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5년]정착 안 된 제도에 애꿎은 관리원은 힘들다

이연상 기자 2025. 12. 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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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과태료 0건의 ‘이면’
2020년 12월25일 공동주택 시행
1년 후 단독주택 확대 등 본격화
위반 적발 어렵고 뒤처리 수고 커
별도 수거 공간 없는 곳도 상당수
오는 25일이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시행이 5년을 맞는다. 별도 분리된 투명 페트병을 고품질 재생 원료로 재활용하는 등 자원 순환을 위해 도입된 제도는 시행 초기 정부와 지자체 등의 대대적 홍보에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적용 대상도 확대돼 거주 형태와 관계없이 일상에서 모두가 지켜야 하는 제도로 거듭났지만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완전한 정착은 아직 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보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의 현주소와 개선 과제 등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좋은 마음으로 라벨을 떼야 한다고 안내도 하면서 직접 처리도 했지만, 손이 너무 가 힘드네요.”

4일 오전 9시께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이곳의 경비원 A씨는 재활용품 수거 차량이 도착하기 전 ▲투명 플라스틱 ▲일반 플라스틱 ▲알루미늄 ▲유리 ▲종이 등의 분리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다른 품목에 대해선 어렵지 않게 확인을 마친 A씨였지만, 플라스틱 더미 앞에선 큰 한숨을 내쉬었다.

색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리하는 수거함이 구분돼 있었지만, 안의 내용물은 그렇지 않아서다. <사진>

섞여 있던 플라스틱을 하나하나 꺼내 들며 다시 구분하던 A씨는 상호 등이 써져 있는 라벨이 붙은 것들이 무더기로 나오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손으로 뜯기 시작했다.

라벨은 큰 어려움 없이 떼졌지만, 내부에 남아 있던 액체가 A씨의 손에 흘러 장갑으로 이를 다시 닦는 일도 허다했다.

비슷한 시각 서구 쌍촌동 한 원룸가는 150m 거리에 10채의 공동주택이 모여 있었으나 투명 플라스틱을 별도로 버릴 수 있는 수거함은 2곳에만 있었다.

투명 플라스틱 배출함이 없던 한 원룸의 관리인은 “수거해 가기 전 직접 분리하고 있다”며 “비닐 봉투에 별도로 담아서 버리는 입주민도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라고 전했다.

이렇듯 잘못 버린 사람이 아니라 관리하는 이들을 괴롭게 하고 있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는 지난 2020년 12월25일 시행됐다.

시행 초기엔 공동주택만 대상이었으나 1년 뒤부턴 단독주택으로 확대돼 사실상 모든 주거 형태에서 이를 지켜야 한다.

분리배출은 겉면 라벨이 있을 경우 이를 제거하고 내용물을 세척해서 깨끗이 비운 후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최대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광주 5개 자치구에선 제도 시행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투명 플라스틱 분리배출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치구 관계자들은 혼합 배출 행위가 현장에서 목격되는 등 직접 적발돼야만 과태료 처분이 가능해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간 단 한 건의 과태료 부과도 없었다는 대목에서 단속을 통한 제도 정착 견인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자치구 관계자는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 확인을 나가긴 하나, 배출자를 식별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제도 정착에 어려움이 있어 요일제 배출도 시범적으로 운영해 봤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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