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지렛대가 된 한국, ‘사드 보복’ 그 이상에 대비하라

오미연 美 랜드연구소 한국 석좌 겸 국방안보선임연구원 2025. 12. 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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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제안보 동맹에
중국이 주판알 튕기며
보복하려 들 것이다
중국은 한국 활용해
미국을 흔들고 싶어한다
리스크 공동 대응해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경북 경주시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미 정부가 11월 14일에 발표한 공동 설명서(팩트시트)는 양국이 핵심 전략 산업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앞으로 어떤 협력으로 윈윈할 수 있는지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한 한국의 미국 산업 투자가 아니라, 주요 핵심 산업에서 양국의 공급망과 관련 산업 기반 및 생태계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추후 작업이 필요한 만큼, 한미 동맹이 경제 안보를 포괄하는 실질적 협력 관계로 확장됨을 보여준 문서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크게 내어주고 큰 것들을 얻었다.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조선업 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도입 승인, 전작권 환수와 같은 메가 딜(mega deals)을 받아냈다. 양국이 주고받을 게 많아지고 그 규모도 커진 만큼, 후속 절차를 잘 밟아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다.

한미 간 전략 산업 및 첨단 기술 분야 협력 확대로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경제 및 정치 외교 보복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한미가 주력하는 조선업은 중국 입장에서도 중요한 국가 전략 산업이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대중 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10월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소재 자회사 5곳의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 목록에 올렸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APEC 부산 정상회담에서 미·중 무역 전쟁 확전을 자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 제재를 1년간 유예했다.

중국 상무부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제재를 발표한 시점을 보면, 미 무역대표부가 미국 항구 입항 시 중국 선박에 항만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한 날짜(10월 14일)와 같다. 중국 소유, 중국 운항 업체가 운영하는 선박과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들을 대상으로 2025년 10월 14일부터 요금을 부과해 순톤수 기준으로 요금을 매기고 요금률을 점차 인상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중국 선박과 컨테이너 선사들의 비용 증가 등으로 중국 조선소를 직접 타격할 것이었다. 전략적으로 해양 시장에서 중국 선박 점유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 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미국의 조선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정책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정책 발표 이후 일부 해운사들을 시작으로 중국 금융기관과의 계약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非)중국 금융을 통한 선박 조달이나 소유권 구조 변경을 시도하는 선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중국도 미국 선박에 대해 자국 항만 사용료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10월 10일 발표했고, 이에 앞서 10월 9일 희토류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한 일련의 조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이 두 가지 조치에 대해서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의 이 보복 조치들은 단순한 경제적 보복이 아니다. 전략 자원과 산업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글로벌 핵심 산업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중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려는 미·중 경쟁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은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 레이스에서 한국을 레버리지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방증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통해 한미 동맹뿐 아니라 미국 국익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은 원잠 도입 승인과 관련해, 한미 양국에 국제 핵 비확산 의무 준수를 촉구하고 지역 안보와 관련한 우려를 외교 채널로 표명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반응은 비교적 온건하다고 볼 수 있으나, 앞으로 한미가 양해각서를 이행하고 후속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다양한 보복 조치가 행해질 수 있다. 그 피해는 과거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도입 때 취한 광범위한 보복 조치들보다 더 클 수 있다. 이는 한·미 간에 핵심 전략 산업에서의 협력이 더 공고해지면서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이며, 한미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한미가 조선업, 에너지, 반도체, 희토류, 인공지능 및 양자 컴퓨팅과 같은 핵심 전략과 첨단 기술 산업에서 협력하기로 한 만큼 워킹그룹 등을 통해 중국의 잠재적 보복 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1년간 유예된 조치들이 실효성을 발휘하게 될 경우 어떤 공동 대응 방안이 있는지, 앞으로 보복 조치가 추가될 경우 어떤 단계적 대응법이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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