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의회 “영국군, 케냐서 살인·성범죄 저질러”···처벌 조항 개정 촉구

케냐에 파견된 영국 군인들이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살인·성범죄 등을 저질렀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케냐 의회는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케냐 영국군 훈련단(BATUK) 소속 군인들이 살인·성폭력·폭행 등 범죄를 저질러 온 점이 확인됐다”며 군인들은 현지 여성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고의로 유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케냐 의회 국방·정보·외교위원회가 2년에 걸쳐 작성한 이 보고서는 부대 인근 삼부루·라이키피아 카운티 주민들의 피해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94장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지역 지도자, 시민 사회 단체, 공공 기관의 구두 및 서면 증거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특히 영국군이 주민을 살해한 대표적 사례인 ‘아그네스 완지루 사망 사건’에 주목했다. 2012년 당시 20대였던 완지루는 부대 인근 호텔 정화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를 살해한 영국 군인 로버트 퍼키스는 범행 13년 만인 지난달 영국에서 체포됐다. 보고서는 “BATUK이 수사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정의 회복이 느려 좌절감이 가득하다”고 했다.
가해가 처벌이 더딘 이유로 처벌 조항이 미비한 점이 꼽혔다. 케냐는 외국 군인이 저지른 범죄에 책임을 물을 법 조항이 없다. 보고서는 성폭력 사건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군인 행동 강령과 외국 군인이 저지른 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 대책 위원회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조직적 은폐 정황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BATUK이 과거 진행한 자체 조사에서 범행 증거를 포착하고도 많은 사건을 허위로 기각했다”며 “조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이번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BATUK이 “위원회 출석을 거부하고 외교적 면책권을 주장했다”며 성실히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케냐 영국고등판무관실은 자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은 보고서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케냐 정부가 제시하는 증거에 따라 전면적 조사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케냐 중부 지역에 있는 BATUK은 양국 간 방위협력 협정에 따라 매년 1000명 이상의 영국 군인이 파견돼 훈련받는 부대다. 이 부대는 지역 사회에 피해를 끼쳐 오랜 기간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1997년 삼부루 카운티 아처스 포스트 지역에서는 30명 이상의 여성이 흉기를 든 영국 군인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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