다시 밀양의 진면모와 마주한다. 조선시대 '사림(士林)의 종사(宗師)'로 지칭되는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을 아는 이가 많을 것이다.

성리학 학맥이 그에게서, 그리고 그가 태어나고 죽은 밀양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궁금한 사람은 2층 유학실에서 그 배경을 조금은 읽을 수 있다.

고려말 충신 박익, 조선 초 변계량에서 김종직으로, 김종직 이후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성리학 학맥을 이룬 인물들 이름이 마치 강물처럼 흐른다.

설명문에는 밀양의 학문적 배경에 대해 "강산이 수려하고 물산이 풍요했던 밀양에서 학자들은 작게는 집안과 향리의 미풍양속을 일으켜 세우고, 크게는 민생의 안정과 국가 위기의 극복에 앞장섰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밀양을 공자와 맹자의 고향을 뜻하는 추로지향(鄒魯之鄕)으로 불렀다"라는 설명이 박물관 팸플릿에 나온다.

유학실과 연결되는 서화실의 대표 전시물인 목판 6000여 점은 그렇게 출중한 밀양의 학문적 성과로 소개된다. 밀양 출신 소눌 노상직과 한강 정구, 미수 허목, 성호 이익 등의 작품을 실은 1800년대 이후 목판들이 국내 유일한 전시형 수장고 속에 보관돼 있다.
밀양시립박물관 앞마당에 조성된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들 흉상.

어린이박물관과 박물관 주변

어린이박물관은 밀양시립박물관 2층 한편에 자리 잡은 체험공간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설과 역사를 어린이들이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다. 어린이들이 밀양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체험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밀양시립박물관에 와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게 있다. 주변 시설물 관람이다. 대표적인 것이 밀양독립운동기념관인데, 이 건물은 박물관과 자연스레 연결돼 있다.

독립운동기념관을 나서면 볼 수 있는 '선열의 불꽃 밑 흉상'에 이르러 관람객들은 왜 밀양이 '독립운동의 성지'인지 실감한다. 정부로부터 독립운동가 서훈을 받은 34명 외에도, 서훈을 받지 못한 4명의 흉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분들이 누구인지 직접 살펴보는 기회를 만들기를.

밀양시립박물관 옆에는 밀양을 대표하는 문화공간들이 또 있다. 입구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와 밀양성당이 있다. 왼쪽으로는 밀양아리랑아트센터가 위치한다. 관람객들이 밀양시립박물관을 찾는 순간, 그들은 '문화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밀양시립박물관에서 목판 인쇄 체험을 하는 학생들.

주소 : 밀양시 밀양대공원로 100

전화 : 055-359-6060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휴무 : 월요일·명절 당일

입장료 : 어른 1000원, 청소년·학생·군인 700원, 어린이 500원

누리집 : https://www.miryang.go.kr/m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