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개는 어디서 살까? [사람IN]

김다은 기자 2025. 12. 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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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개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최근 정윤영씨(46·왼쪽)가 들개를 만난 곳은 전주의 작은 시보호소다.

주민들이 "들개가 돌아다닌다"라고 민원을 넣으면 지자체·국립공원 담당자들이 개를 포획해 시보호소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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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정윤영씨(왼쪽)와 혜리씨는 들개 포획과 안락사에 대한 고민을 품고 ‘들에서 사라진 개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윤영씨 무릎 위에 앉은 개는 은행이, 혜리씨가 안고 있는 개는 단풍이다. 은행이와 단풍이 모두 산에서 포획된 들개다. ⓒ시사IN 이명익

주인 없는 개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최근 정윤영씨(46·왼쪽)가 들개를 만난 곳은 전주의 작은 시보호소다. 주민들이 “들개가 돌아다닌다”라고 민원을 넣으면 지자체·국립공원 담당자들이 개를 포획해 시보호소에 맡긴다. 정윤영씨가 찾아간 시보호소는 작은 동물병원에 딸린 어두운 창고였다. 정씨는 이틀 후면 안락사될 어린 개들에게 가족을 찾아주기로 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시보호소의 법정 보호기간은 약 10일이다. 그 기간에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들은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목숨을 잃는다.

혜리씨(35)는 짧은 줄에 묶인 마당개 옆에서 들개를 봤다. 그는 시골 가는 길에 만난 마당개 ‘숯댕이’가 안쓰러워서 종종 산책을 시키러 가곤 했다. 하루는 줄에 묶이지 않은 들개가 숯댕이와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숯댕이에게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후, 주민의 신고로 들개를 잡는 포획틀이 마당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그대로 두면 들개는 시보호소로 잡혀갈 게 뻔했다. 수소문한 끝에 들개를 맡아줄 사람을 찾았다. 들개는 인간이 허용한 공간에 갇힌 뒤에야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정윤영씨와 혜리씨는 들개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죽음 혹은 인간의 소유가 되는 길밖에 없다는 점이 이상했다. 게다가 개가 원한다 해도 인간 주인을 얻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대부분의 개는 죽음으로 내몰렸다. 두 사람은 이런 들개의 부당한 죽음에 대해서 말하기로 했다. 어떤 동물단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였다.

은행이는 전주시 인근 야산에서 포획돼 시보호소에 머물렀다. 안락사하기 이틀 전에 정윤영씨가 임시 보호를 결정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시사IN 이명익

“도시의 들개들은 펫숍에서 판매됐다가 버려지거나, 재개발로 살던 곳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이다. 개들은 도시 내에서 살 곳을 찾아 산으로 모여들었지만 이마저도 등산객들이 ‘민원’으로 신고한다. 들개는 사람에 의해 늘어나게 됐음에도 이들이 눈에 띄면 우리 사회는 격리하거나, 죽인다. 이제는 개와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정윤영).”

그럼 주인 없는 개들과 삶의 터전을 공유하자는 것인가? 위험하진 않을까? 혜리씨는 교통사고가 난다고 차를 모두 없애지 않듯이, 개와 사람 사이에도 규칙을 통해 안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길에서 개를 만났을 때 함부로 만지려 하지 않고 적절한 거리감을 익혀나가는 방법 등이다. 두 사람은 공존에 대한 ‘완성형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혜를 모으길 바라며 〈들에서 사라진 개들〉 기록집을 발간했다. 개와 인간이 회복적 관계를 맺은 해외 사례도 조사해서 담았다. “개와 함께 살자는 말은 개를 유난히 사랑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주인 없는 개들도 길고양이나 비둘기처럼 우리 옆에 있는 존재로 무심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혜리).” 인간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개들도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당장은 꿈같은 이 가능성의 시작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존재를 끝없이 죽이는 관행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11월17일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동물책방 ‘정글핌피’에서 ‘들에서 사라진 개들’ 프로젝트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7개월 된 단풍이도 함께했다. ⓒ시사IN 이명익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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