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석기 (23) 종신형 재소자의 결혼식… 조건 없는 아름다운 사랑

전병선 2025. 12. 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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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몇 종신형 재소자의 '교정시설 내 결혼식'을 주례해 줬다.

그중에는 검사가 사형을 구형했던 젊은 한인 형제도 있었다.

예전에 캄보디아 여성과 재소자의 결혼을 주례했을 때도 그들의 신앙적 마음을 본 적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정신질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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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주례하며 그들의 신앙적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물어보자 “Just love”
‘한 영혼’ 위해 자신 인생 드리는 헌신
김석기 목사가 2008년 멕시코 티후아나 교회의 후임으로 모세 목사를 안수하고 있다.


나는 몇몇 종신형 재소자의 ‘교정시설 내 결혼식’을 주례해 줬다. 그중에는 검사가 사형을 구형했던 젊은 한인 형제도 있었다. 판결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낮춰졌는데, 그의 여자친구가 찾아와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베트남계 고등학교 수학 교사였다. 젊은 한인 남성은 갱단 범죄를 저질러 같은 한인 목회자 가정에 큰 상처를 남긴 이였다. 잠시 망설였지만, 목사로서 영혼을 위한 답을 주어야 했다.

그와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상담을 했다. “평생 교도소에서 나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결혼하겠습니까. 왜 결혼하려 합니까.”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저 사랑해서요.(Just love.)” 그녀는 가톨릭 신자였다. 예전에 캄보디아 여성과 재소자의 결혼을 주례했을 때도 그들의 신앙적 마음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성인이시지만,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녀는 이미 베트남에 가 부모님의 동의를 구하고 왔다고 했다. 나와 아내는 이들의 결혼을 놓고 다시 한번 기도하며 생각했다. 한인 사회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또 다른 여성도 기억난다. LA에서부터 4시간 거리의 교도소를 자주 방문하던 미국 여성이었는데, 내가 방문하는 날마다 희한하게 마주쳤다.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성경을 품고 온 그녀는 면회실에서 흑인 재소자를 만나곤 했다. 하루는 면회 후 나와 같은 버스를 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항상 성경을 들고 오시네요. 누구를 만나시나요?”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남편이에요.” 남편은 무기징역수였는데 교정시설 내에서 혼인 신고를 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미국 교도소에는 무기수와 결혼한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대부분 가톨릭 문화권 출신이 많았다. 평생 교도소에서 나올 수 없는 ‘한 영혼’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드리는 헌신이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늘 단정한 모습으로 성경을 들고 남편을 만나러 왔다.

최근 볼티모어에 사는 니콜스 부부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제목의 밀알선교회 영상이었다. 니콜스 부부는 70대의 시각장애인 부부였는데, 놀랍게도 시각장애인 아이 네 명을 입양해 키우고 결혼까지 시켰다. 모두 한국 아이들이었다. 그중 한 명은 정신질환도 있었다. 영상에서 기자가 물었다. “네 명의 시각장애인을 입양해 키우는 것이 힘들지 않으셨나요?” 니콜스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전혀요. 제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쁩니다.”

그는 42년 동안 연방 공무원으로 일해 왔다. 정신 질환을 앓는 딸은 특히 돌보기 쉽지 않았지만, 부부는 감사로 품었다. 넷 중 두 아이는 이미 결혼도 했고, 세 살배기 손자도 있었다. 추수감사절 날 니콜스 부부는 지팡이를 짚고 기차역으로 딸을 마중 나갔다. 이들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그 희생은 어디서 오는가. 밀알선교단이 연말에 초대했을 때 니콜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사랑은 성과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조건 없는 사랑을 믿습니다.” 아멘!

정리=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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