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망한 한국…섬뜩한 설정으로 시선 사로잡은 재난 영화

[TV리포트=강해인 기자] 대지진으로 몰락한 한국을 배경으로 섬뜩한 이야기를 전개한 영화가 화제다.
3일, 영화 '콘크리트 마켓'이 개봉해 관객과 만나다. 이 영화는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 물건을 사고파는 황궁마켓이 자리 잡고, 생존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직접 본 '콘크리트 마켓'은 망한 세상이라는 설정을 잘 표현 및 활용하고 있었고, 집념 강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생존 경쟁이 몰입감 있게 전개돼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리고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떠도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 속 청년 세대가 느끼는 허무함과 답답함을 담아내며 묵직한 메시지까지 던지고 있었다.
영화의 개봉을 맞아 '콘크리트 마켓'의 관람 포인트를 정리해 봤다.

'콘크리트 마켓'의 최고 매력은 독특한 세계관이다. 영화의 주 무대는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다. 생존자들은 이 아파트 속 '황궁마켓'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하며 삶을 이어간다. 1층부터 9층까지 층별로 성격이 구분돼 있고, 돈이 아닌 통조림이 화폐 역할을 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대지진이라는 재난 상황, 인간의 생존 본능과 욕망을 투영한 통조림 경제 시스템을 통해 '콘크리트 마켓'은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독점하는 권력자 상용(정만식 분)을 중심으로 철저히 계급이 나뉘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는 자본과 무력이 절대 권력이 되기도 하는 현실을 꼬집는 장치로도 읽을 수 있다.
'콘크리트 마켓'의 또 하나의 매력은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만든 에너지다. '사바하'(2019)를 통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던 이재인은 올해 한국형 히어로물 '하이파이브'에서 발랄한 매력을 뽐낸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밝은 면을 최대한 가린 채 거칠고 노련한 생존자 희로 역으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건조한 표정으로 시선을 압도한 이재인은 "착해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고, 날 선 눈빛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캐릭터를 구축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결백'(2020)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던 홍경도 방황하는 청년 태진 역을 맡아 극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했다. 최근 홍경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설경구와 호흡을 맞추며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였고, 동시에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콘크리트 마켓'에서 홍경은 절대 권력자와 반항아 희로 사이에서 갈등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 태진을 연기했다. 홍경은 자신의 캐릭터에 관해 "마음 한편에 따뜻함을 지닌 사람이자, 매 순간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라고 말했다.
여기에 '부당거래', '베테랑', '아수라', '모가디슈', '서울의 봄' 등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한 정만식이 작품에 무게감을 더한다. 그는 황궁마켓의 모든 것을 독점한 채 탐욕스러운 면을 보이는 상용 역을 맡아 젊은 세대 캐릭터들과 부딪히며 긴장감을 높였다.
영화의 마지막 매력은 리얼하게 구현된 재난 이후의 세계다. 연출을 맡은 홍기원 감독은 영화 속 무대를 "모든 것이 무너지고 원초적으로 돌아간 세계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더 다크하고 필름 룩에 가까운 빈티지한 톤을 지향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황궁마켓의 공기와 냄새, 온도를 관객이 체감할 수 있게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콘크리트 마켓'의 촬영 감독은 황궁마켓 속 혼돈의 리얼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비주얼 콘셉트를 '다크(dark), 더티(dirty), 대미지(damage)'로 가져갔다. 동시에 고정된 화면 대신 핸드헬드 방식을 적극 활용해 인물들을 따라 같이 움직이며, 관객이 마켓 곳곳을 누비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했다.
이번 작품은 한국 재난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제작사가 참여해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마켓'에 "펄펄 끓는 신선한 피가 느껴지는 영화"라고 호평하며 영화를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렇게 완성된 '콘크리트 마켓'은 가상의 재난을 통해 현실에 뜨거운 메시지를 전했다. 망가진 세상 속에 방황하는 청년들의 외침이 관객의 마음을 후벼 판다. 영화 속 "우리가 자랐을 때, 세상은 이미 망해있었다', '이런 세상은 모두 처음이잖아' 등의 대사는 스크린 밖에서도 유효한 지점이 있어 울림이 컸다.

독특한 세계관과 울림이 큰 메시지를 전한 재난 영화 '콘크리트 마켓'은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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